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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약돌 Apr 16. 2024

16화. 루시퍼

15. The devil

   루시퍼[Lucifer , morning star]‘ 빛을 지닌 자'란 뜻. 하나님을 가까이 섬기며 찬양하던 천사였다가 하나님께 반역하여 쫓겨난 영적인 존재로 본다(사 14:12-15). '루시퍼'란 말은 이사야 14:12에 '계명성'(샛별)이라 번역된 히브리어 '헤렌'의 라틴어 번역이다. 이사야서 본문에는 자기를 지존자로까지 높이는 교만한 바벨론 왕을 조롱하는 어조로 쓰였는데, 마치 샛별이 잠시 반짝이다가 아침이 오면 사라지듯, 그 운명이 곧 끝날 것임을 시사한다. 이 단어가 하나님의 대적자인 '사탄'(Satan)에게 적용된 것이다(눅10:18).  '사탄'을 보라.
[네이버 지식백과] 루시퍼 [Lucifer, morning star] (교회용어사전 : 교회 일상, 2013. 9. 16., 가스펠서브)

  부할 수 없는 너의 마력은 루시퍼~  거부할 수 없는 너의 마법은 루시퍼~

  귓가에 이 음악이 재생되신다면, 우리는 동년배가 아닐까 싶습니다. (샤이니의 루시퍼)

  루시퍼는 영화, 음악, 미술등 다양한 분야를 망라하며 등장하고 있지요. 워낙 판타지적 세계관을 좋아하는 저는, 미드 루시퍼의 모든 시즌도 한 번에 정주행을 끝내버렸지요. 그러다 보니 문득 ‘루시퍼=악마’라는 단순한 공식을 넘어서 한때는 가장 사랑받던 천사였던 그의 추락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 무렵 루시퍼가 ‘빛을 지닌 자’라는 뜻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금성을 일컫는다는 것도 다시금 알게 되었습니다. 루시퍼를 보면 선과 악은 한 끝 차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 그렇기에 어쩌면 가장 인간적인 모습이란 생각도 들고요.  


오랜만에 찾아 들으니 귓가를 맴도네요. 샤이니- 루시퍼


   오늘의 카드는 ‘15번 악마’ 카드입니다. 1+5=6, 즉 6번 연인카드와 인연이 있는 이 카드는, 실제로 그 두 남녀가 서 있는 구도도 연인카드와 매우 유사합니다.

  연인카드가 순수한 사랑과 결합의 상징이었다면, 이 악마카드는 유혹과 종속, 부당한 계약등을 보여줍니다. 특히 연인카드에서 천사가 자리했던 위치에는 악마가 있고 그를 상징하는 역 펜타그램이 그려져 있습니다. 악마는 교묘한 계약을 건네는 존재이듯 이미 만들어진 함정 앞에서 인간의 선택을 종용하고 있습니다.

  다행인 점은, 계약은 항상 조건이 따르는 법이고 계약을 맺기 전 그 조건을 얼마든지 수정할 수 있습니다. 물론 유혹의 불 앞에서는 쉽지 않겠지만,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상태는 아니지요. 내담자와의 상담에서 이 악마카드를 만나면, 부당한 계약이나 유혹, 어떤 것에 중독된 상태 등을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혹은 신념에 반해 흔들리는 마음 상태일 수도 있지요. 하지만 상담가는 그런 내담자의 상황을 읽어줄 뿐 어떠한 도덕적 판단도 내려서는 안됩니다. 오직, 내담자가 이 계약을 올바르게 체결하고, 유리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객관성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내담자가 악마 카드를 받아들이도록 도와주세요. 누구나 마음속에 품고 있는 욕망이 꿈틀거리는 지점이 있습니다. 갈등의 지점을 내담자가 스스로 복기할 기회가 많아지는 것은 상담의 중요한 과정 중 하나니까요.



  ‘악의 평범성’ - 한나 아렌트

  한나 아렌트는 독일에서 태어난 유대인으로 파리를 거쳐 미국에 망명한 정치학자이자 철학자입니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는 그의 저서에서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을 발표합니다. ‘악’이란 파괴적인 주체가 가진 것이라는 관념을 뒤엎고, 악은 누구에게나 있다는 보편성을 지적한 것이지요.

  홀로코스트의 잔인한 학살 계획을 세울 때 적극 지휘한 루돌프 아이히만은 이 학살을 위한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축합니다. 그런데 600만 명을 살해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지휘한 아이히만은 실제로는 ‘아주 평범한 인물’이었다고 하지요. 아주 평범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통의 사람. 인물을 판단할 때 외모만을 볼 수는 없는 일이니 어쩌면 소시오패스나 사이코패스였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그는 단지 출세를 위해 맡은 일을 성실히 수행했다고 진술하고, 그것에 대해 전혀 죄책감이 없었습니다. ‘악’이 ‘보통’과 ‘성실’을 만나서 갖는 파괴성이란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었지요. 한나 아렌트는 어떤 시스템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악의 평범성의 발판이 된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유사한 결론으로 밀그램의 ‘아이히만 실험’이 있습니다. 이미 섭외된 연기자는 학생 역할을 하고, 실제 피험자는 그 사실을 모른 채로 선생 역할을 하게 됩니다. 학생의 암기가 틀릴 때마다 전기충격을 가하도록 하는데,  높은 충격이 가해질수록 학생의 고통스러운 비명(실은 녹음이었다고 하지요)이 들려옵니다. 피험자는 당황하지만, 모든 책임은 대학에서 지겠다는 말에 가장 높은 전압까지 올린 피험자가 65퍼센트나 되었다고 하지요.

  또 다른 실험에서는 피험자는 여전히 전기버튼을 누르는 역할을 하지만 두 명의 실험 담당자가 서로 다른 의견을 냅니다. 한 명은 실험을 끝까지 해야 해, 다른 한 명은 너무 괴로워하니 멈춰야 하지 않을까. 실험 담당자의 의견이 엇갈리자 더 높은 전압을 누른 피험자는 한 명도 없었다고 합니다. 이 사실을 미루어 볼 때, 자신에게 책임 소재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평범한 인간은 자신의 양심에 근거하여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이히만의 경우 학살 시스템을 계획할 때, 철저한 분업시스템으로 그 책임소재를 분산시켰습니다. 그럼으로써 죄책감을 덜어내고 시스템에 복종하게 만들었던 것이지요. 이와 같은 사실이 시사하는 바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토록 ‘평범한 악’이 실현되지 않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실험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던 실험담당자처럼,  자신에게 혹은 사회에 끊임없이 질문하는 것입니다. 내가 내린 결정이나 수행과정의 일부가, 나에게 혹은 가족에게,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를 말이지요. 악은 특별한 누군가에게만 국한되어 있지않습니다. 다만 그걸 통제하고 다루는 것은 온전히 개인의 몫이라는 걸 기억해야겠지요.



                                                              악마 : 부당한 계약, 유혹, 중독, 타락 / (역) 유혹을 뿌리침, 욕심을 버림, 구속에서 벗어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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