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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준생 Apr 09. 2024

#23 같은 행위, 다른 의미

입문자 차준생의 茶이야기




최근 이런저런 차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다 보면, '윤차'라는 단어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었다.

그냥 문맥상이나, 순서상이나, 내가 알고 있는'세차'단계와 같은 의미로 해석하고 글을 읽어도 큰 무리가 없었기에 그다지 큰 의미를 두진 않았었는데, '윤차'라는 단어를 계속 접하다 보니, 끝끝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세차'와 '윤차'는 어떻게 다른 것일까?


일단 방법적인 부분은,

차를 우리기에 앞서 먼저 차에 끓는 물을 부어 10초 정도 빠르게 우려내어 버리는 과정이다.

중요한 포인트로는 최대한 짧은 시간 우려 버림으로써 차의 좋은 성분이 최대한 우러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윤차'와 '세차'의 방법적인 부분은 거의 대동소이했다.

하지만 '윤차'와 '세차' 두 낱말이 가지고 있는 사전적 의미는 사뭇 다른 의미였다.


세(洗) 차

세차의 '세'자는 씻을 '세' 자를 사용함으로, 찻잎을 씻는다는 의미이다.

차를 가공할 때나 혹은 보관 시에 생길 수 있는 먼지나, 여타 이물질들을 짧게 우려내어 씻어 내는 의미이다.

최근에는 차를 가공/생산할 때 예전보다 훨씬 위생적이기 때문에, '세차'과정은 굳이 생략해도 된다는 글들도 

종종 보이는 것 같다.


윤(潤) 차

윤차의 '윤'자는 불을 '윤' 자를 사용함으로, 찻잎을 불린다는 의미인 듯하다.

건조되어 있는 찻잎을 빠르게 한번 우려 버림으로써 제맛을 내도록 찻잎을 불리어, 깨우는 과정이다.

일종의 차를 마시기 전 사전작업, 워밍업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 과정 역시 차종류에 따라, 진행하지 않는 편이 차의 맛을 느끼기 더 좋다는 글들도 종종 보였다.


어디에 의미를 두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세차'와 '윤차'는 따지자면 다른 의미를 갖고 있지만, 정작 

방법적인 부분은 거의 동일했다. 또한 내가 차를 처음 접하고 세차에 대해 배웠을 때는 '세차'의 의미를

복합적으로 차를 깨우는 과정이며, 씻는 과정이라고 배웠었다.

그렇다, 처음 배웠을 때처럼 이 두 과정을 굳이 분리하여 구분 지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윤차가 세차이며, 세차가 윤차라고 생각하는 것이 옳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방법도 같으니 말이다.


때때로 살다 보면 누군가의 행동을 오해하고 전혀 다르게 해석하여 곤욕을 치를 때가 있다.

'세차'와 '윤차'처럼 같은 과정을, 같은 행위를 서로 다른 의미로 해석해 버리는 것이다. 

복합적일 수도 혹은 아무 의미도 없을 수도 있는 타인의 행동. 누구나 오해를 할 순 있지만, 그 오해로 비롯되어 시작된 독단적인 생각이 깊어지면 안 되는 것 같다.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확대 해석되고, 또 왜곡되어,

호의가 연민으로 변하기도, 적의로 변하기도 한다.


헤아릴만한 통찰력이 있다면 좋겠지만, 나는 그런 것을 가지고 있지 않으니,

최대한 가볍고 여유롭게 생각하도록 노력해야겠다.

생각이 깊어지면, 늘 고민으로 변모하여 결국은 독이 되고 마는 것 같다.


'최대한 가볍게 그리고 또 느긋하게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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