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의 세계화
유튜브에서 요리영상를 보다보니, 우리말은 명확하지 않은 아날로그식 표현이 지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갖은 양념을 적당량 넣고 한소끔 끓여내면 됩니다.”
“파를 송송 썰어넣고 중불에서 푹 고아야 합니다.”
“소금을 한꼬집 넣어 심심하게 간을 하세요.”
“후추는 넣는둥 마는둥, 마늘 쪼끔, 물은 자박자박, 고춧가루 적당량”
이 모든 레시피 관련 용어들이 객관적 '수치'가 아닌 '감'에 의존한다.
갖은양념에는 뭐가 포함되고, 적당량은 도대체 몇 그램이며, 한 소끔은 몇 분을 의미하는가?
송송 써는 파는 몇 밀리미터이고, 중불은 섭씨 몇 도이며, 한 꼬집은 몇 그램인가?
흔히 눈대중, 손대중이라 부르고, 전문용어로 “손맛”이라 하는 이런 애매한 용어는 요리 전문가들이 초보들에게 특별한 기술은 절대 공개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로 밖에 안보인다.
정보를 디지털식으로 계량화하면 누구나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고, 재생산이 가능한데, 이런 불분명한 표현은 비생산적 토론과 갈등을 유발하기 마련이다.
우리는 “적당함”이라는 표현은 더 이상 적당하지 않은 시대에 살고있다. "다음 장날 점심시간에 만나세"는 고대 농경사회에서나 통하던 말이다.
고려시대 때 청기와 굽는 장인이 사망하자 다시는 청기와를 만들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청기와 장인이 정확한 제조방법을 후세에 남겼다면 얼마나 더 많은 기술의 발전이 있었을까?
앞으로는 레시피만 보면 누구나 쉽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는 세상이 오면 좋겠다. 정감 넘치는 엄마의 손맛보다는 누구나 장금이가 될 수 있는 그런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