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실격
-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저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 책을 처음 읽었던 계절이 떠오른다. 매미가 올라오는 계절에 푸른색이란 어쩌면 아주 뜨거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때 당시 우리는 메마른 땅에서 하늘에 소리치듯이 겨울을 향해 알 수 없는 방향으로 소리치고 있었다. 더위의 패시브 스킬 격인 불쾌함은 사람을 극단적으로 만드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봄이나 가을을 원하지 않고 겨울을 원했던 게 그 증거다.
여름이라고 나쁜 것만도 아니었다. 여름에만 보이는 존재들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여자들의 짧은 치마나 남자들의 민소매 나시가 있다. 하지만 내가 더 자세히 살펴보았던 것은 바로 폭염을 대하는 동물들의 자세인데 내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동물은 개나 새가 전부였다. 산책 나온 개를 지켜봤었다. 고개를 약간 밑으로 하고 혀를 길게 내뺀 어정쩡한 자세로 있었다. 개는 혀로 체온조절을 하는 걸 알지만 이 더운 날에 굳이 나와서 저 자세로 있어야 하나 싶었다. 물론 저들의 의지로 나온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개들은 산책은 좋은지 꼬리를 마구잡이로 휘두르고 여기저기 뛰어댔다. 다시 보니 혀를 내뺀 얼굴이 웃는 것처럼도 보였다.
새는 개보다 표정이 더 없었다. 나는 그저 동물들은 더위를 어떻게 느낄지 알아보려는 생각이었는데 새는 그냥 날아다닐 뿐이었다. 쟤네는 덥긴 할까 싶었다. 요즘 세상에 미쳐서 걸어 다니는 비둘기들은 물론 덥겠지만 그들도 날 때만큼은 더위를 모르지 않을까. 그러다 그늘에 모여있는 비둘기들을 발견했다. 반상회라도 열린 듯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었다. 불평 없는 동물들이었다. 내가 개였다면 산책 가기 싫다고 짖어댔을 것이고 새였다면 똥을 마구잡이로 휘갈겼을 것이 분명했다.
뒤집어진 매미의 푸른 배를 본 날에도 난 불평을 했더랬다. 지나가는 개가 내게 말했다.
"그만 좀 짖어라, 이 인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