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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캉 Jan 01. 2024

집에 대해서

- ‘전원주택’이라는 이름의 욕망

 나이가 들면서 아이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줄어들고, 남겨진 부모는 이제 할 일이 사라진 듯 텔레비전 앞에서 스마트폰 만 본다. 자신의 얘기, 가족의 얘기보다 tv속 보이는 연예인들의 일상과 스포츠 경기에 몰입한다. 더 나아가 내가 못 가는 곳과 음식을 대신 경험해 주어 위로가 된다는 착각(?)으로 유튜브 방송으로 자신을 위로한다.

  tv만 반짝거리는 저녁의 거실은 가족들 각자가 하나의 섬처럼 표류하고 있다. 사람들은 가끔 생각한다.

 “이런 것이 진짜 삶일까?”  

 


 어느 순간 답답하고 항상 똑같은 일상은 아파트나 공동주택처럼 모빌화된 삶의 공간 탓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그리고 꿈꾼다. 어릴 적 동네 친구들과 놀던 동네 골목과 집, 마당을……

  “ 그래, 결국 집이 문제야, 전원주택으로 가자!”

  가장이라는 호칭의 아버지는 이제 이사를 꿈꾼다. 아니 이 모든 패턴과 일상을 바꿔 줄 주택을 꿈꾼다.

  “tv 대신 마당을 보고 자연을 보리라. “ 다짐해 본다. 가을이면 마당에 만들어 논 데크에 앉아 여유롭게 차 한잔하면서 석양을 바라보는 영화 같은 장면을 상상해 본다. 가끔은 친구들을 불러 화로 불에 고기도 구워 먹으며 낭만을 얘기하리라 기대해 본다.

  tv 속에 집 구하는 프로그램이나 보면서 위로받거나 상대적 빈곤감을 느끼는 것에서 탈출하여 이제 멋지고 여유로운 삶의 공간에 도전을 선포한다. 현재 집의 시세도 알아보고, 예산도 계획하면서 본격적인 발품팔이가 시작되면 이런저런 훈수와 조언, 우려의 말들을 듣게 된다. 꿈꾸던 집은 시내에서 점점 외곽으로, 산속으로 멀어지거나, 예산을 맞추다 보면 구도심으로 좁아지거나…. 선택을 해야 한다. 멀어질수록 생활환경의 불편함을, 좁아질수록 꿈은 사라지고 현실만 남는다.

  우리는 tv속 전원살기나 셀프 주택 리모델링에 도전하는 젊은 부부도 아니고, 아이를 위해 자연을 선물하는 부모도 아니며, 노후를 여유롭게 보낼 수 있는 노부부도 아닌 그저 마당에서 삶의 여유를 잠시 가지고자 하는 소박한 소시민이었음을 깨닫는다.


  꿈은 꿈일 뿐 현실이 될 수 없음을 아프게 알게 된 우리는 다시 늦은 저녁, 모듈화 된 공간에서 tv 앞에 앉아 대리 만족하면서 똑같은 일상으로 회귀한다. 가끔은 무모한 객기를 부려 도심에게 멀리 나간 부부들도 어느 순간 잠시 행복한(?) 상처를 가지고 일상으로 복귀하기도 한다.

“ 차라리 주말에 멋진 카페나 펜션에 놀러 가자.”라고 스스로를 위안하고 격려한다.

  50대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집은 소유이면서, 삶이면서 그들만의 유일한 공간임에도, 버지니아 울프가 말한 ‘나만의 방’을 가진 이들은 거의 없음에 …. 초라한 저녁, 모든 50대의 인생들에게 응원의 박수라도 쳐줘야 할 것 같다.


-2022. 7.1, 로캉

실제로 전원생활하고 있는 지인의 집
카페 옆 , 주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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