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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약돌 Apr 11. 2024

14화. 마침표

13. Death

  스트리아의 황후 엘리자베스,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제가 좋아하는 김준수 뮤지컬 배우가 <엘리자벳> 공연에 출연하면서, 팬심으로 보게 되었다가 나중에는 그 재미에 푹 빠져 N차 관람 중인 뮤지컬 작품 중 하나입니다. 팬심 때문이라고 말씀드렸듯이 처음에는 엘리자벳이 김준수 배우의 상대역인 게 부러워서 좋았지만, 극에 빠져 있을 때는 그녀가 삶을 쟁취하려는 노력이 멋져 보였습니다. 이 뮤지컬의 소갯말에는 ‘죽음마저 사랑에 빠지게 한 아름다운 황후’라고 적혀있습니다. 실제로 그녀는 아주 아름다운 여인이었고, 씨씨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사랑과 관심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죽음마저 사랑에 빠지게 한’라는 말은 그녀의 비극적인 삶을 표현하는 말입니다. 그녀의 결혼 생활의 시작은 동화 같았지만, 그 이후의 삶은 그렇지 않았으니까요. 그녀는 아들 조세프에게 집착하는 시어머니 소피에게 자식을 빼앗겨 제대로 양육해보지도 못했고, 지나친 스트레스로 인해 외모에 집착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린 딸을 잃은 것으로 시작해서 남편과는 멀어지고, 아들 루돌프마저 30세라는 이른 나이에 자살, 그녀의 아버지와 언니 헬렌, 어머니 마저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황궁에 머물면 그녀는 어김없이 몸이 아파왔고, 그럴 때면 여행을 떠나곤 했습니다. 그런 삶이 몇십 년이 지속된 것이지요. (그래서 이런 현실 도피성 여행을 씨씨 신드롬이라고 부르게 되었지요.) 결국 그녀는 무정부주의자에 의해 살해당하며 삶을 마감합니다. 죽음이 그녀의 삶을 따라다닌 것인지, 그녀가 죽음을 쫒은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을 가장 괴롭혔던 죽음을 통해 영원한 안식을 얻은 셈입니다. 이렇듯 죽음은 삶에서 가장 두려운 일이지만, 삶을 가장 온전하게 만듭니다.

  

좋은 넘버가 많아 지인에게는 늘 적극 추천하는 뮤지컬입니다.

  


  

  오늘의 카드 ‘13번 죽음’에 대해 저는 무척 깔끔한 인상을 받습니다.

  붉은 눈을 번뜩이는 말을 타고 온 해골 기사, 그리고 그 앞에 심판을 기다리는 사람들, 이미 쓰러져 죽음을 맞이한 황제, 저 너머로 밝아오는 새 아침.

죽음은 끝을 말합니다. 상황의 완전한 종료로 예기치 못한 변화를 맞이하게 되지요. 하지만 마침표가 있어야 또 다른 문장을 이어 쓸 수 있습니다. 지지부진 끌고 있던 일이나, 앓고 있던 병이 있다면 상황의 종료가 임박해 왔음을 카드는 보여줍니다. 끝, 그것으로 끝입니다. 사람의 마음과는 달리 무척 심플하지요. 그러니 상담 중에 죽음 카드가 나왔다고 해서 지레 겁먹을 것은 없습니다. 오히려 절망을 딛고 희망을 보는 쪽으로 에너지를 쏟아야만 합니다.  



  

뮤지컬 엘리자벳에서 황후가 된 엘리자벳이 자유를 갈망하며 부르는 넘버입니다.


 <나는 나만의 것>


난 싫어 이런 삶

새장 속의 새처럼

난 싫어 이런 삶

인형 같은 내 모습

난 당신의 소유물이 아니야

내 주인은 나야

난 원해 아찔한 외줄 위를 걷기를

눈부신 들판을 말 타고 달리기를

난 상관없어 위험해도

그건 내 몫이야

그래 알아 당신들 세상에선

난 어울리지 않겠지

하지만 이런 날 가둬두지 마

내 주인은 바로 나야

저 하늘 저 별을 향해서 가고 싶어

한 마리 새처럼 자유롭게 날아갈래

난 나를 지켜나갈 거야

난 자유를 원해

난 싫어 그 어떤 강요도 의무들도

날 이젠 그냥 둬 낯선 시선들 속에

숨이 막혀 버릴 것 같아

 난 자유를 원해

당신들의 끝없는 강요 속에

내 몸이 묶인다 해도

내 영혼 속 날갠 꺾이지 않아

내 삶은 내가 선택해

새장 속 새처럼 살아갈 수는 없어

난 이제 내 삶을 원하는 대로 살래

내 인생은 나의 것

나의 주인은 나야

난 자유를 원해

자유



  

                                              죽음 : 예기치 못한 방향 전환, 변화와 손실, 상황의 종료 / (역) 이미지의 변화, 기사회생, 포기했던 것이 돌아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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