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제게 왜 이런 시련을..? (2)
솔깃했다.
택시를 타면 2만 원 나오는 거리, 22살의 난, 택시비로 2만 원이라는 거금을 망설임 없이 쓸 수 있는 대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게다가 중요한 건 난 여기 지리를 잘 모른다. 그리고 이미 시간은 12시가 넘어 다음날이 되었고, 그러니 문만 잠그고 자면 아무 문제도 생기지 않겠다 싶었다.
“일단 그럴게요”
마지못해 수락하고 나서 더 대화를 나눴다
여자친구 얘기로 한창 흥분한 영훈은 나에게 “너 에거 먹을래?” 라고 물었고,고민하던 중 애초에 내 대답은 들을 생각조차 없었던 듯 얼음컵과 초록색 병을 들고왔다.
난 당연히 에거가 편의점에서 파는 복숭아 맥주를 말하는 줄 알았다. 내가 마셔 본 에거는 그뿐이었다. 그 당시 나는 에거 양주? 어쨌든 독하고 비싼 술의 이름이 대해서 알기는커녕 봐본 적도 없던 어린 나이였다
얼음컵에 에거를 타서 주길래 심상치 않음을 알았다
딱 보기에도 복숭아 맥주는 아니었기 때문에..
이거 마시면 정신이고 뭐고 못 차리고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들어 망설였다. 영훈은 그런 나를 보고 얼른 마시라며 재촉했고, 나는 마시는 척 입에 머금었다가 다시 뱉어냈다. 양이 왜 줄지 않느냐고 하자 얼음이 녹아서 그런 것이라고 대답했다.
영훈은 내가 술을 마시는 것을 보고 난 후 정말 어른들의 농익은 술자리에서나 나올법한 선 넘는 발언들을 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넌 어린 영계니까 몸만 와 오빠는 집도 있고 차도 있어서 아무것도 안 가지고 와도 돼” (그는 나와 띠동갑이다)
“너 정도면 괜찮지 결혼할래? 여자친구랑 헤어질게”
와 같은 말들
그때부터 여기를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생각을 실현할 기회는 빨리 찾아왔다.
영훈은 술에 취해 피곤해했고 나는 이제 자리를 정리하자고 했다.
자리를 정리한 후 나는 안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영훈이 잠들 때를 기다린 후 몰래 나와 택시를 타고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인생은 정말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안방에 들어가서 문을 잠그려는데 손 하나가 문틈사이로 불쑥 들어왔다. 같이 자자며 나에게 다가왔고, 그럼 내가 거실에서 자겠다고 잽싸게 빠져나왔다.
그러자 거실로 쫓아와 등을 떠밀며 안방으로 밀어 넣었다. 그렇게 그날 새벽 나는 잊을 수 없는 추행을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