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약돌 May 02. 2024

22화. 완성과 순환의 고리

21. The world

  격이 급한 사람, 그러니까 저는, 글을 쓰기에는 적합할지 몰라도 글을 쓴 이후가 무척 힘듭니다.

  글을 쓰고 다듬어서 더 좋은 글로 만들어 가는 퇴고의 과정은 차라리 즐거운 편에 속합니다. 하지만 이 글을 알아봐 줄 누군가를 찾아 헤매는 시간은 정말이지 억만 겹의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길게만 느껴집니다. 정말 심할 때는 손에 아무 일도 잡히지 않으니 1,2주는 폐인으로 보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 제가 브런치에서 연재를 도전했습니다. 오늘은 그 연재의 마지막 편입니다. 시즌 1의 마무리라고 해야 할까요? 참 감회가 새롭습니다. 독자와의 약속을 지킨다는 것, 아니 그보다 먼저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내는 경험은 참 값지고 소중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완성된 브런치북을 돌아보자니, 부족한 부분이 눈에 띄지만 그럼에도 열심히 했다는 보람이 느껴집니다. 이 글을 읽어주신 많은 분들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디 전파 낭비와 시간 낭비가 되지 않는 글이었기를 바랍니다.

  타로라는 소재는 진입장벽이 높은 내용일 겁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저에게 타로공부는 인문학적인 견해를 넓히고, 타인과 소통하는 또 다른 방법을 배워나가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상담을 할 때에도 보다 다양한 영역에서 종합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뜰 수 있었다고나 할까요? 물론 아직 갈길이 멀답니다.

  오늘의 주제가 완성과 순환인만큼, 첫 브런치북 연재를 완결한 ‘완성’과 더불어 다음 시즌2를 준비하는 ‘순환’에 대한 감회를 주절주절 적어보았습니다. 완성하면 후련할 줄 알았는데, 후련함은 잠시고 더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포부를 갖게 되었네요.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재정비 시간을 거쳐고 곧, 다시 만나길 바라요!


시즌 1 완결, 축하해요 나 자신!



  메이저 아르카나 마지막 카드는 21 세계(월드) 카드입니다. 여사제(2)의 정신적 완성과 마법사(1)의 다재다능함이 만나 여황제(3)의 풍요로움이 되었지요.

  카드의 순서로 보아도, 이전 카드가 심판이었으니 좋은 판결을 받고 마침내 완성의 괴도에 올라선 것이라고 볼 수 있지요. 세계카드는 수비학적으로 보나 카드의 순서로 보나 성공과 완성, 새로운 세계로의 도약을 나타냅니다. 녹음의 순환고리 안에 나신의 여성이 웃음 짓고 있습니다. 그녀의 양손에 든 완드와 운명의 수레바퀴에서 본 것과 유사한 네 귀퉁이의 존재 역시 그녀의 여정이 성공적으로 끝났음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이 카드는 성공, 새로운 도약, 기회, 완성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이 카드를 만난 내담자는 자신의 상황에 안주하고 싶은 마음이 보일 때도 있습니다. 지금의 상황이 만족스럽기 때문에 더 도전하거나 상황이 바뀌길 원치 않을 경우입니다. 물론, 충분한 축하와 휴식은 꼭 필요합니다. 하지만 완성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항상 명심해야 합니다. 죽음카드가 말했던 것처럼 끝은, 또 다른 시작을 앞두고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미완성의 미학

  아름다움은 참됨, 선함과 더불어 인류가 추구해 온 지고의 가치 가운데 하나이다.  ​우리는 누구나 삶을 살아가며 완성을 향한 계획을 세우고 부단히 노력한다.  ​그렇게 노력하는 중에 완성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미완성은 니체가 인간을 가리켜 ‘아직 확정되지 않은 동물’이라 정의하거나 인간존재를 ‘결핍존재’라 불렀던 맥락과도 맞닿아 있다. 완성이 완료형이라면 미완은 항상 진행형이다.  ​​​-미학자 진중권 ‘완성으로서 미완성’ 중에서​
(우)미켈란젤로(1475~1564) 최후 작품으로 알려진 '론다니니 피에타'(1564), (좌) 페테르 파울 루벤스(1577~1640), ‘댐이있는 풍경’(1635)

  미켈란젤로와 루벤스 모두 작품의 색깔이 뚜렷하고 완성도가 높은 작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미켈란젤로의 마지막 작품인 ‘론다니니 피에타’는 그의 작품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투박하고, 단순합니다. 하지만 미켈란젤로의 생애와 그의 역량을 바탕으로 이 작품을 바라본다면 의도적인 미완이라면, 작품이 주는 느낌은 확연히 달라집니다.

  빛의 화가 루벤스의 작품 역시 마찬가집니다. 화려한 색채와 빛에 인물에 대한 묘사가 인상적인 이 화가는 말년에는 무채색으로 자연을 그려냅니다. 꾸미지 않은 모습 그대로의 자연은 완성 너머의 순환이 엿보입니다. 돌고 돌아서, 가장 근본적이고 절대적인 자연을 만난 그는 어떤 생각으로 그림을 그렸을까요?

  ​어떤 것을 완성시킨다는 것은 책임감이나 전문성의 문제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예술에서는 다른 것 같습니다. 미완의 작품이 오히려 대작으로 남거나, 미완성으로 인해 비로소 완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아름답습니다.




                                                        세계 : (정) 완성, 다른 세계로의 도약, 성공, 전성기/ (역) 미완성, 실패, 미숙함, 슬럼프

이전 21화 21화. 공정한 심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