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마법서> 소설 연재
2차 핵공격이 있고 6일이 지난 아침이었다.
“사장님! 사장님!”
누군가가 자신을 거칠게 흔드는 바람에 혜성은 잠에서 깼다.
“사장님, 일어나보세요!”
혜성은 고개를 들었다. 그는 전날 밤새워 주문을 쓰다가 책상에 엎드려 잠든 상태였다. 이태민이 혜성을 흔들고 있었다.
“사장님, 빨리 내려와 보세요!”
“무슨......”
혜성은 방을 뛰쳐나가는 이태민을 따라서 자리에서 일어나 응접실로 내려갔다. 응접실에 걸린 대형 TV에는 한 남자가 뭔가를 중얼거리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어?”
혜성은 잠이 덜 깬 목소리로 물었다.
“저거 소화 황제 아니에요?”
“맞아요, 맞아요!”
응접실에 있던 박준식이 폴짝거리며 뛰었다.
“황제가 지금 뭘 말하고 있는 거죠?”
혜성은 황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소화 황제는 종이에 쓴 뭔가를 힘없이 읽고 있었다. 황제의 말을 잠시 듣고 있던 혜성이 소리를 질렀다.
“항복?”
“그래요!”
이태민도 외쳤다.
“황제가 항복하기로 했대요!”
황제는 분명히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무조건 항복’이라고.
혜성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는 잠이 확 깼지만 머리가 어지러웠다.
“항복이라니, 그렇다면......”
박준식이 폴짝거리며 외쳤다.
“독립이에요! 독립이라고요!”
이태민도 부르짖었다.
“우리나라는 이제 독립이란 말이에요!”
혜성은 잠시 동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두 직원은 혜성을 얼싸안고 환호성을 질렀다.
혜성은 그들이 자신을 놓아주자 비틀거리며 밖으로 걸어갔다. 그는 응접실 문을 열고 서점으로 들어간 뒤 서점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거리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목청껏 외치고 있었다.
“대한 독립 만세!”
태극기를 흔드는 사람도 있었다. 사람들이 소리를 질렀다.
“대한 독립 만세!”
온 세상이 울리는 것 같았다. 아니, 세상이 고함을 지르는 것 같았다. 아이, 어른, 노인, 여자, 남자, 도깨비, 인간, 시민견, 시민묘, 구미호가 모두 기쁨의 함성을 지르고 있었다.
혜성은 몽롱한 정신으로 환호하는 인파를 거슬러 걸어갔다. 사람들이 그의 곁을 파도처럼 휩쓸고 지나갔다. 태극기를 든 사람들이 점점 많아졌다. 어떤 사람은 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있었다.
혜성은 문득 자신도 울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대한 독립 만세!”
사람들이 외쳤다.
“대한 독립 만세!”
혜성도 떨리는 입술로 그 말을 중얼거렸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는 계속 울면서 걸어갔다.
한참을 걷던 중 그는 누군가와 마주쳤다.
여왕이었다. 여왕이 인파의 한가운데에서 그에게 걸어오고 있었다.
‘꿈인가?’
혜성은 생각했다.
‘아냐, 이건 꿈이 아니야.’
여왕은 밖에 나올 때 입는 맵시 있는 평상복 차림에 긴 머리를 풀어 헤친 모습이었다. 여왕의 머리칼이 바람에 날렸다. 여왕 역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혜성은 여왕을 끌어안았다. 그리고 여왕에게 입을 맞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