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고라> - 라빈드라나트 타고르
- 캘커타는 장마철이었다. 7월의 아침 하늘에는 구름이 흩어지고 밝은 햇살이 고루 퍼지고 있었다.
먹구름에 어두워진 습도 가득한 날에, 축축하게 젖은 흙냄새를 맡고 있으면, 그래 장마구나 싶을 때가 있다. 평소와 같이 거리를 걸어도 장마철에는 유독 감상적이고, 기분이 축 처진다. 몸을 둘러싼 빗방울이 바닥으로 곤두박질하는 장면이 무의식을 건드려서 그런걸까. 나의 어깨와 고개도 바닥을 향한다.
하지만 그런 장마에도 갑자기 밝아질 때가 있다. 세차게 내리던 비는 한동안 보이지 않고 흩어진 구름 사이로 햇살이 새어 나온다. 그 햇살을 보고 있으면 축 처져있던 어깨와 고개가 자랑스럽게 들린다. 거리에 평소보다 사람이 많아진 느낌이 들고 다들 표정도 밝아 보인다. 하지만 급하게 휴대폰을 켜 날씨를 보면 역시 잠깐임을 알 수 있다.
올해 장마는 큰 피해 없이, 뜨거웠던 것들을 잠시 식혀줄 소나기처럼만 왔으면 좋겠다.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