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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있을 때 주말외박차 대구 집에 가려고 용산역에서 밤 9시에 출발하는 군용열차를 탄 적이 몇 번 있다.
일반 통일호열차 맨 마지막 11호칸을 TMO에서 빌려서 군용칸으로 사용했는데, 공짜라서 좋았다.
어느 금요일 저녁, 고향에 가려고 용산역에 걸어가는데, 역 앞에서 할머니 한 분이 말을 걸어왔다.
“아들 집에 왔다 고향으로 돌아가는데, 지갑을 잃어버렸어요. 차비 2000원만 도와주세요.”
고향에 계시는 어머니 생각이 나서 기꺼이 2000원을 드렸다.
당시 병장 월급이 6000원이었으니 적은 돈은 아니었다.
그런데 몇 달 후 같은 장소에서 그 할머니를 다시 만났다.
이번에도 똑같은 레퍼토리로 2000원만 달라고 하신다.
순진했던 나는 그때서야 깨달았다.
아! 이 할머니는 이게 직업이었구나.
이런 분 때문에 진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피해를 볼 수도 있겠구나.
그 후론 남에게 도움을 베푸는 일에 더 신중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