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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지 Feb 23. 2024

겨울

친해지길 바라



 

 한 해의 마지막 결산을 보여줘야 할 것 같은 겨울입니다. 겨울이 오면 올해 나는 무엇을 했는지 돌아보게 되고, 선택에 후회만 곱씹는 계절이에요. 사계절 중 친하지 않은 계절이고, 친해지기 위해 여전히 노력 중이랍니다. 유독 겨울은 사람이 깊어지는 것 같아요. 제법 우울해지고 찬바람에 휩쓸려 가라앉는 시기이죠. 

 연말이 다가오면 약속도 많아지고 사람도 자주 만나게 되는데 왜 자꾸 공허함만 느끼게 될까요? 늘 시끄럽고 따뜻한 연말이었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무서웠어요. 쏟아지는 생각과 고민을 함께 싣고 반갑지 않은 연말 선물처럼 들고 갑니다. 그렇게 오래 생각한다고 해결될 문제들도 아니었는데 말이죠. 







겨울에는 영업 안 합니다. 

 겨울이 추워서 싫냐고 물어보신다면... 그런 이유로 겨울을 싫어하기엔 너무 단순합니다. 저는 생각보다 추위를 타지 않는데요, ‘얼죽코’와 ‘얼죽아’인 사람입니다. 겨울은 집 앞 편의점에 나가는 일조차 망설이게 되는 계절인 것 같아요. 겨울만 되면 왜 아이스크림을 그렇게 먹고 싶은지 나가긴 싫고 집에만 눌어붙는 시간을 보냅니다. 틈만 나면 사람들을 불러냈던 저는 겨울엔 누가 만나자고 할까봐 최대한 조용히 지내고 싶어 하는 편이에요. 찬바람 그리고 가게마다 차오른 열기들. 생각만 해도 벌써 갑갑해지는걸요. 그래서 겨울에는 임시 휴업합니다. 








해가 있는 거 맞아?

 여름에 낮이 가장 긴 하지가 있었다면 겨울에는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진 “동지”가 있습니다. 칠흑 같은 어둠을 보고 있으면 모든 에너지를 다 빼앗기는 것 같아요. 서울로 출퇴근을 하려면 최소 5시 기상, 7시에는 집을 나서야 하거든요. 그리고 18시에 퇴근을 하면 저는 낮 없는 하루에서 겨울을 보내게 되는 거죠. 여러분들의 동지는 어떠신가요? 저와 반대로 동지를 기다리며 살고 있는 분이 계신다면 만나 뵙고 싶네요. 밤은 길어도 고민과 걱정은 길지 않는 시간 보내시길 바라요. 






다음 주면 벌써 3월인데 자고 일어나니 다시 온 세상이 하얗게 뒤덮여있더라고요. 올겨울은 제법 길고 오래 남는 느낌이네요. 언젠가 저도 겨울을 온전히 기다리고 즐길 수 있는 날이 오겠죠? 이 추위가 조금은 그리울 순간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남은 겨울을 잘 보내볼게요. 다시 돌아올 봄에도 모두의 안녕을 빌겠습니다. 





다가오는 계절에 설렐 줄 아는 사람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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