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 와서 버스킹 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익숙한 기타 소리부터 처음 보는 악기들까지 정말 다양했다. 하지만 버스커들이 가진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그들 모두 본인의 연주에 몰두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연주를 마치면 하나같이 행복한 미소를 보였다.
런던은 오후 5시만 돼도 해가 진다. 그러나 신기한 건 하늘이 금방 어두워지는데도 불구하고 주말이든 평일이든 어딜 가나 사람이 많다. 어느 평일 오후에 나는 혼자 산책을 할 겸 트라팔가 광장을 찾아갔다. 그때 또다시 들려오는 기타 소리에 발걸음이 자석처럼 이끌렸다.
바람이 꽤 부는 날씨였다. 한쪽에서 어떤 남자가 통기타를 들고 머리를 휘날리며 기타를 연주하고 있었다. 손가락으로는 줄을 튕기고 손바닥으로는 기타 바디를 때리며 리듬을 만들어냈다. 주변에 둘러 서서 구경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나도 조용히 그 옆으로 가서 섰다.
그의 연주는 단순히 귀로 듣기만 하는 음악이 아니었다.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과 기타 연주에 몰입한 그의 표정까지, 그 모든 게 하나의 메시지가 되어서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고 있었다. 주변에 아예 모르는 사람들이 서서 자기를 구경하고 있는데도 그는 전혀 부끄러워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점점 더 기타 줄에 시선을 고정하고 한 줄 한 줄 섬세하게 터치하며 소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작아졌다 커졌다 한 편의 이야기를 담은 음악을 쭉 연주하고, 다 마치고 나서야 머리를 넘기며 관객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큰 수익이 발생해서 하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 시켜서 하는 건 더더욱 아닐 것이다. 그러나 연주를 마치고 고맙다는 말을 할 때 그의 표정에서 보였던 만족감은 선명했다. 그리고 우연히 마주했던 그 장면이 나에게 줬던 벅찬 기분도 내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런런 길거리와 지하철 역에 있던 그 연주자들을 살아가게 하는 건 바로 그 만족감일 것이다. 다른 힘든 일을 하며 하루를 보내거나 혹은 평일 내내 그렇게 시간을 보냈어도, 자기가 좋아하는 악기를 자유롭게 또 완전히 몰입해서 연주하는 그 순간이 그들에겐 그 어떤 순간보다 길고 진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기타 연주를 다 듣고 그가 인사를 할 때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나도 고마운 마음을 담아 박수를 보냈다. 당신의 온전한 만족의 순간을 공유해 주어서 고맙다고, 몰두하는 모습과 진정성 있는 연주를 들려줘서 고맙다고. 한 동안 서서 박수를 친 후에 산책을 마치고 집에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