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깜빡했더니 짠! 하고 영국에 와있었으면 좋았겠지만, 휴대폰 속 쇼츠와 달리 영국에 오기 위해선 14시간의 비행을 견뎌야 했다. 서울에 있는 작은 누나의 자취방에서 아침 일찍 일어나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으로 향하는 지하철이 타이밍 좋게 딱딱 와줬고 체크인과 원하는 창가 쪽 좌석도 운 좋게 얻을 수 있었다. 걱정했던 수화물 무게도 초과되지 않아서 바로 보낸 후에 누나랑 아점을 먹고 커피까지 여유 있게 마셨다.
입국 수속을 거쳐 들어가고 출발 20분 전쯤 탑승을 한 후에 비행기가 출발했다. 14시간은 너무 길었다. 아침 일찍 일어난 터라 타자마자 좀 눈을 붙였는데, 30분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기내식으로 쌈밥을 맛있게 먹고, 다운로드해 왔던 넷플릭스에서 데이비드 베컴의 다큐멘터리를 보기 시작했다. 그의 일생과 영국 축구의 과거 모습까지 볼 수 있는 재밌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먹고 보고 눈 감고를 반복하다 드디어 런던 히드로 공항에 도착했다.
데이터를 위해 E sim 대신에 가입한 로밍 서비스는 걱정했던 것과 달리 잘 작동했다. 한참을 기다려서 나온 캐리어를 챙겨서 약속된 장소로 향했다. “Brunel University” 팻말을 들고 서 있는 학교 직원분을 만나고, 같은 비행기를 타고 온 우리 학교 학생들을 만났다.
홈스테이 숙소의 위치가 가까운 학생들끼리 조를 이뤄 픽업 차량에 짐을 싣고 이동했다. 8시가 넘은 런던의 밤거리는 역시 바람이 많이 불었고 조금 스산했다. 운전자에게 내가 배정받은 숙소의 주소를 알려줬더니 그 앞까지 데려다줬고, 집주인인 코린 해리슨이라는 흑인 여성분이 몇 가지 설명과 앞으로 내가 지내게 될 이층에 있는 방을 소개해 줬다.
늦은 시간이어서 잘 준비를 마친 후처럼 보였다. 궁금한 게 더 있었지만 내일 물어보기로 하고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초인종이 울리더니, 학생 한 명이 더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아까 공황에서 봤던 분이다. 알고 보니 그분도 여기 집에서 지내는 것이었다. 그분은 일층에 있는 방에서 지내게 됐다. 저녁을 먹지 못한 우리는 컵라면을 하나씩 먹으며 얘기를 좀 주고받았고 내일 아침에 같이 학교에 가기로 했다.
혼자 가게 될까 봐 걱정이었는데 같이 갈 사람이 생겨서 좀 안심이 됐다. 방에 와서 짐 정리를 마치고 바람 소리가 잘 들리는 화장실에서 샤워를 했다. 이제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