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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시간들

by 황 운

옷의 시간들


- 세탁기가 고장 났다.


우리 집 티비도 고장 났다. 고장이라면 더러 완전히 무너진 것을 떠올리곤 하지만 그 정도는 아니고 화면 중간에 선이 하나 생겼을 뿐이다. 선을 기준으로 위아래가 미묘하게 색이 다르다. 여기서 무서운 점은 둘 중 어느 화면이 원래 화면 색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내가 묻고 싶은 것은 변상의 문제이다. 때려 부시지도 않았건만 그저 살다가 습기로 인한 회로 따위의 문제로 나를 헷갈리게 하는 저 미묘한 선의 존재를 내가 전부 떠맡아야 하는 것인가? 25살밖에 안 되는 돈 없는 어린 청년이 외국에서 현재 최고로 고심하는 문제이다. 계약서는 당연한 말만 적혀있다. 이상이 생기면 배상할 것.

무튼 남들과 다른 길을 걷게 되어도 걱정하지 말자. 지켜보는 이에게는 그것이 다를지언정 틀리다고 생각되진 않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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