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문자 차준생의 茶이야기
드디어, 스무 편의 글을 끄적였다. 일주일에 두 편씩 10주, 대략 3달 가까운 시간이다.
누군가에게는 별거 아니겠지만, 어릴 적 일기조차도 꾸준히 써본 적 없던 나에게는 상당히 뜻깊은 일이다.
어떤 날은 혼자 이런저런 생각들로 왕창 글들을 써내려 갔다가, 다음날 다시 그 글을 보며 너무나도 부끄러워 지운 적도 있고, 또 어떤 날은 도무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아 머리를 쥐어 짜내며 쓴 날도 있다.
좋은 글이든, 나쁜 글이든, 재미가 있든, 없든 그렇게 저렇게 쌓여 스무 편의 글이 채워졌다.
처음 이곳에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나의 목표가 스무 편의 글이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자신이 없어서, 굳이 완결 편수를 지정하지 않았었는데, 어느새 진짜 스무 편이 되었다.
사실 최근 내 삶 안에는 그다지 내 뜻대로 되는 일이 별로 없었다. 아, 전혀 없었다.
하는 일마다 오해가 생기고, 사고가 터지고, 수습하고, 언제는 덮어두기도 하며, 그런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이렇게 피로하고 피곤한 그런 나날들 속에서 정기적으로 글을 쓴다는 것은 생각보다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여기 계신 작가분들 정말 존경스럽다.)
그런 나머지 어떤 날은 이제 그만 쓰려 이런저런 생각들을 참 많이 했었다.
과연 내가 앞으로 몇 편이나 더 차에 대해 글을 쓸 수 있을까? 입문자인 내가 마셔본 차도, 다뤄본 도구도,
또한 차에 대한 지식도 별로 없기에 이 만큼 쓴 것이 대단한 것 아닐까? 이쯤 해서 이 시답잖은
시리즈를 그만 쓰는 것이 맞지 않을까?,라는 생각들을 참 많이 했었는데...
결국에는 이렇게 스무 편에 오고 나니, 내 삶 안에 작게나마 위로가 되는 것 같다.
꾹! 참고, 꾹! 꾹! 키보드를 눌러가며 글을 써 내려갔던 내가, 나 스스로가 참 대견스럽게 느껴진다.
오늘은 그저 혼자 자축하며, 혼자 맛있는 거라도 사 먹어야겠다.
오늘처럼 이렇게 너무 작아 누군가에게 자랑도 못할, 작고 즐거운 순간들이 또 생기고 쌓이길 바래본다.
'과연 100편의 글을 썼을 때는 어떤 기분일까?'
앞으로 몇 개의 글을 더 끄적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머리를 쥐어짜 낼만큼 쥐어 짜내 글을 이어나가 볼 생각이다.
100편 까지는 좀 무리겠지만, 혹시 모를 일이다.
근데 언제쯤이면 입문자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