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문자 차준생의 茶이야기
끓인 물을 찻잎에 부어 우려내는 시간.
차마다 다르고, 또 사용하는 도구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의 차 생활에서는 평균적으로 40초에서 1분 을 남짓 인 것 같다. 그렇게 끓인 물을 붓고, 기다리는 시간 나는 속으로 숫자를 세아린다. '일, 이, 삼...'
핸드폰에도 타이머 기능이 있고, 시계에도 있지만, 그냥 나는 내 입으로 조용히 세아린다.
'어쩌다 이런 버릇이 생겼을까?'
오늘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멍' 하게 숫자를 세어 나가던 중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원래 이 일, 저 일, 여러 개의 일을 펼쳐놓고 동시에 하는 타입이다. 이 일 하다, 저 일 하고, 그래서 최종적으로 하던 일이 거의 한 번에 완료되게끔 일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 뭐 장단점이 있겠지만, 같이 일하기 썩 좋은 업무 스타일이 아니란 것은 나도 알고는 있다. 좀 산만하거나, 부산스러워 보일 수도 있고 말이다.
딱히, 특별한 이유는 없고, 그냥 나의 성향인 듯하다.
하지만 다르게 보면 한 가지 일에 온전히 잘 집중 못한다는 뜻이기도 한 것 같다.
당연히 이런 내가 처음 차를 마시기 시작했을 때, 차를 마시며, 함께 할 일들을 모색했고, 그것이 독서와 글쓰기 그리고 영화 같은 영상물을 시청하는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생각보다 차를 우려 찻잎을 빼야 되는 시간을 놓치는 일이 더라 생겼고, 그렇게 쓰거나 떫거나 식은 차를 몇 번 마신 후부터, 차를 우리는 시간만큼은 다른 일을 하지 않고 다소 '멍'하게 라도 숫자를 세아리는 버릇이 생긴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해 보니, 새로이 생긴 나의 버릇이 제법 마음에 들었다.
비록 1분 남짓이지만, 이 시간만큼은 나는 오로지 차를 우리는 한 가지 일만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멍'하게 머리를 '텅'비우고 '일, 이, 삼...' 아무 생각 없이 세아리는 숫자들, 절대 정확할리 없는 1분 남짓의 시간을 입으로 읊조리며 세아리고 앉아 있는 멍청한 나를 생각하니 제법 우습기도 했다.
과연 그동안 일상생활 속에서 나는 머리를 비우고 그저 '멍'하게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있었을까?
또, 그렇게 생각하니 이 1분 남짓의 시간이 제법 소중하게까지 느껴지기도 했다.
근데 이 시간은 뭐라고 불러야 하지? 물멍? 차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