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말한다. “그때만 할 수 있는 게 있어, 그러니까 지금을 즐겨”. 나는 이 말이 다소 무책임하다고 느꼈었다. 내가 알고 있던 더 나은 삶을 사는 방법은, 지금 하고 싶은 게 있어도 꾹 참고해야 하는 걸 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점점 나보다 오래 인생을 살아본 사람들이 하던 그 말을 나도 나보다 조금 덜 살아온 사람들에게 하기 시작했다. 내가 지금 미치도록 좋아하는 그것을 앞으로도 좋아할 거라는 보장이 없기에, 지금 하고 싶은 마음에 있을 때 충분히 해봐야 한다는 말을 스스로와 다른 사람들에게 하게 된다.
초등학교 때 장래희망을 적었던 걸 기억해 보면 다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직업을 적어왔다. 그리고 나는 그때 내가 아는 어른들이 다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있는 줄로만 알았다. 이제 보니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사람들은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앞으로는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아야지’하고 다짐하면 큰 장애물을 맞닥뜨린다.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나는 해외에 가는 것에 대해 큰 욕심이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학교에서 겨울 방학 동안 영국으로 어학연수를 보내주는 프로그램에 대한 메일을 읽었고, 영국이라는 말을 듣고 상상을 해봤더니 프리미어리그부터 수많은 영국 뮤지션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가면서 ‘가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되고 말고는 두 번째 문제였다. 영국에 오지 않게 됐더라도 나는 한국에서 내 마음이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해서나 해야 하는 것들을 해내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올 수 있게 돼서 와보니 너무 신기했고, 여기서만 느낄 수 있는 걸 느끼며 배울 수 있어서 행복했다.
어느 날은 학교 수업을 마치고 홈스테이를 같이 하는 친구와 그의 친구들까지 해서 프림로즈 힐을 구경하러 갔다 왔다. 도심 속에 넓은 공원과 언덕 위에서 펼쳐진 야경을 보고 들뜬 마음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을 탔다.
구글맵이 얘기해 준 대로 조금 붐비는 시간대였다. 사람이 많아서 서서 가야 했는데, 휴대폰으로 지도를 보며 서 있다가 문득 맞은편에 서 계신 아주머니를 봤다. 벽에 등을 기대고 피곤한 눈으로 창문을 바라보는, 어쩌면 그저 피곤한 하루 중 퇴근하는 모습이었다.
나한테는 신기하고 카메라를 들이밀게 되는 장면들이 누군가에겐 익숙하거나 심지어는 지겨운 광경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 한 편으로 삶이 모순적이라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 이 장면들도 내가 보고 싶었던 그 마음으로 봐서 이렇게 좋아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하고 싶은 걸 할 때, 같은 걸 봐도 더 좋게 볼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과연 내가 하고 싶은 걸로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하고 싶은 게 아니라 조금 더 안정적이게 보이는 걸 해도 무조건 성공할 거라는 보장은 없다.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그 질문에는 해답이 없는 것이다. 나는 하기 싫지만 다른 사람들이 더 낫다고 하는 그 길을 가더라도 실패할 수 있기 때문에, 실패가 두려워서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걸 망설이지 않아도 된다.
이번엔 고작 한 달 동안 교환학생을 오는 거였고, 진로를 선택하는 것처럼 신중한 결정은 아니었기 때문에 보다 쉽게 시도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짧은 경험이 앞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게 있는 순간에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하는지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할 수 있을지 의심하지 말자. 그전에 하고 싶은지 물어보고, 실컷 해보자
그러고 나서 잘 안되면 뭐,
그동안 즐거웠잖아?
Have f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