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나 작가가 어떤 방송에서 작곡가 윤상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다. 윤상이라는 사람을 제대로 알기 전에 티비에서 나오는 어떤 노래를 듣고 푹 빠졌는데, 다음번에 다른 가수가 부르는 노래를 듣고 또 좋았다고 했다. 근데 알고 보니 그 곡들을 쓴 사람이 윤상이었다고 했다. ‘이것도? 이것도 윤상이야??‘ 이런 반응이었다고 했다. 알고 보니 그동안 좋아하던 곡들이 윤상의 작품이었던 것이다. 나한테 영국은 약간 그런 나라였다.
‘뭐야 이 사람 노래를 왜 이렇게 잘해? 기타도 잘 치고 발음도 멋있잖아!’ 하고 찾아본 애드시런의 국적은 영국이었다. ‘잠깐만 그럼 콜드플레이 이 사람들은 어느 나라 사람들이야?’ 하고 찾아보면 또 영국, ‘샘 스미스는 어떻게 목소리가 이렇게 좋을까?’ 하면 영국, ‘에이 설마 아델도 영국 사람이겠어?’ 하면 역시나 영국이었다. 큰누나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오아시스까지도 영국 사람들이다. 사실 별로 관심이 없던 나라였는데 내가 좋아하는 가수들이 다 영국에서 나고 자랐다고 생각하니까 그 나라가 조금씩 궁금해졌다.
독일 분데스리가에 있는 레버쿠젠에서 활동하던 손흥민 선수가 영국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으로 이적을 가면서, 자연스럽게 티비에선 독일 리그의 경기 대신 영국 팀들의 경기가 방송됐다. 경기를 중계해 주는 해설 위원의 격양된 목소리와 영국 특유의 거친 발음이 축구 경기를 더 재밌게 만들어줬다. 멋있었다. 그런 영국에서 7번을 달고 선발로 경기에 나와서 골을 넣는다니, 손흥민 선수는 진짜 최고였다.
해외에 갈 수 있다면 항상 영국을 제일 먼저 떠올렸다. 어떻게 그런 대단한 음악가들이 그 나라에서 많이 나올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 또 온 가족이 주말이면 축구 경기를 보러 갈 정도로 축구를 사랑하는 그 나라에서 우리나라 선수가 뛰는 모습도 직접 두 눈으로 보고 싶었다. 좀 있어 보이는 영국 악센트도 직접 듣고 따라 해 보면 재밌을 것 같았다. ‘언제쯤이나 갈 수 있을까’ 하고 그냥 혼자 상상만 하던 일이었다. 그러다 작년 2학기 중간고사 기간이 되기 좀 전쯤이었나, 평소 무시하던 학교 메일을 그날따라 자세히 읽어보게 됐는데 해외 파견학생을 모집하는 글이었다.
‘와-좋겠다 가면 진짜 재밌을 것 같은데?’ 하면서 좀 읽어봤는데, 동계방학 기간에만 가는 일정이 있었다. 내년 1학기엔 교생실습을 가야 하고 2학기엔 채울 학점이 얼마 안 남으니까 임용 시험 준비를 하려고 계획을 세웠어서 나는 갈 시간이 없겠다고 생각했었는데, 2024년 1학기 시작 전 겨울방학 때 딱! 그것도 4주만 갔다 온다는 게 오히려 좋았다. 오히려 좋은 정도가 아니라 진짜 딱이라고 생각했다. 더 망설이다 또 깊게 생각하게 돼서 흐지부지가 될까 봐 신청서를 작성해서 제출했다.
자기소개서랑 학습 계획서 같은 걸 써서 내고, 선발 기준은 성적을 본다는데 자신 없지만 일단 했다. 신청하고 엄마랑 아빠한테 말했다. “일단 가보고 싶어서 신청했는데 될지도 모르고, 됐는데 못 갈 것 같으면 포기해도 돼요 하하 가도 돼요?” 다행히도 두 분 다 반응이 긍정적이었고, 설레는 마음과 긴장된 마음을 오가면서 얼른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