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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캉 Mar 24. 2024

군대이야기 1

- 인간의 본능에 대한 소고

 불확실성: 내가 살던 그 시절은 옛날과 현대의 그 어디쯤, 권위와 민주의 중간, 일제식 교복과 자율복 사이, 아무것도 알 수도 없었고 여전히 군사 정권이었던, 그 시절 그렇게 푸르던 시절에 90년대 초에 난 군생활을 했다. 27개월 동안에 내 순수도, 푸름도, 우울도, 빛나던 눈동자도 희미해지고… 이제 27년이 지나 30년이 더 지나간 옛이야기가 되었다.
 마흔이 넘을 때까지도 재입대하는 꿈을 꾸게 하던 그 시절의 슬프지만 빛났던 그때의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 이야기는 수년 전에 썼던 글을 다시 수정하였다.


군대이야기 1 : 육식의 시대와 인간

 어마어마한 노돼지가 우리 부대로 전입신고도 없이 왔다. 대대 선임하사가 끌고 온 돼지는 추석 명절을 맞아 대대별로 지급된 보급품이었다. 그 특별식(?)이 왜 산채로 왔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단지 살아있는 보급품은 모든 대대원들을 당황하게 하였다.


“돼지가 저렇게 커?… 원래…“

“어떻게 먹어?”

“직접 잡아야 하는 건가?”


 2미터 가까운 살아있는 돼지를 잡기 위해 중대마다 의기양양한 농촌출신 부대원이 지원, 착출 되었다. 연병장 앞 쪽 수도가에 묶어둔 돼지를 도살하기 위해...


 4명의 호기로운 장병들은 막상 하얀 살결에 핑크 빛이 도는 거대한 몸집과 왠지 연륜이 느껴지는, 탱탱하지 않은 돼지의 얼굴을 가까이서 보자 당황하기 시작했다.

“김일병이 할래?”

가장 선임인 이병장이 한발 물러서며 말했다.

“제가요?”

볼이 상기된 김일병은 당황하여 순간 사제말(?)이 튀어나왔다.

멀리 내무반 창틀에 기대서 구경하던 우리는 환호와 야유를 보냈다.

“ 빨리해~, 쫄았냐....”

우리의 야유가 끝나기도 전에 긴장한 눈빛으로 다음 달에  상병을 다는 송일병이 오함마(해머)를 들었다. 길쭉한 나무막대에 무겁게 달려있는 쇠뭉치의 위엄은 무언가 결론을 낼 거라고 믿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송일병의 긴장한 팔뚝에 힘줄이 튀어나오고 힘껏 내리친 해머는 돼지의 머리통을 향해서 하늘을 가르며 내리쳐졌다.

 어릴 적에 가축을 먹기 위해 동물을 죽이던 어른들은 대부분 머리를 내리쳐 죽인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런 장면을 본 적도 있지만, 눈앞에서 거대한 돼지의 죽음을 봐야 한다니… 볼 수가 없었다.


 고개를 돌려 돌아서는 순간, 등뒤에서 문자로만 알던 ‘돼지 멱따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포탄이 연병장에 떨어지듯, 해머가 머리를 향하는 순간에 나이 든 돼지는 삶의 연륜?, 아니 본능으로 머리를 돌렸다.

해머가 돼지의 눈을 때렸다. 송일병은 당황했다.

“어 , 이게 아닌데......”

“……….”

  순간 모든 세상이 침묵했고 노돼지의 비명만 우렁찼다.

 이후에 송일병은 화난 나무꾼이 도끼로 나무를 찍듯이 마구 돼지의 머리를 해머로 가격했다. 정확하지도 않은 마구잡이 어설픈 가격에 돼지는 점점 날뛰고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으며, 수돗가 주변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시작부터 잘못된 상황이다. 우리가 먹던, 삼겹살이나 두루치기의 그 고기가 아닌 날 것의 동물이 눈앞에서 괴성을 지르며 날뛰는 광경은 악몽이었다.


“ 저 생존에 몸부림치는 돼지를 먹는다고......”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당황해서 멍하니 서있던 송일병에게서 해머를 빼앗아 돼지의 본능을 종료시킨 사람은 식당 짬장 최병장이었다. 결국 돼지의 난동(?)은 끝났다.

 몇 백 근은 나올 돼지는 4개 중대에 공평이 나눠졌고, 부대원들은 사격장 잔디에 앉아 슬래트 판에 돼지를 구웠다.

‘이게 음식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대부분의 장병들은 돼지의 괴성을 기억했다.

 남은 고기가 너무 많았고 한 달 동안 부대 식단에는 돼지고기를 재료로 한 음식이 계속 나왔다.


 모두가 질긴 고기를 질리도록 먹던 무렵, 중대 방송이 집합을 알렸다.

“모든 중대원은 지금 즉시 사열대 앞으로 집합한다! “


 부대원이 모두 타서 무거워진 과적 육공(60) 트럭은 연병장 중앙에 덩그러니 떨어져 있는 마포자루를 향해 돌진했다.


“저건 뭐야?”

“저거 돼지머리 래.”

“…………….”

 트럭 짐칸에 부대원들은 경악했다. 트럭이 수십 번을 돼지머리가 담긴 자루를 지난 후에 피범벅이 된 듯한 돼지 머리 자루는 식당 취사실로 갔다.

 한동안 우리는 잘 눌려지지도 않은, 가끔 털이 나오는, 찜찜한 머리고기 편육(?)을 식판에서 마주해야 했다.


 “내 눈앞에 있는 저 고기는 음식인가? 아니면 우리들의 잔인함인가?, 이렇게 까지 먹어야 하는가?”

 한동안 풀지 못할, 아니면 영원히 풀지 못할 찝찝한 무언가를 남기고 우리는 동물처럼, 아니 잘 길들여진 가축처럼 군인으로 생활했다.

 그것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그 후에 일어난 고양이 사건 때문이었을까?

 돼지 사건 이후에 부대에서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상한 사건이 발생한다. ‘ 노돼지의 저주’ 일지도 모르지만 누구도 입 밖으로 얘기를 꺼내지는 못했다.


-24.3. 로캉(다시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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