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hoPapa Mar 29. 2024

두 아이 아빠, 가족의 생계를 건 실험을 시작하다.

책임감과 불투명한 미래의 시작점에서...

"여보"

"안돼"

"일 그만둬도 돼?"

"죽을래?"


둘째가 태어났다. 낯설지 않은 소리가 청각을 자극한다. 응애응애으앵앵.


생명의 새로운 시작은 우리 가족의 삶의 패턴도 모두 새롭게 하였다.

지금까지 2대1 마크 히딩크식 압박수비 같이 첫째를 돌봐왔다.

이제는 1대1 마크뒤에 받쳐줄 지원군이 없다.


이 시대 맞벌이 부부에게 하나와 둘의 차이 믹스커피와 에스프레소 같은 차이이다.

달짝찌근씁씁함이 있던 커피만 먹다가 커피의 찐 엑기스만 먹었을때 충격과 같은것이다.


하루 하루 어른의 출퇴근시간과 아이의 체력/감정 타이밍의 절묘한 조화로 밤9시 육퇴까지 마칠수 있도록 온 감각을 곤두세운채 보낸다.

여자의 감각은 더 예리했다. 

내가 "여보" 라고 두글자만 뱉었는데 "안돼"를 외친다.

.

.

"일 그만둬도 돼?" 

.

.

일단 내뱉었다. 

역시나 예상했던 결과 였다.

오랜만에 3초간 눈맞춤을 하였다. 

순간 아내의 눈이 이렇게 컷는지 새삼 새로운 발견을 한다.

.

.

"죽을래?" 

.

.

높지도 낮지도 않은 중저음 음역대로 또렷하게 발음했다.

.

.

"....아..니..그..치..ㄴ..구..가....으..은..퇴..하니..뭐니......" 

.

.

기세에 눌려서 대답도 같이 눌린 채로 나오기 시작한다. 

다행히 나의 어눌한 말은 전달되지 않은채 다른 일을 하고 계신다. 

당당하게 말은 했지만 끝맺음 없이 묵묵히 옆에서 장난감 청소를 돕는다. 


아이 둘 키우는 맞벌이 부부라면 전혀 특별하지도 않을, 어디든 거의 비슷하게 일어날 상황의 한 장면이다. 

혼자서 살때는 맘에 들지 않다면 당장 사표를 쓰고 나올 만큼 자신감과 용기로 똘똘 뭉쳐있던 나였다.

이제는 처자식의 눈치를 보며 꾹 참을 수 밖에 없다. 


언제부터 였을까...? 백수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건...?


'백수' 라고 하면 놀고 먹고 자는 잉여 인간의 이미지가 있다. 

하지만 원하는 모습은 그런 것이 아니다. 

내가 되고 싶어하는 백수는 나의 버킷리스트들을 이루는 백수가 되고 싶은 것이다.

'자녀에게 3가지(수영, 언어, 피아노) 내가 가르치기', '가족 금관 5중주 만들어 세계 공연하기', '백발노인이 되어도 가라테(공수도) 하기' 등등... 

누군가에게 허무맹랑해 보이고 중요해 보이지 않을거 같지만 꽤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던 꿈들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회사 일을 하면서 달성 할 수 없겠다고 느껴지기 시작했다.

오전 7시 기상해 아이 등원 준비 및 출근 준비, 

9시-18시 회사 생활 마치고 귀가,

집에 들어와 21시까지는 더 많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모든 육아를 마치고 21시에서 22시가 되었을 땐,

버킷리스트를 위해 움직 일 수 있는 시간도 체력도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런 나날이 계속 지속 되니 삶의 무료함도 따랐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삶의 의미를 잃어가고 있었다.

그럴때 마다 떠오르는 생각이였다.


회사를 다니지 않고도 살아 갈 수 없을까?


이런 생각을 주변에 말할게 되면 나오는 반응은 다 똑같았다.


"아이들이 커서 하면 되지"

"참고 그냥 살어"

"꿈보다 현실을 살아라"는 식의 조언을 해주었지만,


그것이 제 마음 속의 답답함을 해소 해주지는 못했다.


현실적으로 처자식들을 먹여 살리는 비용, 집 장만을 위해 빌린 대출금 등등. .

넘어야 하는 산이 많은건 나도 충분히 알고 있다. 

처자식을 굶기고 대출금을 갚지 않는 망상가는 아니다.

이런 생각 하는거...내가 잘못된 것인가? 

그래, 잘못된 것 일수도 있다. 

스스로 자신이 잘못되었나 계속 자문해보기도 했지만...

그래도...시도조차 하지 않고 포기하는 것이 더 억울하게 느껴졌다.


이러한 고민 중에 『비즈니스 모델 혁신 워크북』 김대이 저자의 "실험을 통한 가설 검증 수행 (실험을 통한 검증 대상)"에 대하여 알게 되었다.


"가설 검증 수행"은 주로 연구나 실험 결과를 토대로 가설이 옳은지 틀린지를 확인하는 과정


무엇인가 머리에 스쳐 지나갔다.

 생각이 옳은지 틀린지를 직접 실행해 확인 해보자 

'백수가 되자' 에서 이제는 목표가 변경되었다. 


스스로 6개월 동안 가설 검증하는 시간으로 삼기로 하였다.

이 기간 동안 회사를 다니지 않고도 살아갈수 있을지 스스로 실험 해보기로 했다.


현재 여러가지 여건 상 6개월이라는 시간은 아내의 동의도 얻을 수 있을것 같았다.

아내도 현재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여유가 있을 때 였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였다.

다시 호기롭게 나섰다. 

.

.

.

"여보"

"안돼"

"6개월만"

"안돼!!!"

.

.

.

... 이렇게 나의 반쪽 짜리 백수 생활이 시작되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