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정도 후에 결과가 나왔다. 엑셀 파일에 학번을 입력해서 결과를 확인하는 방식이었는데, 처음 보는 조회 방법이라 이게 맞나 싶었다. ‘잘못 나온 거 아닌가?’ 의심하면서 두 번 세 번 조회해 보고 나서야 선정됐다는 걸 실감하고 좋아했다. 나 진짜 간다, 런던에 있는 브루넬 대학교로!
방학이 되면 영국에 간다는 생각에 2학기가 얼른 끝나길 기다렸다. 기말고사 시험공부를 할 때는 ‘이것만 끝나면..!’이라고 생각하며 집중을 해보려고도 했다. 중간중간에 준비해야 할 서류와 브루넬 대학 측에서 홈스테이 연결을 위해 이메일이 왔는데, 뭐라고 하는지 유심히 읽어봐야 한다는 생각에 메일을 열 때마다 항상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
홈스테이 배정에 대한 안내를 받았다. 학교에서 같이 가는 학생들이랑 숙소를 같이 쓸 줄 알았는데, 가정집 한 곳에 학생 한 명씩 배정된다는 소식을 듣고 조금 당황스러웠다. 사실 좀 무서웠다. ‘혼자 생활하고 학교 이동이나 이런 건 어떻게 하는 거지?’라는 걱정들이 몰려오면서 갑자기 가기가 좀 무서워졌다. 사람 마음이 참 웃긴 게, 그렇게 가고 싶어 해 놓고 막상 진짜 갈 때가 되고 당장 비행기도 혼자 타고 가서 생활하고 지낼 생각을 하니까 겁이 나서 가기 싫기도 했다. 내가 생각해도 웃기다.
공지가 하나 더 올라왔다. 공인어학성적표를 가기 전과 후에 한 번씩 제출해야 한다는 거였는데, 모의토익도 가능하다길래 1학년 때 카투사 지원을 위해 한 번 봤던 토익시험을 다시 보게 됐다. 성적 기준이 있는 건 아니고 어학연수를 다녀와서 성적이 올랐다는 기록이 필요한 것 같았다. 학교 언어교육부에서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있는 모의토익을 신청하고 편한 마음으로 시험을 봤다. 이렇게 긴장감 없이 시험 본 건 오랜만인 것 같다.
토트넘 경기 직관을 위해서는 다녀온 사람들의 후기를 폭풍 검색해 보고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회원가입을 한 후에 멤버십 가입을 했다. 그런데 일정을 찾아보면서 전혀 생각지 못했던 변수를 깨달았다. 바로 1월부터 있을 아시안컵이다. 아시안컵 일정대로라면 결승전이 2월 10일에 치러지는데, 내가 토트넘 경기를 보려고 했던 날이 딱 그날이다. 그다음 주인 17일에는 귀국하는 비행기를 타야 해서 시간이 안 될 것 같은데, 물론 한국이 아시안컵 우승을 하긴 바라지만 손흥민 없는 토트넘 경기를 볼까 봐 아쉽기도 하다. 경기 직관 티켓팅에 성공할 지도 아직 미지수이고, 손흥민 선수를 직접 볼 수 있을지도 확정이 아니라 걱정이 된다. 나중에 즐거운 후기를 적을 수 있길 바라는 수밖에.
드디어 학기가 끝나고, 오티 자료를 보며 조금씩 준비물을 챙겼다. 기존에 있던 개리어로는 4주 치 짐을 챙길 수 없을 것 같아서 새로운 걸 구매했다. 수화물 규정에 걸릴까 봐 아시아나 항공 홈페이지에서 꼼꼼히 찾아보고 구매했다. 그리고 준비물 중에 우리가 흔히 돼지코라고 부르는 변환기가 있었는데, 아빠한테 얘기하니까 영국 전압이 어떻게 되냐고 물어보셨다. 볼트라면 피카츄 백만 볼트가 제일 먼저 떠오를 정도로 아는 게 없었다. 찾아봤더니 우리나라는 220 볼트에 60 헤르츠이고, 영국은 230 볼트에 50 헤르츠이다. 아빠는 그럼 변환기 말고 변압기도 필요할 것 같다고 하셔서 또 찾아봤더니, 다행히 휴대폰이나 노트북 충전기는 프리 볼트 제품이어서 변환기만 사용하면 전압이 다른 국가에서도 고장 없이 사용이 가능하다고 핬다. 이렇게 또 아버지에게 한 수 배웠다.
해외에서 수수료 없이 환전해서 사용 가능한 트래블 월렛 카드도 신청해서 받았다. 마침 이 카드가 영국 지역 중에 런던에서는 교통카드로도 사용이 가능하다고 해서 신청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었다면 현지에 도착해서 오이스터 카드를 구매하고 충전해서 쓰는 번거로움이 생길 뻔했다. 상비약도 구매했고, 또 준비할 게 뭐가 있으려나. 가기 전에 맛있는 거나 많이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