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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진 Mar 05. 2024

영국 날씨

영국의 날씨는 듣던 대로 정말 변덕스럽다. 아침엔 비가 내렸다가 점심엔 해가 뜨고, 오후가 되면 바람이 거세게 분다. 이렇게 변덕스러운 날씨지만 영국인들은 산책을 멈추지 않는다. 패딩을 입고도 춥다고 말하며 걷는 내 옆으로 반바지를 입은 조거(Jogger)가 지나갔다.


영국인들이 하는 말 중에 “나쁜 날씨는 없다. 옷을 잘못 입었을 뿐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들이 산책을 하고 조깅을 하는 데 날씨는 장애물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비가 와도 상관없이 모자를 쓰고 산책을 하며 걷고 뛴다. 우산을 쓰거나 비를 피하기 위해 빨리 걷는 사람은 자주 보지 못했다.


날씨처럼 인간이 손 쓸 수 없는 게 없는 것 같다. 어느 날엔 친구들과 수업을 마치고 스카이 가든에 구경을 갔는데, 높은 건물에서 볼 경치와 해 지는 광경에 대한 기대를 흐린 날씨와 먹구름이 아무렇지도 않게 가려버렸다.


항상 맑은 날씨에 햇빛도 비추고 바람까지 선선하게 불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예상과 다르게 비가 내릴 때도 있고 심지어 때로는 폭풍우가 치기도 한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항상 밝았으면 하는 기대와 달리 언젠가는 흐린 날을 경험하게 된다.


그럼에도 영국 사람들은 산책을 한다. 비를 맞으며 달리고 실내에 들어서면 아무렇지 않게 빗방울을 털어낸다. 영국인들이 흐린 날씨와 비를 대하는 자세를 보며 나도 인생에서 흐린 날씨를 만날 때 저런 자세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날씨가 항상 맑으면 식물이 자라지 못한다. 오히려 말라비틀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니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비를 만난다 하더라도 섣불리 좌절하거나 실망하지 않아도 된다. 비가 와도 내가 가던 길을 묵묵히 걸어간 후에 겉옷을 훌훌 털어내면 된다.


지난날들을 생각해 보면 이제는 털어낼 수 있는 빗방울들과 먹구름들이 날 더 자라나게 한 것 같다. 날 흔들리게 했던 바람들은 나에게 가르침을 주었고, 그 모든 날들이 나의 식물을 건강하게 길러 주었다.


비가 온다고 고개 숙이고 좌절하지 말자. 두 눈을 바닥이 아닌 내가 가고 싶은 방향에 고정하고, 어느 날엔 여유 있게 걸어보고 어느 날엔 숨이 막힐 듯이 달려야겠다. 내 모든 날씨를 사랑할 수 있을 때까지,   


Carry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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