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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준생 Apr 12. 2024

세 얼간이의 도봉산 정복기 前

일상의 생각


올해 첫 등산은 '도봉산'으로 결정이 되었다.

목적지는 도봉산 정상인 자운봉, 해발 740m 정도이다.

원래 우리 등산 멤버는 총 5인인데, 올해 첫 산행에는 3인만이 산행을 하기로 결정되었다.

나머지 2명의 개인적 일정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2명의 체력 상황이 좋지 못한 이유가 크다.


참가하지 않은 2명의 인원의 체력으로 말할 것 같으면, 북악산(340m)을 올라가는데,

풀 장비(장비는 무슨 히말라야 산악인급이다.)를 착용하고도 밀고 끌고 당기며, 2시간 이상이 소요된,

거의 걸어 다니는 송장과도 같은 체력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이다. 솔직히 그들을 또다시 끌고 밀며,

북악산 보다 두 배도 넘는 높이의 도봉산을 갈 엄두가 안 났던 것이 사실이다.

(그 둘과 함께 자운봉까지 가려면 1박2일 일정을 짜야 될 것이다.)


그렇게 나름 정애 3인 '오', '장', '이'는 지난 주말, 오전 10시 도봉산 입구에서 만나기로 했다.

날씨는 조금 구름이 낀 날씨였지만, 흐리지는 않았고 등산하기 딱 좋은 선선한 날씨였다.

산악 내비게이션으로 Y계곡을 거쳐, 자운봉까지의 코스를 확인하고, 왕복 4시간을 목표로 출발했다.

봄날이라 그런지 산행을 하는 인파가 제법 많았다.


먼저 선두로 나선 것은 '오'였다.

'오'는 소싯적 산악 바이크 같은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겼으며, 설악산 인근에서 군복무를 하며 등산에 대해서는 나름 자신 있어하는 그 였다. 현제 무직자로 우리 중 체력적이나 정신적으로도 가장 양호한 상태였다.

하지만 '오'는 낭만이 없었다. 주위에 알록달락 하게 핀 예쁜 봄꽃들의 풍경이나 운치 있게 흐르는 시냇물을 무시한 채, 그저 시야를 정면에 고정하고 오르기에만 집중하며, 빠르게 올라갔다.


장 : "으이구! 넌 그냥, 헬스장에 있는 천국에 계단이나 타라!"

이 : " 바꿔, 바꿔, 너무 빨러, '장' 네가 앞장서!"

오 : "나약한 놈들!"


그렇게 선두를 바꾸고는 그들은 1시간 반 만에 2/3 지점 인 마당바위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 몰랐을 것이다. '장'의 가장 큰 문제는 길눈이 다소 어두웠다는 것이며,

그의 머릿속에는 정상 자운봉만 있었을 뿐, Y계곡은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 것이다.

'장'은 그저 이정표의 정산 '자운봉'만 보고 오르며, 다른 등산객들이 많이 가는 길을 택해 올라갔다.

마당바위에 도착한 그들은 30분 정도 휴식을 취하기로 하고 바로 퍼져 누웠다. 그때...


이 : "어? 야 Y계곡 그냥 지나쳐 버렸다!"

장 : "응, 그래? 다음에 또 오지 뭐"

오 : "으이구 이 길치자식아!!, 안돼! 도봉산을 와서 Y계곡을 안 갔다 왔다는 게 말이 돼?, 내려갔다 오자"

이 : "아 진짜 도움 안 되는 것들, 내가 앞장 설게!"


그렇게 우린 Y계곡으로 향하기로 하며 이번에는 선두로 '이'가 서기로 했다.

'이'는 축구, 풋살 같은 다소 과격한 스포츠를 좋아하며, 하루종일 서서 일하는 서비스업종에

종사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무릎이 좋지 않아, 양손에 폴대를 짚으며 산행을 한다.

폴대를 매우 애착하는 특징을 가진 인물이다. 하지만 그것 외에 우리가 모르는 것이 있었으니,

'이'는 '장'못지않게 길눈이 어두웠으며 모험심 또한 강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이'는 샛길을 보며, 왠지 지름길 이라며, 그들을 샛길로 인도했고, 결국 그들은 길도 없는 산중턱에서 손으로 땅을 짚은채 낙엽을 해져가며, 미끄러지듯 산을 내려와야 했다.


장 : "아이고, 이제는 아주 길이 없네!!"

오 : "애당초 올라갈 때 네가 길을 제대로 갔으면 이런 일은 없잖아"

장 : "마당바위까지 올라가서 구태여 Y계곡을 가자고 우긴 건 누군데!"

이 : "둘 다 잘못했어, 어서 내려가서 삼계탕이나 먹자."

오, 장 : "넌 네비나 똑바로 봐!"


이렇게 그들은 도봉산 완등에 실패 한 채 티격태격하며, 산을 내려와야 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 주 다가오는 토요일 다시 그들은 도봉산 완등에 도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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