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보다는 당연함에 익숙해서 살았던 적이 있다. 세상이 공평하지 않다며 불평, 불만도 말했었다. 그것이 사람에게는 당연한 감정이라고 생각했고, 삶에 대해 잘못된 태도인 줄을 몰랐다. 인생에서 하루는 새털 같은 많은 날 중의 하루일 뿐이고, 오늘 하루 대충 살아도 별문제 없이 흘러가는 것이라고 믿었다. 그날이 그날이었고 평범한 일상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한편으론 나름 잘 살고 있다고도 생각했다. 제때 들어오는 남편의 월급이 당연했고, 뒤처지지 않게 공부하는 아이 덕분에 ‘누굴 닮아 공부 머리가 있나? 우쭐하며 괜찮은 인생인 줄만 알았다. 가끔은 여행도 다니고, 남편과 맛집에 가는 일을 일상의 소소한 낙으로 여겼었다. 이만하면 되지 않은가. 큰 욕심만 부리지 않는다면 밥 굶지 않고 등 따시면 되는 것이라고 만족했다.
그러다가 삶의 무게 중심이 나에게로 옮겨졌다. 변화의 시작이었다. 변화의 물꼬를 튼 독서가 우연한 기회라고 생각했었다. 요즘엔 생각이 바뀐다.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었다고. 무의식의 끌어당김이 있었을 터다. 한때는 책을 좋아했던 내가 내면 안에서 목소리를 낸 것이고, 그 소리에 답을 했을 것이다. 처음에는 독서를 소소한 취미 정도로 여겼고, 변화를 기대하지는 않았다. 최근에는 읽고 써야 한다는 생각에 전략적으로 읽는다. 읽다 보니 쓰고 싶어 진다.
나의 작은 변화다. 희망적인 건 지금의 내 모습보다 5년, 10년 후에는 더 긍정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강한 자기 확신이 생긴다는 점이다. 독서와 감사는 지금 내가 누리는 것들이 당연하지 않다는 걸 가장 먼저 깨닫게 해 주었다. 숨을 쉬는 것도, 아침에 맑은 하늘을 보는 것도 당연한 것은 없었다.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음을 안 순간부터 내 인생은 이미 달라진 것이다.
한 끼 식사가 감사하고, 반짝이다 사라질 햇살 한 조각도 고마운 요즘이다. 늘 행복할 수만 없는 것이 인생이지만 절망과 두려움 안에서도 더 나은 선택을 하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웃으려고 노력하고, 타인에게 친절하려고 의식적으로 행동한다. 그러다 보면 좋은 일이 생기고 더 많이 웃을 일이 생긴다. 남을 돕는 일이 나 자신을 돕는 일이라고 하잖은가.
예전에는 이런 내 모습이 아니었다. 덜 가지면 손해를 보는 인생 같았고, 남들이 싫은 소리 하면 억울했다. 내 인생에 이런 상황이 오리라는 것을 상상해 본 적이 없다. 지금은 매일 하는 리츄얼 습관으로 나를 만들어간다. 따라서 내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행복하다. 관계를 이루며 사는 사람에게 겉으로만 예의를 차리는 것이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감사를 비추며 산다.
오늘 하루 잘 살았고, 내일도 오늘처럼 살면 된다. 10년 후 그 이상의 미래의 내가 오늘에 감사할 수 있도록. 어린 시절 꿈이 뭐냐고 물어보면 쭈뼛대며 말을 주저하던 내가 새로운 꿈을 꾼다. 그래서 감사하고 행복하다. 내 입맛대로 쓰는 글이지만 이 순간 쓰는 경험도 즐겁다. 눈치 보지 않고 쓰는 글이 마음 편하다. 내면 그릇이 단단해져 가나 보다.
Brunch Book
월, 화, 수, 목, 금,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