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드백 잘하고 싶다면 해봐야 할 질문 25가지
조직문화 담당자로 일을 하면 현업의 팀장님들이 무엇을 힘들어하는지 전해 듣는 기회에 늘 열려 있게 된다. 특히 어려워하는 것을 꼽자면 피드백이다. 어려운 이유도 각양각색이다.
(내가 상사에게) 받는 피드백이 곱지 않아서 (구성원에게) 나가는 피드백도 곱지 않다.
바쁘다.
꼰대포비아에 걸려서 아무 말도 꺼낼 수가 없다.
피드백을 받는 팀원들의 성향과 상황이 너무 다 다르다.
부정적인 피드백 하는 것이 너무 어렵다. 어디까지 솔직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피드백을 해 달래더니 해도 안 듣는다.
내가 피드백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보상에 대한 권한이 없는 중간자인데 내 피드백이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무엇을 피드백해야 할지 모르겠다. (마이크로매니징 하고 싶지 않아요!)
피드백 미팅(예전엔 대부분 '면담'이라는 단어를 썼던 것 같은 시간)이 좋았다 혹은 망했다 수준의 리뷰 말고 정말 제대로 짚어본 적이 있는지 떠올려보자. 나는 운 좋게도 이런 대화 주제를 어렵게 받아들이지 않는 동료들과 일하고 있다. 우리는 밥 먹다가도 편하게 이런 이야기를 나눈다. 물론 조직문화와 리더십을 일로 삼은 사람들이 모였기에 가능한 부분도 크다.
이 쪽 분야에서 일하지 않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이런 대화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다. 피드백의 '결과'에 대한 이야기가 있지, '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잘 없다(험담은 많이들 한다). 이 과정을 잘 파헤쳐 봐야 남들에게서 배우고, 나의 실수를 통해서 배울 수 있다. 그래야 나아짐이 있을 텐데 이런 류의 대화는 대게는 낯부끄럽다.
우리 회사에는 팀장급 직책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여러 리더십/조직문화 프로그램들이 있다.
팀장들이 피드백에 대해 가지고 있는 고민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식사를 곁들인 '피어 러닝(Peer Learning)'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이 자리에서 어떻게 해야 속에 있는 경험과 생각을 쉽게 꺼낼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고, 그렇게 해서 [피드백 젠가]를 제작하게 됐다. 처음 만나는 이해관계없는 팀장님들과 피드백 젠가 한 판 하고 밥을 먹으면 끝나는 프로그램!
피드백에 대한 '나만의 좋은 아키텍처'를 만들어야 나에게서 나가는 피드백이 계속해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피드백 아키텍처'를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것은 나만의 어떤 '철학'일 수도 있고, 과거의 경험 혹은 실수를 통해 배운 교훈일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의 것을 보고 배우는 것일 수도 있다. [피드백 젠가]에서는 말 그대로 이 모든 요소들을 묻는 질문들을 젠가 블록에 녹여냈다.
피드백에 대한 경험, 피드백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들, 나만의 피드백 꿀팁을 묻는 질문들을 쭉 리스트업해 젠가를 만들었다. 그러고선 피드백에 고민이 있고 이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은 팀장님들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있게만 했다.
한 시간 동안 젠가 게임을 하시라고 했을 뿐인데, 그 어느 때보다도 '시끄러웠다'. 그 어느 때보다 상기된 목소리와 표정들이 떠 다녔다.
그만큼 피드백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 듣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단 것 아닐까.
나의 경험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지며 셀프 회고해 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대화를 쉽게 하기 위한 도구로 젠가라는 게임을 사용했을 뿐, 이 질문들은 그 자체로도 유의미하다.
그러니 내가 피드백을 잘하고 싶다면, 피드백 미팅이 알맹이 없이 겉도는 느낌이 들어 찝찝하다면 위 질문들에 먼저 스스로 답해봤으면 한다. 질문에 답을 하는 동안 내 안에서 흩어져있던 생각과 경험들이 자연스럽게 정리될 것이다. 그럼 부족한 게 뭔지 알 수 있게 된다. 스스로 해결책을 떠올리긴 어렵겠지만 그건 문제가 안 된다. 그에 대한 답을 줄 수 있는 매개체는 우리 주변에 정말 많으니까.
내가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느꼈던 가장 큰 바는, 우리 안에 이미 좋은 답이 있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정리해본 적이 없어서, 내가 대단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놀랄만한 성과를 아직은 만들어내지 못한 것 같아서 동료들에게 쉽게 조언을 못 건넬 뿐이다. 하지만 회사에서 팀장직을 아무에게나 맡겼을 리가 없다. 어떤 분야에서든 개인기가 있어 팀장이 되었기에 배울 부분이 반드시 있다. 내 주변에 있는 동료 리더들도 충분히 좋은 답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모두 이 사실을 간과하지 말고 주변 peer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좋겠다.
피어 러닝을 표방했지만 출발은 네트워킹 프로그램이었기에 팀장님들끼리 친해지는 것만으로도 소기의 목표 달성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게임이 뭐라고 모두들 진지하게 임하며 각자의 안에 있는 것을 꺼내서 나누고 계셨다. 누군가 나에게 와서 피드백 팁을 물어주길 바라고 있었던 사람처럼. 혹은 내가 두는 바둑판에서는 수가 안 보여도 남이 두는 바둑판 수는 읽을 수 있다고 자신하는 사람처럼.
그러니 피드백이 어려워 고민인 분들이 이 글을 읽고 계시다면 아래 질문들을 각자의 peer들에게 각 잡고 물어봤으면 한다. 강의나 책을 통한 배움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우리 회사의 규모나 사정에 맞는 일상밀착형 조언은 당연히 같은 조직 안에서 해답을 찾는 것이 더 쉬울 수도 있다.
사실, 내가 이 질문들을 정리하면서 내심 바랬던 (유도했던) 그림은 참여자들이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이런 걸 깨닫는 것이었다.
스킬의 영역에서는 팁이 필요한 게 당연하지만, 큰 그림으로 보면 결국엔 피드백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 사이에 '신뢰, 관심, 좋아함' 같은 게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네!
구성원들이 일에 치여 느낄 기회가 없는 것들을 깨닫게 하는 것, 새로운 안테나를 가지게 해주는 것이 내가 하는 일의 이유라고 생각한다. 피드백에 대해서는 돌고 돌아, 상대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그 어떤 말도 효과가 없음을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한다. 위에 있는 가벼운 질문들을 통해서!
피드백하는 상대에게 품어야 하는 애정에 관해선, 트루스그룹 윤소정 대표님의 인스타그램 무물 스토리 캡처 이미지를 공유하고 싶다!
굿띵워킹(goodthings of working)
제가 생각하는 '회사원으로 일하는 것의 좋은 점'은 단연 '좋은 동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느 때와 같이 회의를 끝냈는데 회의가 그 자체로 너무 즐거웠던 적이 있습니다. 의견을 자유롭게 나누고 일도 재밌게 하고 서로를 위하는 동료들과 함께 해서였더라고요. 회사에서 의미도, 재미도 찾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서로의 안위를 살피고 서로의 나아감을 돕는 좋은 동료들이 있었다면 그들의 안색이 달라지진 않았을까 생각하게 됐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회사가 돈벌이 수단에 그치지 않고 자아를 실현하고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곳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읽고, 보고, 들은 것들을 써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