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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진 Feb 29. 2024

순수한 열정

아시안컵이 끝났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4강전 요르단에 패하면서 준결승 진출로 대회를 마감해야 했다. 해외에선 중계가 되지 않아 모든 경기를 라이브로 보지는 못했지만, 실시간 유튜브 리뷰 영상과 인스타 반응들로 사람들이 얼마나 큰 관심과 응원을 보내는지 알 수 있었다.


대회를 마친 손흥민 선수는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곧바로 영국행 비행기를 탔다. 4강전을 치른 그 주 돌아오는 토요일에 소속팀 토트넘은 경기가 있었고, 선발 출전이 불투명한 가운데 많은 팬들이 휴식을 바랐다. 그럼에도 바로 영국으로 향하는 모습과 평소 손흥민 선수의 의지를 비춰봤을 때 바로 다음 경기에도 출전을 할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사실 영국에 와서 보려고 예정했던 경기가 그 토요일에 있을 경기였다. 한국으로 가는 날 토요일은 시간이 안 돼서 바로 전 주 경기를 생각했던 것인데, 공교롭게도 그 경기의 날짜와 시간이 모두 아시안컵 결승전과 겹쳤다. 손흥민 선수가 우승컵을 들었다면 선수도, 대한민국 국민들도, 그리고 나 역시도 토트넘 경기에서 그를 보지 못하는 것과는 별개로 정말 기뻤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대표팀에서의 모습은 결승전 당일에 보지 못했지만, 소속팀으로 돌아온 그가 경기 시작 전과 경기 중에 교체로 투입이 되면서 얼마나 대단한 선수인지는 뚜렷하게 볼 수 있었다. 이미 아시안컵 경기들에서는 그가 경기 내용과 결과에 미치는 영향력이 엄청나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리고 그런 장면들이 많은 사람들을 열광하게 했다. 하지만 우리가 손흥민 선수를 보면서 더 대단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축구를 향한 그의 순수한 열정 때문인 것 같다.  


영국에 와서 직접 경기를 보며 느낀 점이 있다. 토트넘 경기를 보러 갈 때면 지하철 안에서 벌써 유니폼을 입고 들뜬 표정으로 경기장을 향하는 팬들을 볼 수 있다. 더 신기한 건 팬들의 연령층이 정말 다양하다는 것이다. 어린아이들부터 어르신들까지 모두 토트넘 유니폼이나 스카프, 비니를 몸에 걸치고 응원을 하러 간다. 특히나 가족들끼리 오는 모습을 보면 정말 즐거워 보인다. 모두 팀과 선수들을 응원하는 순수한 열정이다.


선수들은 경기장 안에서 본인들이 사랑하는 축구를 위해 몸을 움직이고 목소리를 높이고 공을 찬다. 현장에서 경기를 보면서 실재 선수들의 모습 속에서 그 열정을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그런 선수들에게 뜨거운 응원을 보내는 팬들의 함성은 정말 압도적이었다. 이번 경기에서 손흥민 선수가 후반 60분이 좀 지나 교체로 투입되며 선수들과 관중들에게 활력을 불어넣는 제스처를 취했는데, 그 순간 경기장이 정말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사람이 무언가를 향해 순수한 열정을 가진다는 건 그 사람뿐만 아니라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들까지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좋아하는 음악이나 스포츠가 있는 사람은 여가 시간을 본인이 순수하게 좋아하는 것들로 행복하게 보낼 수 있다. 또한 우리가 로맨스 영화를 볼 때 한 사람이 어떤 사람을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을 느끼는 이유도 바로 그 순수한 열정이 주는 행복 때문일 것이다.


축구를 향한 손흥민 선수의 뜨거운 열정이 앞으로도 본인 스스로뿐만 아니라 굉장히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함을 느끼게 해 줄 것이다. 영국에 와서 그런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너무나도 짜릿했다. 아직까지도 그 전율이 생생하다. 또한 내가 순수한 열정을 가질 수 있는 것들을 접하게 해 준 부모님과 지나온 환경들에 다시 한번 감사함을 느꼈다. 앞으로도 내가 좋아하는 축구와 손흥민 선수, 그리고 내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것들에 순수한 열정을 아낌없이 쏟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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