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이냐, 환경이냐?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높은 수준에 속합니다. 2024년 기준으로, 대한민국 국민의 평균 기대수명은 약 83.6세로 추정되며, 이는 세계 평균은 물론 OECD 국가 평균을 웃도는 수치입니다. 특히 여성의 기대수명은 약 86.5세, 남성은 약 80.7세로, 남녀 간에는 약 6년가량의 차이가 존재합니다.
한국의 기대수명이 빠르게 증가해 온 데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습니다. 고도성장을 통한 생활 수준 향상, 전국민 건강보험 제도, 의료 인프라의 확대, 그리고 예방 중심의 공공보건 정책이 주된 원인입니다. 특히 고혈압, 당뇨병, 암 등 주요 만성질환의 조기 진단과 관리 체계가 정착되면서 노년층의 생존율이 높아졌습니다.
결과적으로, 한국인은 평균적으로 83세를 넘게 살 수 있지만, 얼마나 건강하게 오래 사는가에 대한 고민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기대수명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삶의 질과 의료 접근성, 환경, 사회안전망 등 복합적인 요인을 반영하는 지표입니다. 앞으로의 보건 정책은 단지 수명을 연장하는 것을 넘어, 삶의 질이 높은 건강한 장수 사회를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입니다.
알츠하이머병은 나이가 들면서 누구나 한 번쯤 걱정하게 되는 질병입니다. 기억력이 흐려지고, 익숙한 일상이 낯설어지며, 결국에는 가족조차 알아보지 못하게 되는 이 질병은 많은 이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입니다. 그렇다면 이 병은 유전되는 것일까요? 부모나 조부모가 알츠하이머를 앓았다면, 나도 같은 길을 걷게 되는 것일까요?
알츠하이머의 유전성에 대한 문제는 단순히 ‘예’ 또는 ‘아니오’로 답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전문가들은 알츠하이머병이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질환이라고 말합니다. 일부는 분명히 유전되지만, 대부분은 개인의 생활 방식, 나이, 전반적인 건강 상태에 따라 발병 위험이 달라집니다.
우선, 전체 알츠하이머 환자 중 극히 일부는 ‘가족성 알츠하이머병’(familial Alzheimer’s disease)이라는 유전적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경우 PSEN1, PSEN2, APP와 같은 특정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존재하며, 이러한 유전자는 매우 강력한 영향을 미칩니다. 해당 유전형은 주로 40~50대의 비교적 이른 나이에 증상이 시작되는 조기 발병형으로 나타납니다. 만약 부모가 이러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면 자녀에게 유전될 확률은 약 50%에 이릅니다. 그러나 이러한 유전성이 명확한 경우는 전체 알츠하이머 환자의 5% 미만에 불과합니다.
대부분의 알츠하이머병은 이처럼 뚜렷한 유전적 원인을 보이지 않습니다. 이는 후기 발병형 알츠하이머병으로, 보통 65세 이후에 발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형태에서는 APOE 유전자, 특히 APOE4라는 변이가 주요 위험 인자로 작용합니다. APOE4를 한 개 가지고 있는 사람은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이 일반인보다 2~3배 높아지며, 두 개를 가지고 있을 경우 그 위험은 최대 10배 이상까지 증가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APOE4 유전자가 알츠하이머병을 반드시 초래하는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모두가 알츠하이머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며, 반대로 APOE4가 없어도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APOE4는 발병 위험을 높이는 하나의 ‘경고 신호’일 수는 있지만, 발병을 확정 짓는 요소는 아닙니다.
오히려 최근의 연구들은 이러한 유전적 위험이 생활습관에 의해 상당 부분 완화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규칙적인 운동, 특히 유산소 운동은 뇌의 혈류를 증가시키고 신경세포 간의 연결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건강한 식단, 예를 들어 지중해식 식단은 항산화 및 항염 작용을 통해 뇌 건강을 유지하는 데 기여합니다. 또한 충분한 수면은 뇌 속에 축적되는 노폐물과 독성 단백질을 제거하는 역할을 하며, 스트레스 관리와 사회적 교류는 뇌의 기능 저하를 늦추는 데 도움을 줍니다.
따라서 알츠하이머병은 단순한 유전 질환으로만 볼 수는 없습니다. "나는 유전자가 없으니 괜찮다" 혹은 "부모님이 앓으셨으니 나는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지금 우리가 어떤 삶의 방식을 선택하고 실천하고 있는가입니다. 유전은 바꿀 수 없는 요소이지만, 생활습관은 스스로 선택하고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알츠하이머병을 예방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건강한 뇌를 위한 작은 실천을 지금 이 순간부터 시작하는 것입니다. 매일 걷기, 신선한 식사, 충분한 수면, 그리고 사람들과의 대화는 모두 내 뇌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예방책입니다.
특히 뇌에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건강한 삶을 위해 노력해야만 합니다. 나의 가장 큰 적은 외부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만성 염증에서 자주 나타나는 내가 나를 공격하는 Autoimmune disease가 가장 큰 적입니다. 역사상 대부분의 왕조는 외침에 의해서 무너진 것이 아니라 내부의 적으로 부터 무너 졌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알츠하이머병은 단순히 나이가 들어서 생기는 병이 아닙니다. 우리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언젠가 마주하게 될지도 모르는 이 무서운 병은, 오랫동안 유전과 환경 사이에서 그 원인을 두고 논쟁이 이어져 왔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알츠하이머의 위험을 높이는 주요 유전자 중 하나인 APOE4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 몸에는 APOE(Apolipoprotein E)라는 유전자가 존재합니다. 이 유전자는 지방 대사와 관련된 단백질을 만들어 내며, 뇌를 포함한 전신의 지질 운반과 회복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이 APOE 유전자는 모두 같은 형태가 아닙니다. APOE2, APOE3, 그리고 APOE4라는 세 가지 주요 변이가 있으며, 이 중 APOE4는 알츠하이머병과 강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하필 APOE4를 가진 사람들에게서 알츠하이머가 더 자주 발생할까요?
첫째, APOE4는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 찌꺼기의 축적을 촉진합니다.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서는 이 단백질이 쌓여 ‘플라크’라는 형태로 신경세포 사이를 막고, 결국 기억력과 사고능력을 무너뜨리게 됩니다. 원래 우리 뇌는 이 단백질을 청소하는 기능을 갖고 있지만, APOE4를 가진 사람의 경우 이 청소 능력이 떨어지면서 플라크가 더 쉽게 쌓이게 되는 것입니다.
둘째, APOE4는 뇌 속 염증 반응을 더 쉽게 일으킵니다. 뇌에는 미세아교세포라는 면역세포가 존재하는데, 이들은 염증 상황에서 활성화되어 신경세포를 공격할 수도 있습니다. APOE4는 이 과잉 면역 반응을 유도해 신경세포의 조기 손상과 죽음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셋째, 최근 연구에 따르면 APOE4는 혈뇌장벽(Blood-Brain Barrier)의 기능을 약화시켜 뇌를 외부로부터 보호하는 능력을 저하시킨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방어막이 무너지면 외부 물질이 쉽게 뇌에 침투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뇌세포가 더 취약해지는 환경이 조성됩니다.
마지막으로, APOE4는 시냅스, 즉 신경세포 간 연결망의 건강을 저해합니다. 뇌는 시냅스를 통해 정보를 저장하고 전달합니다. 하지만 APOE4는 이런 연결을 약화시키고, 새로운 시냅스를 형성하는 능력도 떨어뜨립니다. 이로 인해 인지능력 저하가 더 빨리, 더 뚜렷하게 나타나게 됩니다.
통계적으로 보면, APOE4 유전자를 하나 가진 사람은 일반인보다 알츠하이머에 걸릴 확률이 2~3배 높고, 양쪽 부모로부터 유전자를 모두 물려받은 경우 그 위험은 10배 이상으로 뛰어오릅니다. 그러나 이 유전자를 가졌다고 해서 모두가 알츠하이머에 걸리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APOE4가 없어도 병에 걸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APOE4는 운명의 선고일까요? 다행히도 과학은 그렇게 단정하지 않습니다.
최근 연구들은 운동, 식습관, 수면, 스트레스 관리 등의 생활습관이 APOE4의 위험을 크게 줄여줄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있습니다. 꾸준한 운동은 뇌의 혈류를 높이고 베타 아밀로이드 제거에 도움을 줍니다. 지중해식 식단처럼 뇌 염증을 억제하는 식습관도 APOE4의 부정적 영향을 완화시킬 수 있습니다. 또 충분한 수면은 뇌 속 독소를 청소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명상이나 마음챙김 훈련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조절해 뇌를 더 안정적인 상태로 유지해 줍니다.
결국 APOE4는 알츠하이머의 위험 요소 중 하나일 뿐입니다. 하지만 그 위험을 실제 질병으로 연결짓는 것은 우리의 생활 습관입니다. 유전은 바꿀 수 없지만, 우리는 지금의 선택으로 미래의 건강을 충분히 설계할 수 있습니다. APOE4는 경고일 수는 있어도, 절망의 신호는 아닙니다. 경고를 일찍 들었다면, 준비할 시간도 더 많다는 뜻이니까요.
알츠하이머병은 기억력과 사고력의 점진적인 저하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퇴행성 뇌질환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질병의 원인을 유전에서 찾지만, 최근 연구들은 유전적 요인만큼이나 환경적 요인이 알츠하이머의 발병과 진행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알츠하이머는 단지 타고난 운명이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따라 충분히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질환이라는 것입니다.
알츠하이머 발병과 관련해 자주 언급되는 유전자는 APOE4입니다. 이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알츠하이머에 걸릴 가능성이 2배 이상 높습니다. 하지만 유전적 요인이 있다고 해도 그것이 곧 질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APOE4를 가지고 있어도 건강한 생활환경과 올바른 습관을 유지한다면 발병 위험은 크게 낮아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유전적 위험이 없는 사람이라도 오랜 시간에 걸쳐 나쁜 생활습관과 스트레스에 노출된다면 알츠하이머에 걸릴 수 있습니다.
이는 흔히 ‘총은 유전이 장전하지만, 방아쇠를 당기는 것은 환경’이라는 비유로 설명됩니다. 결국 유전적 요인은 하나의 배경일 뿐, 실질적인 발병 여부는 개인의 생활습관과 환경에 의해 결정되는 것입니다.
현대인의 식단은 점점 간편해지고 고지방, 고당분 위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식사는 체내 염증 반응을 증가시키고 인슐린 저항성을 유도해 뇌세포의 손상을 가속화시킵니다. 특히 트랜스지방이나 정제 탄수화물이 많은 가공식품 위주의 식단은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반면, 신선한 채소, 견과류, 생선, 올리브유를 기반으로 하는 지중해식 식단은 항염 효과를 지니며 인지 기능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실제로 이러한 식단은 뇌 속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축적을 억제하고, 기억력 감퇴를 늦추는 것으로 여러 연구에서 입증되고 있습니다.
운동은 단순히 체중 감량이나 심장 건강을 위한 것이 아니라, 뇌 건강에도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과 가벼운 근력 운동은 뇌혈류를 증가시키고, 신경세포 간 연결을 강화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BDNF(뇌유래신경영양인자)의 분비를 자극합니다.
특히 하루 30분 정도 걷기를 꾸준히 실천한 고령자의 뇌를 MRI로 촬영한 결과,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의 위축 속도가 느려진다는 것이 관찰된 바 있습니다. 즉, 신체가 움직일수록 뇌도 함께 깨어 있고 활력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뇌는 우리가 잠든 동안 낮 동안 쌓인 독성 단백질, 특히 알츠하이머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베타 아밀로이드를 청소합니다. 수면의 질이 낮거나 수면 시간이 부족하면 이 청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뇌에 노폐물이 축적되고, 결국 만성적인 신경 손상이 유발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만성 불면증이나 수면무호흡증을 앓는 사람은 알츠하이머 발병률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도 다수 존재합니다. 수면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뇌를 보호하고 회복시키는 가장 기본적인 메커니즘입니다.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의 과도한 분비를 유도합니다. 이로 인해 뇌의 기억 중추인 해마(hippocampus)가 손상되거나 위축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인지 기능 저하로 이어집니다. 또한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있거나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알츠하이머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여러 연구에서 입증되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명상, 요가, 취미활동, 친구나 가족과의 정기적인 교류는 단순한 여가가 아니라, 뇌 건강을 지켜주는 정신적 방어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알츠하이머병은 단순히 유전자의 영향을 받는 ‘운명의 병’이 아닙니다. 우리가 매일 어떤 식단을 선택하고, 얼마나 운동하며, 어떻게 잠을 자고, 누구와 교류하는지가 미래의 인지 건강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하루 30분의 산책, 가공식품을 줄이고 신선한 재료로 식사하기, 잠자기 전 휴대폰을 멀리하고 수면의 질을 높이기, 스트레스를 인식하고 감정을 돌보는 태도는 뇌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알츠하이머를 피하기 위한 해답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오늘 내리는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뇌는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언제나 변화의 가능성을 품고 있습니다.
다음 편 예고
제6화. 실험실 속 작은 뇌 – 미세생리모델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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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명상
하늘 끝 고요 속에 숨결 하나 스며들고
비 내린 바람 끝에 아련한 옛추억 되살아나네
세월은 저물어가도 기억은 멈추질 않으니
이 마음, 빈 들 위에 피었다가 져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