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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준생 Apr 02. 2024

#21 초여름을 기다리며

입문자 차준생의 茶이야기


올봄의 날씨는 유독 비도 자주 오고, 변덕이 심하다.

자주 내린 비탓인지 올해는 벚꽃도 잘 보이지 않는 것이, 여전히 겨울 같은 풍경을 자아내기도 한다.

지난겨울, 봄이 오면 차를 우려 보온병에 담아 어디 좋은 자리에 돗자리라도 펴고 앉아, 한가로이 꽃구경을 하며, 책도보는 '신선놀음'이라도 할 심상으로 봄을 기다려 왔는데, 정작 봄이 되니, 비도 많이 오고 황사도 심한 것이 초여름은 돼야 어디라도 나가 놀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렇게 나는 지금 초여름을 기다리기로 했다.


초여름이 오면, 차를 차갑게 우려내 볼 생각이다.

얼마 전 '차'에 대해 이것저것을 알아보며 알게 된 사실인데, 차는 꼭 뜨거운 물로 우리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냉차를 우리기 위해 뜨거운 물로 우려내어, 얼음이나 냉장고를 통해 식히는 방법으로 만들 예정이었는데, 몇몇 차들의 경우 바로 찬물로도 다소 시간을 들이면, 우려낼 수 있다고 한다. 그것과 함께 녹차를 냉수로 우려내는 방법을 탐독하는 중, 급한 일이 생겨 그 레시피를 부랴부랴 끄적이며 메모해 두었었다.


하지만 일을 마치고 확인한 메모는 처참했다. 메모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녹차 : 15그램, 찬물 얼음 두 개 동동//30분*2회'


'내가 뭐라고 써 놓은 거지?' 

나의 악필과 겹쳐 도통 알 수 없는 메모의 내용을 보며, 다시 내가 봤던 포스팅을 뒤적였지만,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냉녹차의 단서라고는 이제 내가 대충 적어놓은 저 성의 없는 메모뿐이 없는 것이다.

대충 어림짐작으로 해석해 보자면, 찻잎 15그램에 30분 정도 우려내야 하며, 이렇게 2회 우릴 수 있다는 

내용인 것 같은데, 중요한 물의 양이 빠져있고, 또한 15그램의 찻잎은 상당히 많은 양이다.

(일반적으로 5~8그램을 사용한다)


나름 잊지 않으려 메모해 두었던 것이 되려 더 혼란스럽게만 만들었다.

'잊지 않으려 노력했건만, 결국 까맣게 잊어버리고 마랐구나...'생각하니 못내 씁쓸하고 아쉬웠다.

또, 스스로의 멍청함이 한심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일단 당장은 냉수로도 차를 우릴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 만으로 만족을 해야 할 것 같다. 

아직은 초여름이 오기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근차근 다시 찾아봐야 될 것 같다.


지난주까지 그렇게 변덕스럽던 날씨도 이번주, 슬슬 풀리면서 이제서야 제법 봄 같은 날씨가 된 것 같다.

날씨가 따뜻해짐과 함께, 겨울에 다니지 못했던 등산 얘기가 친구들 사이에서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올봄 벚꽃나무 아래서 차 한잔을 즐기진 못했지만, 적어도 산에서 차 한잔은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산 정상에서 절경을 바라보며, 마시는 시원한 차 한잔이라, 상상만 해도 운치 있고 제법 멋진 일이 될 것 같다.



녹차의 경우 차갑게 우려내면, 떫은맛이 적고 단맛이 강해지며, 

뜨거운 물로 파괴되는 비타민들의 파괴를 막을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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