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집에서 홈스테이를 하는 친구는 다른 일정이 있어서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혼자 천천히 걸어갔다. 영국답지 않게 맑은 날씨와 한 손에 따뜻한 커피까지 여유롭고 평화로웠다.
양쪽 귀에 에어팟을 꽂고 백예린이 부른 산책을 들으며 걷는데 “보고 싶어라-” 이 한 마디에 그리운 얼굴들이 떠올랐다. 이제 겨우 2주가 다 지나가는데, 보고 싶어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다 괜히 마음이 찡해졌다. 이렇게 혼자 있으면 과한 감상에 빠지기도 한다.
참 아이러니하다. 이곳에 오려고 떠나고 싶어 한 것도 나인데, 그리워하는 것도 나의 몫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왔다면 더 좋았을걸 생각해 보지만 이미 시간은 지나가고 돌아가는 날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우리 삶은 참 유한하다. 어느 날 문득 보고 싶어도 보지 못하는 순간이 올 텐데, 그때를 위해 굳은 마음을 먹어야 할까 아니면 마지막까지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사랑을 주는 마음을 가져야 할까.
집에 거의 다 와간다. 끝없이 펼쳐진 하늘을 한 번 바라보고 식어가는 커피를 마저 마신 후에 집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