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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준생 Mar 19. 2024

#17 '과유불급(過猶不及)'!?

입문자 차준생의 茶이야기

지난 주말 아껴 마시던 '보이 숙차'가 드디어 바닥을 드러냈다. 차를 우리려 찻잎통을 열어보니 찻잎의 가루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런 가루를 탈탈 털어내어 마지막으로 '숙차'를 우려내려 준비하였다. 그런데 가루를 탈탈 털어내어 보니, 생각보다 훨씬 많은 양이었다. 평소 나는  끓인 물 1.5L 기준 4g~6g 정도의 찻잎을 사용한다. 그런데 가루를 탈탈 덜어내어 보니, 10g도 훨씬 넘는 양이었다.


이렇게 탈탈 털어낸 가루를 다시 통에 넣자니 애매하고, 2번을 마시기에도 가루들이라 이 또한 애매했다.

마지막 피날레로 아주 진하게 한번 우려 마셔보자는 생각으로 전부 우려내어 마셔보기로 하였다. 그리고는 차를 우려내었다. 당연하게도 아주 진하게 우러나와 따랐을 때 찻잔의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빛깔이었다.

차라기보다는 마치 한약이나 보약처럼 보일 정도였다. 차의 맛 역시 당연히 진하게 느껴졌으나, 내가 기대했던 것만큼, 깊은 맛과 향을 낸다거나 하지 않고, 그냥 맛이나 향이 강해졌다 정도의 느낌이었으며,


그다지 특별히 맛있어지진 않았고, 되려 조금 흙맛이나 쌉쌀한 맛이 강하게 느껴져, 평소에 마시던 차보다는 조금 아쉬운 맛이었다. 하지만 평소에 워낙 좋아하던 '보이숙차'이던 터라 내겐 크게 마시기에 거북하진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맛이나 향보다는 마시고 난 후에 일어났다. 나는 늦은 저녁 혹은 밤에 차를 즐기는 터라 차를 마시고서는 근방 잠자리에 드는 경우가 많은데, 지난 주말도 마찬가지였다. 마찬가지여야 했다.


침대에 자리를 잡았을 때부터 손발이 차고 배가 살살 아파오는 것이 낌새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빨리 잠들어 버리려 노력했으나, 그 마저도 쉽지 않아 그날밤은 쓰린 배를 부여잡고 화장실을 들락거리느라 잠을 온전히 이룰 수가 없었다. 덕분에 나는 월요일 오전 근무시간에 쏟아지는 졸음과 싸워야만 했다.


그 후 찾아본 결과, 보이차(숙차)에는 소량이지만 카페인이 함유되어 있어, 과하게 섭취할 경우 수면방해나 위장 관련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고 한다. (지난 주말 밤 전부 몸소 경험해 본 것 같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듯, 과한 것은 부족한 것만 못하다고들 한다지만, 나는 부족한 것보다는 과한 게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모자라느니 남는 것이 낫고, 부족하느니 넘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무엇이든 아끼다가 혹은 자존심 때문에, 또 때로는 눈치만 보다가 다 못 내어. 못 전해 준 것들이 끝끝내 아쉬움으로 남아, 쌓여 후회로 스스로를 괴롭힐 때가 있다. 좀 더 줄걸, 좀 더 전해 줄걸, 좀 더 잘해줄걸, 좀 더 보여줄걸, 더..., 좀 더... 


물론 적당한 것이 가장 좋다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가? 

마음에도 저울이 있으면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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