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 우리는 왜 웃는가?
웃는 연습을 한지 벌써 두 달이 지났다. 정확한 진단은 받지 않았지만 내 생각이 맞다면 내 우측 얼굴에 약간의 마비가 있다. 인중이 조금 틀어져 있고 오른쪽 볼이 단단하다. 가장 큰 증거는 내 웃음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이다.
아주 옛날부터 사진 속 나는 항상 왼쪽 입꼬리가 조금 더 올라가 있었다. 딱히 맘에 들진 않았지만 한 번도 교정하리라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최근 노트북을 맥으로 바꾸면서 갤러리 정리를 하는데 내 얼굴 사진을 모아둔 폴더를 발견했다. 애플은 종종 갤러리 속 사람들의 얼굴을 정리하곤 한다. 내 얼굴 사진이 가득한 폴더에 들어가니 사진마다 그때의 추억이 떠올랐다. 15파운드짜리 볼링공을 허리춤에 끼고 웃고 있는 사진, 졸업 여행으로 간 가평 수영장에서 다이빙 전에 웃고 있는 사진 등 너무 오래되어 이제는 갑자기도 떠오르지 않는 추억들이었다.
그런 추억들을 보면서 미소가 절로 나왔지만 단 한 가지 마음이 쓰인 것은 사진 속이든 지금이든 한결같이 부자연스러운 내 입꼬리였다.
잠들기 전이면 미소를 짓는다. 머리맡 조명을 켜고 손거울을 보면서 입꼬리의 균형을 맞춘다. 계속하다 보면 오른쪽 얼굴의 떨림이 느껴진다. 신기하게도 근육이 떨릴 때마다 입꼬리가 조금은 더 올라간 듯한 느낌이 들고 볼의 단단함도 조금은 말랑해지는 것 같았다. 아주 가끔 난 웃는 것도 제대로 못하네 하며 자책을 한다. 하지만 그럴 때면 바오가 타닥타닥 들어와 내 품에 안긴다. 푸들인 바오가 말을 할 수 있다면 내게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오빠 왜 웃어? 또 나 빼고 재밌는 거 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