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Temperance
템퍼런스(Temperance)는 올바른 비율로 섞어서 조절한다는 의미를 지닌 라틴어 temperare(템페라레)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서로 다른 두 개의 성질을 섞어 내는 과정은 무척 신중하고 정교한 작업인 만큼 절제와 중용, 인내가 필요한 일이니 참으로 적절한 어원입니다.
중용의 자세를 갖는 것은 참 힘든 일입니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는 마음가짐이 과연 인간에게 가능하기나 한 일인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 경지에 오르려면 아마도 어마어마한 인내의 시간을 가져야겠지요. 이번생에서 저는 좀 힘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템페라레를 활용해 만든 물감 혹은 그 물감을 이용한 회화기법인 ‘템페라’ 작품을 잠시 감상해 봅니다.
르네상스 시대의 템파라 기법은 그간 주로 사용되던 프레스코기법이 조금 더 발전된 형태로, 프레스코 기법(덜 마른 회반죽 바탕에 물에 갠 안료를 채색)이 회반죽이 마르기 전에 작업을 해야 하며, 수정이 어렵다는 단점을 보완해 주었습니다.( 물론 벽에 스며드는 만큼 보존기간이 길다는 장점도 있지만요. ) 템페라는 유화처럼 자연스러운 명함을 표현하는 것은 어려워도, 몇 번이고 덧칠할 수 있어 수정이 비교적 자유롭다는 장점으로 널리 사용되었지요. -템페라 기법은 이집트 문화에서도 나타납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최후의 만찬>, 산드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은 대표적인 템페라 작품입니다.
오늘의 카드는 14번 절제 카드입니다. 숫자를 쪼개어 살펴보면 1+4=5, 교황카드와도 연이 닿아있습니다. 교황카드는 연합, 인간관계의 문제가 시작되는 첫 카드입니다.
이 교황에게 필요한 덕목 중 한 가지가 바로 ‘절제’ 다른 말로 하면 ‘중용’이 되겠지요. 카드의 빨간 날개를 가진 천사는 한 발은 물에, 한 발은 지상에 둔 상태로 서있습니다. 신체와 정신이 균형 잡힌 상태이지요. 천사는 손에 쥔 두 개의 황금컵을 적절히 섞어가며 균형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빨간 날개는 그 과정에서 발휘되는 인내, 희생을 보여주고 있지요. 하지만 그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습니다. 카드의 먼 배경으로 펼쳐진 길은 녹음이 푸르르고, 황금 왕관이 번쩍이고 있으니까요. 마침내 중용의 도를 이룬 것이겠지요.
상담 속에서 만나는 절제카드는, 내담자에게 필요한 덕목을 이야기해 주곤 합니다. 흔들리지 않는 마음, 적응과 조화, 자기 통제 등을 통해 절제에 이르도록 안내하지요. 물론 이러한 상태에 놓여있다면 내담자로서는 지치고, 힘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노력이 헛되지 않음을 격려하고 내담자가 겪고 있는 감정을 공감하며 읽어줄 수 있다면 내담자는 상담을 통해 한발 더 나아갈 힘을 얻을 것입니다.
절제: 중용, 인내, 절제, 적응과 조화 / (역) 부조화, 쓸데없는 일이 많음, 조정 능력의 부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