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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기억력과 혈관 – 우리가 모르는 긴밀한 관계

뇌혈류의 Disorder와 알츠하이머

by 누리

혈관이 기억을 잃게 한다: 뇌혈류 문제와 알츠하이머의 숨겨진 연결고리

“기억은 우리 자신이다.” 이 짧은 문장은 단순한 수사가 아닙니다. 우리는 기억 위에 정체성을 쌓습니다. 이름을 기억하고, 좋아하는 풍경을 떠올리고, 사랑했던 얼굴을 떠올립니다. 그런데 이 모든 기억은 생각보다 더 연약한 기반 위에 서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혈관, 그리고 혈관을 흐르는 혈류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기억력 저하와 혈관 건강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깊이 고민해 본 적이 없습니다. 흔히 기억력 저하는 뇌세포가 나이 들어 쇠약해지기 때문이라고만 여깁니다. 물론 나이가 중요한 요인이긴 합니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연구가 말하고 있습니다. 기억력을 위협하는 결정적 원인 중 하나는 바로 뇌혈류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이 문제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같은 흔한 만성질환에서 이미 시작됩니다.


우주의 모든 생명은 소중하고 고귀한 존재이다. 그리고 우주에서 오직 하나인 고유한 공간과 시간의 역사를 기록하고 살아가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내 기억을 내가 지키기 않으면 누가 지키겠는가?

1. 뇌혈류: 뇌가 살아 움직이게 하는 생명의 강

우리 뇌는 체중의 겨우 2%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작은 기관은 몸 전체 산소의 20% 이상, 포도당의 25% 이상을 소모합니다. 뇌세포는 저장된 연료가 거의 없습니다. 혈류가 공급을 중단하면 몇 분 만에 에너지가 고갈됩니다.


단 5분만 혈류가 차단돼도, 해마(hippocampus)와 피질의 신경세포는 영구적인 손상을 입습니다. 해마는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저장하는 역할을 합니다. 해마가 망가지면 새로운 정보를 기억하는 능력을 잃습니다. 흔히 “심정지가 오면 3~5분 안에 뇌가 치명적 손상을 입는다”라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기억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산소와 포도당을 실어 나르는 혈류가 끊임없이 공급돼야 합니다. 뇌혈관은 단순한 파이프가 아니라 생명의 강입니다. 이 강의 흐름이 서서히 혹은 급격히 막힐 때, 기억은 서서히 바래고 사라집니다.


2.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이 뇌혈류를 방해하는 방식

우리 사회에서 가장 흔한 만성질환 세 가지를 꼽으라면 단연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일 것입니다. 이 세 가지 질환은 시간이 지나며 혈관에 비슷한 손상을 남깁니다.


먼저 고혈압은 뇌혈관 벽에 지속적인 압박을 가해 점차적으로 혈관내피(endothelium)를 손상시킵니다. 내피세포는 혈액-뇌 장벽(BBB)을 구성하는 핵심 세포입니다. 내피가 약해지면 BBB가 새기 시작합니다. 그 결과 혈장단백질과 염증 유발물질이 뇌로 스며들고. 이것이 신경염증을 부르고,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하는 능력을 떨어뜨립니다. 만성 고혈압이 뇌혈류 자율조절 능력을 무디게 해, 혈류가 필요한 만큼 증가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기도 합니다.


당뇨병은 혈당이 높아지면서 혈관 내피에 산화 스트레스를 줍니다. 고혈당 환경에서 내피세포와 주위세포(pericyte)가 점차 기능을 잃고. 작은 모세혈관이 좁아지고 막히면서 미세순환이 손상됩니다. 최근 연구에서는 당뇨병 환자의 해마 혈류가 정상인보다 일찍 감소한다는 증거가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고지혈증은 LDL 콜레스테롤이 혈관 벽에 침착되어 죽상동맥경화(atherosclerosis)를 일으킵니다. 동맥벽이 두꺼워지고 혈관 내경이 좁아지면 뇌혈류가 줄어듭니다. 특히 경동맥이 좁아지면, 뇌로 가는 혈액 공급량이 상당히 감소합니다. 혈관이 좁아지고 단단해지는 것은 곧 기억을 유지할 에너지 공급이 줄어든다는 뜻입니다.


이처럼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혈관을 손상시키지만, 결국 “만성적 뇌혈류 저하”라는 공통된 결과에 이릅니다. 이것이 반복되면 기억력이 점점 약해지는 것입니다.


3. 혈류 저하가 뇌세포에 남기는 흔적

혈류가 부족하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영역은 해마입니다. 해마는 기억의 관문이자 보관소입니다. 해마의 신경세포는 에너지 요구량이 높아 저산소와 포도당 부족에 민감합니다.


만성적인 뇌혈류 감소가 일어나면, 해마의 시냅스가 점차 기능을 잃습니다. 시냅스 가소성이 떨어지면서 기억을 새로 저장하는 능력이 둔화되고. 저산소 상태가 지속되면 활성산소(ROS)가 늘어나 신경세포의 DNA와 단백질을 손상시킵니다. 동시에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점점 더 축적됩니다.


혈류가 줄어드는 것은 단순히 뇌세포가 “덜 활발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서서히 뇌세포를 죽이고, 시냅스를 소멸시키고, 신경망의 연결을 끊어내는 과정입니다. 이렇게 혈류 문제는 단순한 산소 부족을 넘어, 알츠하이머병을 부르는 삭막한 토양을 만들게 되는 것입니다.


4. 뇌혈류 저하에서 알츠하이머로

알츠하이머병은 흔히 “아밀로이드 베타의 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연구들은 알츠하이머병의 시작이 뇌혈관 손상과 밀접히 연결돼 있음을 보여줍니다.


대표적 예가 아밀로이드 혈관병(Cerebral Amyloid Angiopathy, CAA)입니다.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혈관 벽에 침착하면서 혈관을 두껍게 하고 약화시킵니다. 그 결과 뇌혈류 조절이 망가지고, 모세혈관이 서서히 막힙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CAA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80% 이상에서 동시에 나타납니다.


게다가 BBB가 손상되면 혈관벽에서 독성 단백질과 염증물질이 뇌실질로 유입됩니다. 이들은 신경세포에 직접적 독성을 가하며, 타우 단백질의 과인산화와 응집을 촉진합니다. 결국 기억을 담당하는 뇌 영역의 연결망이 붕괴하고, 알츠하이머병의 전형적 증상이 나타납니다.


이러한 혈관–알츠하이머 연결고리는 최근의 첨단 뇌영상(PET-MRI 융합영상)과 단일세포 유전자 분석으로 더 구체적으로 규명되고 있습니다. 이제 과학자들은 “혈류 문제는 단순한 동반 현상이 아니라, 알츠하이머의 촉발자”라고 말합니다.


5. 첨단 바이오기술이 밝히는 혈관–기억의 비밀

불과 10년 전만 해도, 혈류 감소와 기억 저하의 연관성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기술이 바뀌었습니다.

단일세포 RNA 시퀀싱(single-cell RNA-seq)으로 혈관 내피세포의 유전자 발현 패턴을 추적해, 초기 BBB 손상의 분자 신호를 발견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플루이딕 BBB 칩(on-chip models)을 통해 사람 뇌혈관과 유사한 인공 모델에서 약물의 BBB 투과성을 정밀 측정합니다.




PET-MRI 융합영상으로 뇌혈류와 아밀로이드 침착을 동시에 관찰합니다.


유전자편집(예: CRISPR-Cas9)으로 APOE ε4 같은 고위험 유전자에 의한 혈관 병리를 억제하는 전략도 실험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이러한 첨단 기술들은 혈관의 작은 변화가 결국 기억과 인지를 어떻게 파괴하는지, 그 과정을 분자 수준에서 재구성하고 있습니다.


6. 혈류 건강이 기억 건강이다

혈류 문제는 단순히 “혈관이 안 좋은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기억이 희미해지는 과정의 시작입니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이 오랫동안 뇌혈류를 교란합니다. 뇌혈류 저하는 해마와 피질의 에너지 대사를 저하시키고, 이 작은 변화들이 누적되어 결국 신경망이 붕괴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과정을 상당 부분 예방하거나 늦출 수 있다는 점입니다. 혈압을 관리하고, 혈당을 조절하고,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것은 단순히 심장마비를 예방하는 조치가 아닙니다. 그것은 곧 기억을 지키는 일이기도 합니다.


미래에는 바이오기술이 더 발전해 조기 진단과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질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예방은 생활습관과 만성질환 관리입니다.


“혈류 문제 = 기억력 저하”라는 등식은 이제 단순한 가설이 아닙니다. 그것은 수많은 과학적 증거가 입증한 사실입니다. 혈류는 기억의 생명줄이며, 뇌혈관이 건강을 잃을 때 기억도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기억을 잃는 것은 곧 자신을 잃는 일입니다. 뇌혈류를 지키는 일은 자신을 지키는 일입니다. 우리가 매일 선택하는 식습관, 운동, 질환 관리가 결국 오랫동안 선명한 기억을 간직하게 해 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과학이 말해주는 가장 강력한 교훈입니다.


7. 뇌혈류를 살리는 음식과 마음의 습관

음식

우리가 매일 먹고 마시고 생각하는 것은 뇌의 건강에 놀라울 만큼 큰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뇌혈류는 기억력과 직결되어 있고, 혈관이 건강을 잃을 때 우리의 인지도 서서히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다행히 과학은 뇌혈류를 지키는 여러 방법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 단락에서는 혈관 건강에 좋은 음식을 소개하고, 뇌혈류를 부드럽게 유지하는 명상과 호흡 요법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혈류 건강을 단순히 “심장에 좋은 것”으로만 생각합니다. 하지만 뇌는 몸에서 가장 많은 산소와 포도당을 소비하는 기관이기에, 혈류의 질이 곧 기억력과 직결됩니다. 혈압과 혈당이 오랫동안 높거나, 혈관벽에 콜레스테롤이 쌓여 좁아지면, 뇌로 가는 산소 공급이 미세하게 줄어듭니다. 처음에는 아무 증상이 없지만, 수년 동안 이런 변화가 누적되면 뇌세포가 에너지 부족에 시달리고, 시냅스가 서서히 기능을 잃어갑니다. 결국 작은 혈관의 손상이 알츠하이머와 같은 퇴행성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가 계속 발표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 우리는 식탁 위에서부터 기억력을 지키는 노력을 시작해야 합니다. 혈관을 깨끗하게 하고, 염증을 줄이며, 혈류를 원활히 하는 음식은 과학적으로 분명한 효과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등 푸른 생선이 있습니다. 연어와 고등어, 참치 같은 생선을 일주일에 두세 번 먹으면, 혈관 내피세포의 염증을 줄이고 혈류가 더 유연하게 흐를 수 있게 도와줍니다. 식물성 오메가-3가 풍부한 아마씨와 호두도 좋은 대안이 됩니다.


또한 다크베리류는 안토시아닌과 폴리페놀이 풍부해서 뇌혈류 개선에 유익합니다. 하루 한 컵 정도의 블루베리나 라즈베리를 꾸준히 섭취하면 해마의 혈류가 좋아진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이밖에 녹색잎채소, 특히 시금치와 케일에는 질산염이 많아 산화질소를 늘리고 혈관을 확장합니다. 올리브오일과 견과류, 통곡물도 혈관 건강에 긍정적이며, 다크초콜릿 역시 카카오 폴리페놀이 혈류를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단, 당분이 많은 초콜릿보다는 카카오 함량이 70% 이상인 제품이 적당합니다. 이런 음식들을 의식적으로 식단에 포함시키면, 혈압과 혈당이 자연스럽게 내려가고, 혈관이 점점 더 유연해집니다. 결국 이런 작은 변화들이 기억을 지키는 든든한 토대가 됩니다.

뇌건강을 지키는 명상 (Adobe Firefly로 제작)

명상

혈류 건강을 위해 필요한 것은 음식만이 아닙니다. 우리가 어떤 마음의 습관을 가지느냐도 매우 중요합니다.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혈관이 수축하고, 혈압이 오르며, 만성 염증이 심해집니다. 그 결과 뇌혈류가 방해받고, 기억과 인지가 조용히 손상됩니다.


가장 간단하지만 강력한 방법은 복식호흡입니다. 의자에 등을 대고 앉아 배에 손을 올린 채, 4초 동안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배를 부풀리고, 1~2초간 멈춘 뒤 6초간 천천히 내쉬어 보세요. 하루 5분만 해도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혈압과 심박수가 내려가고, 혈관이 부드럽게 이완됩니다. 꾸준히 복식호흡을 하면 불안과 긴장이 줄어들고, 뇌로 가는 산소와 혈류가 안정적으로 유지됩니다.


마음 챙김 명상도 추천할 만합니다. 조용한 장소에서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하며, 떠오르는 생각을 판단 없이 바라보는 연습입니다. 이런 훈련은 뇌 안의 스트레스 회로를 진정시키고, 혈압을 낮추어 뇌혈류 개선에 도움이 됩니다. 실제로 8주간 마음 챙김 명상을 실천한 사람들은 혈관의 염증지표가 감소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조금 더 활동적인 방법을 선호한다면, 점진적 근육 이완법을 시도해 보세요. 발끝부터 시작해 각 근육을 5초간 힘껏 수축하고 10초간 이완하는 과정을 머리끝까지 진행합니다. 몸과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으며 혈관도 이완됩니다. 하루 15분 정도만 꾸준히 해도 긴장이 풀리고 혈류가 더 원활해집니다.


이런 명상과 호흡은 대단히 전문적인 도구가 아닙니다. 누구나, 어디서든, 특별한 장비 없이도 실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효과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규칙적인 식습관과 더불어 매일의 작은 명상과 호흡이 쌓이면, 뇌혈류가 안정되고 기억의 힘이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습니다.


기억력은 단지 “머리”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혈관의 문제이며, 산소의 문제이고, 우리가 매일 내리는 작은 선택의 문제입니다. 오늘 식탁 위에 블루베리 한 줌을 올리고, 잠들기 전 5분만 눈을 감고 호흡해 보세요. 과학은 그것이 결코 사소한 노력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것은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한, 가장 현명하고 강력한 실천입니다.


다음 편 예고

5화. 알츠하이머는 유전될까, 아닐까?


#혈관건강 #기억력저하 #치매예방 #알츠하이머 #기억을 지키는 과학




3분 명상

우주의 기억을 지키는 나

우주의 모든 생명은 소중하고 고귀한 빛,

오직 하나인 시간과 공간의 역사를 품었네.

살아있다는 것은 그 기록을 새기는 신성한 임무,

내 기억을 내가 지키지 않으면 누가 지키는가.

3분 명상: Tears on a Rainy Night (영상: Pixabay, 음악: 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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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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