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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준생 Apr 04. 2024

#22 녹록지 않은, 티 타임

입문자 차준생의 茶이야기


나는 보통 하루 일과를 끝마치고 귀가하는 저녁 9시 전후로 차를 마시기 시작한다. 대략 1.5L의 물을 끓여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으며 2시간 반 가량을 천천히 차를 비워 낸다. 나는 이러한 저녁시간이 너무 즐겁다. 

아마도 여러 직장인들이 나처럼 저녁시간을 이용해 차뿐만 아니라, 여러 취미생활을 즐기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사실 차는 종류에 따라 마시기 적당한 시간 때가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백차의 경우 잠에서 깬 이른 아침에, 

녹차의 경우 식전/후로 오전에서 정오 정도 시각에,

오후시간 때에는 생차나 홍차,

숙차와 우롱차는 저녁 시간 때에 즐겨도 좋은 차라고 한다.

이렇게 나눠지는 이유는 아마 카페인 함량과 소화 위장에 자극의 여부로 크게 나눠지는 것 같다.


하지만 직장인 된 입장에서 이런 시간을 준수하기란, 그다지 녹록지 않다. 그래서 최근 주말이나, 휴일에 라도 되도록 이런 시간 때를 준수하여 차를 마셔보려 노력 중이었다. 하지만 정작 이렇게 오후 시간 때에 차를 마실 경우 예상치 못한 문제가 있었다. 평소 차를 즐기던 저녁시간에는 차를 마시고 난 후 잠자리에 드는일 외의 일정은 없기에 맛과 향을 생각하며, 여유롭게 즐긴다. 


하지만 주말 오후 시간에는 차를 마신 이후, 일정이 있을 때가 많다. 그러다 보면, 시간에 쫓겨 차를

들이켜 버리기도 한다. 이렇게 정신없이 차를 마시다 보면, 맛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전혀 감응 없이 

들이키기 일쑤다. 뒤돌아 생각하면 상당히 아까운 찻잎과 시간들이다.

그리고 보통 누군가를 만나게 되면 카페에서 만나게 된다. 이렇게 커피 한잔하고 다음자리가 술자리로 이어지기라도 한다면, 그날 밤에는 자다가도 화장실을 어지간히 들락거릴 각오를 해야 한다.


또 한 가지로는 습관이란 것이 얼마나 무서운지, 오후에 차를 마셨음에도 불구하고 저녁 9시 즈음, 자기 전 

시간만 되면 여지없이 어딘가 허전해지고, 차를 마시고 싶어 저서, 결국에는 또다시 물을 끓이고 만다는 것이다. 뭐 하루에 두 번 차시간을 갖는 것이 나쁜 일도 아니고 한 번만 마셔야 된다고 정해진 것도 없지만, 나는 보통 차를 즐길 때 보통 1.5L를 마신다. 이렇게 두 번 차를 마신다는 것은 3L의 차를 섭취하는 것이다.

이 역시 위와 마찬가지로 어지간히 화장실을 들락 거리게 될 것이다.


현제 내게 주어진 여유가 고작 이 정도인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아마 많은 현대인들이 나와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한다.

시간 때에 맞춰 차를 즐기기란 별거 아닌 것 같으면서도, 참으로 녹록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기회가 된다면 꼭, 시간 때에 맞는 차들을 종류별로 마시는 여유를 즐겨보고 싶다. 


언젠가 어느 날이고 그런 하루가 주어진다면, 얼마나 느긋하고 평화로운 하루일까.

그 어느 날에는 하루종일 추적추적 비가 왔으면 좋겠다. 하루종일 책 한 권 끼고, 잠깐 꾸벅 졸기도 하며...

이렇게 '그 어느 날'을 상상하니,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만 같다.


부디 '그 어느 날'이 진짜 오기를, 속히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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