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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굿띵워킹 Jan 19. 2024

"아 회사 가기 싫다"의 진실

나 역시 누군가에겐 '회사'다

왜 회사 가기 싫을까?

누군가 회사 가기 싫은 마음의 끝판왕을 나에게 설명해 준 적이 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꽤 큰 충격을 받았었다.

아침에 출근하는데, 차라리 차가 와서 날 쳤으면 좋겠다. 그럼 회사 안 갈 텐데..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그래서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지.

저 정도로 가기 싫다는 마음이 대체 어떻게 하다가 싹튼 걸까, 슬펐던 기억이 있다.


하루의 삼 분의 일이나 보내는 곳인데, 그곳에서의 시간을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저릿하다.

회사 밖에서의 재미를 찾은 사람들은 그나마 괜찮지만 그렇지 못하고 괴로움과 원망 종국엔 자책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안타깝다.


한 기업의 조직문화를 나아지게 하는 것을 업으로 삼고 일한 지 어느덧 10년. 이 일을 하면서 참새가 방앗간 드나들듯 참고 삼아 살펴보는 기업들이 몇 군데 있다. '우아한 형제들'은 내가 좋아하는 방앗간 중 한 곳이다. 이제는 정말 '조직문화'라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우리나라에 '대중적'으로 전파한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 우아한 형제들의 창업자인 김봉진 님의 세바시 강연을 매우 좋아해서 1-2년에 한 번씩은 꼭 돌려본다. 이 일을 업으로 삼은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다. 이 영상에서 나는 내 일의 미션(Mission)으로 삼을만한 문장을 찾게 됐다. 그리고 그 마음을 잊지 않으려 이 영상을 자주 찾아본다. (영상 원본)

출처 : 세바시 <월요병이 없는 회사의 비밀>, 김봉진 前 우아한형제들 대표
회사에서 기분 나쁜 일이 있었어. 나 회사에서 우울해, 아니면 나 회사 다니기 너무 좋아 신나. 이런 이야기를 할 때 여러분들이 얘기하는 회사의 주체는 뭘까요? 사장님인가요? 딱 그렇지만은 않죠. 내 주변에 같이 일하는 동료들. 그렇죠. 하루의 삼 분의 일을 같이 지내는 동료들. 동료들이 날 무시하거나 잘못 알아주거나 뒤에서 어떤 뒷담화를 까는 것 같거나 그러면은 회사가 굉장히 다니기 싫어지잖아요. 반대로 생각하면 나 역시 다른 누군가에게 회사라는 것이죠. 사실은 내가 회사에 가서 코딩만 열심히 잘하고 오면 행복한가요? 내 주변 사람들하고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무엇을 먹고 어떤 것들을 얘기했는지가 사실은 나에게 가장 중요한 행복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하루의 삼 분의 일을 보내는 사무실이 즐거워지게

내가 찾은 내 일의 미션은 바로 이것이었다.
'하루의 삼 분의 일을 보내는 사무실이 즐거워지게 만들자.'


'회사 가기 싫다'는 말에서 '회사'라는 주체가 우리 구성원들에게 무엇인지를 따지고, 그 이유를 정리해 보고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것이 내가 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일을 하는 연차가 쌓일수록 내가 새로이 깨달은 건 '즐겁다'는 상태 역시 복잡다단하다는 것이었다. 그냥저냥 즐거워서는 직원들의 몰입을 지속할 수 없다. 회사는 동아리가 아니니까.


"지금 다니는 회사에 남고 싶나요?"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의 답은 무엇일지 궁금하다. 아마도 "아 회사 가기 싫다"는 제목을 클릭하고 들어왔으니, 'No'라는 답이 높을 것 같긴 하다.


내가 이 팀, 회사에 얼마나 남고 싶으냐를 구분하는 단계가 있다. 왜 이 회사가 좋은지를 물었을 때 나오는 답으로 어느 정도 구분이 가능하다. (최지훈 님의 <그래서, 인터널 브랜딩> 책을 통해 배운 개념이다.)


1)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가 나에게 '필요하기 때문에' 남고 싶다면 [지속적 몰입]의 상태다.

   월급이 잘 나오고 안정적인 직장이기 때문에 이 회사를 필요로 하는 정도다.

   이때의 회사는 말 그대로 '수단'일뿐이다.

2)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를 '좋아하기 때문에' 남고 싶다면 정서적 몰입의 상태다.

   마음 맞는 동료, 따르고 싶은 상사, 챙겨주고 싶은 후배들. 그 사람들과 만드는 긍정적인 네트워크,

   그로 인해 느끼는 따뜻한 분위기와 일체감 때문에 이 회사가 좋은 정도로 지속적 몰입의 상태일 때보다는

   지금 회사에 오래 남을 확률이 높다.

3)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가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남고 싶다면 도덕적 몰입의 상태다.

   회사의 철학과 가치, 의사결정의 수준에 동의하기 때문에 이 회사를 선택하는 상태다.

   이런 좋은 조직이 지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조직 밖에서도 이런 가치관을 유지할 확률이 높다.


어느 회사에 속해서 일을 할 때 위 세 단계의 몰입이 다 충족되어야만 조직에 마음을 다할 수 있다고 한다.

세상 모든 관계가 그렇듯, 결국 나와 가치관이 맞지 않으면 진심으로 오래가기는 어렵다.

정서적으로, 도덕적으로 내가 몰입할 수 있는 회사인지 입사 초반에는 알기가 어렵다. 물론 회사의 채용 홈페이지, 블로그, 링크드인 채용 담당자의 글 등을 통해 겉핥기로 알 수는 있겠지만. 우리는 모두 다 안다. 진정으로 그런 회사가 아니라면 3개월만 다녀도 실상을 알 수 있다는 걸.




'좋은 어른'이란 말에서 '어른' 대신에 '선배', '동료', '리더', '팀', '회사'를 넣어서 고민해 보는 시간

그런데 내가 김봉진 님의 영상에서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포인트는 사실 여기에 있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회사다"

이 마음을 모두가 가지기만 해도 우리의 회사생활은 덜 험난해질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내가 하는 일의 출발점은,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이 문장을 심어주는 일이라 생각한다. 내가 다른 누군가에게 '회사'로서도 충분히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시작은 상당히 본질적이다.


'어떤 어른이 좋은 어른이라고 생각하나요?'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것이 시작이다.


각자가 떠올려보면 좋겠다. 우리는 평소 이 문제에 대한 고민을 자주 잊고 사니까.

나는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좋은 어른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기준으로 행동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지키지 못할 때가 허다하지만 그런 순간들을 차츰차츰 줄여나가는 것을 나의 긴 인생의 목표로 삼고 있다.


어떤 어른이 좋은 어른일까?

어떤 선배가 좋은 선배일까?

어떤 동료가 좋은 동료일까?

어떤 리더가 좋은 리더일까?

어떤 팀이 좋은 팀일까?

어떤 회사가 좋은 팀일까?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답이 나오겠지만 방향만은 명확하다.

하루의 삼 분의 일을 보내는 사무실이 즐거워지려면 우리 사무실에 어떤 사람이 필요할지.

나는 어떻게 해야 그런 의미로 동료에게 필요한 사람이 될 수 있을지.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회사에 속해서 일하는 것에서 '의미'와 '재미'를 찾을 수 있기를 바라며.


내가 찾아보고, 듣고, 읽고 생각한 것들을 잘 써서 나눠보려고 한다.






굿띵워킹(goodthings of working)
제가 생각하는 '회사원으로 일하는 것의 좋은 점'은 단연 '좋은 동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느 때와 같이 회의를 끝냈는데 회의가 그 자체로 너무 즐거웠던 적이 있습니다. 의견을 자유롭게 나누고 일도 재밌게 하고 서로를 위하는 동료들과 함께 해서였더라고요. 회사에서 의미도, 재미도 찾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서로의 안위를 살피고 서로의 나아감을 돕는 좋은 동료들이 있었다면 그들의 안색이 달라지진 않았을까 생각하게 됐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회사가 돈벌이 수단에 그치지 않고 자아를 실현하고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곳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읽고, 보고, 들은 것들을 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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