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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끔의 비밀

한식의 세계화 

by 제이 Jan 09. 2025

유튜브에서 요리영상를 보다보니, 우리말은 명확하지 않은 아날로그식 표현이 지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갖은 양념을 적당량 넣고 한소끔 끓여내면 됩니다.”

“파를 송송 썰어넣고 중불에서 푹 고아야 합니다.”

“소금을 한꼬집 넣어 심심하게 간을 하세요.”

“후추는 넣는둥 마는둥, 마늘 쪼끔, 물은 자박자박, 고춧가루 적당량”

이 모든 레시피 관련 용어들이 객관적 '수치'가 아닌 '감'에 의존한다.

갖은양념에는 뭐가 포함되고, 적당량은 도대체 몇 그램이며, 한 소끔은 몇 분을 의미하는가?

송송 써는 파는 몇 밀리미터이고, 중불은 섭씨 몇 도이며, 한 꼬집은 몇 그램인가? 

흔히 눈대중, 손대중이라 부르고, 전문용어로 “손맛”이라 하는 이런 애매한 용어는 요리 전문가들이 초보들에게 특별한 기술은 절대 공개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로 밖에 안보인다.  

정보를 디지털식으로 계량화하면 누구나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고, 재생산이 가능한데, 이런 불분명한 표현은 비생산적 토론과 갈등을 유발하기 마련이다. 

우리는 “적당함”이라는 표현은 더 이상 적당하지 않은 시대에 살고있다. "다음 장날 점심시간에 만나세"는 고대 농경사회에서나 통하던 말이다.

고려시대 때 청기와 굽는 장인이 사망하자 다시는 청기와를 만들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청기와 장인이 정확한 제조방법을 후세에 남겼다면 얼마나 더 많은 기술의 발전이 있었을까?  

앞으로는 레시피만 보면 누구나 쉽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는 세상이 오면 좋겠다. 정감 넘치는 엄마의 손맛보다는 누구나 장금이가 될 수 있는 그런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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