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상진 Feb 22. 2024

단단한 마음

마음이 단단한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환경이나 주변 사람들이 변해도 내면에 큰 흔들림이 없어 보인다. 그 단단함의 비결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내 마음은 아직 더 단단해져야 하는 것 같다.


나는 낯선 곳에 가거나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과 함께 있게 되면 불안하다. 겉으로는 티를 내려하지 않고 또 생존을 위해서 필요한 것들을 찾아서 적응해 보려 하지만 마음속에선 의지할 곳을 계속해서 찾는다.


학창 시절엔 친구들에게서 그 단단함을 찾아보려 했으나 아무리 가까운 친구여도 한계가 있었다. 내 가장 친한 친구들인 우리 누나들, 누나들은 나한테 큰 안정감을 준다. 내가 정말 많이 의지하고 같이 있으면 누구보다 재밌다. 하지만 그마저도 떨어져 지내게 되면서 영원할 수 없단 걸 깨달았다.


영국에 와서 지낸 지 일주일이 지났다. 전혀 새로운 곳에 완전히 혼자 왔다. 같은 집에서 홈스테이를 하게 된 친구와 그의 친구들까지 마침 같은 수업을 들어서 같이 놀러 다녔다. 같은 학교에서 왔다는 소속감 하나 만으로도 처음 만난 사람들과 여행을 다니기에 충분했다.


오늘은 시간이 많은 주말을 이용해 영국 남쪽에 있는 브라이튼에 다녀왔다. 런던에서 거리도 멀고 기차와 버스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일정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를 탔는데 창밖을 보니 너무 깜깜해서 잘 보이지 않았다. 창문에 비친 내 모습만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미지의 세계 속에 혼자 있는 기분이 들었다. 만약 휴대폰이 없었다면 구글맵을 사용해서 집에 찾아갈 수도, 모르는 말을 검색해 볼 수도 없었을 텐데. 무엇이 나의 나침반이 되어줬을까?


생전 처음 보는 곳을 여행하는 일은 신비하다. 처음 보는 광경에 감탄함과 동시에, 본 적 없는 장면을 보며 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어쩌면 한국에 돌아가서 익숙한 삶으로 돌아가도 살면서 이런 순간을 마주할지도 모르겠다.


아빠가 좋아하는 노래가 있다. 조용필 가수의  ‘바람의 노래’라는 곡인데, 최근에 싱어게인에 참가한 홍이삭 가수가 파이널 무대에서 이 노래를 불렀다. 좋아하는 노래를 좋아하는 가수가 불러줘서 감명 깊게 봤다. 노래 가사를 보면 이런 내용이 있다.


“나의 작은 지혜로는 알 수가 없네 내가 아는 건 살아가는 방법뿐이야. 보다 많은 실패와 고뇌의 시간이 비켜갈 수 없다는 걸 우린 깨달았네. 이제 그 해답이 사랑이라면 나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네”.


깜깜한 세상에 혼자인 것 같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을 때, 사랑은 나에게 나침반이 되어준다. 내가 여기에 있는 이유와 여기서 두려워하지 않을 이유. 그건 날 향한 예수님의 사랑이다. 그리고 이제 내가 단단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나도 그런 예수님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이전 03화 영국의 첫인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