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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경 Jan 25. 2024

나의 존재를 목격해 줄 생명

  미국에서 돌아오기 직전인 봄, 종종 꽃다발을 선물 받았다. 나는 소중한 것이 생겼다가 사라지는 것을 두려워하기에 꽃을 포함한 식물 키우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소중한 사람들이 사랑을 담아 선물해 준 꽃들은 여느 식물들처럼 말라죽어 내 곁을 떠났지만 조용히 내 옆에 살아 숨 쉬는 생명체가 있다는 것이, 나의 존재를 묵묵하게 목격해 주는 생명체가 있다는 것이, 매일 물의 양이 줄어듦으로 그들이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이 얼마나 벅차고 소중한 일인지 깨닫게 해 주었다.


  그래서 한국에 오면 꼭 식물을 키워야지, 다짐했는데 또다시 소중한 사람에게 생명을 선물 받았다. 이제 나의 공간에 나 말고도 숨 쉬는 생명체가 생겼다.


  같이 잘 지내볼게, 고마워. 우리가 말한 대로 행운보다는 행복을 좇는 사람이 되자. 그리고 아직은 이름 없는 나의 식물아, 인간은 못 하는 것을 감히 부탁해도 될까.


  조용히, 가만히, 그리고 오랫동안 나의 존재를 목격해 줘. 떠나지 말고 그 자리에 오래 있어줘.


/2023.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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