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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조음 Jul 05. 2024

개소리 좀 안 나게 하라

레전드 탄생의 비화

나의 밤은 너의 낮보다 화려하다

영화제목이 아니지. 바로 나, 고양이를 두고 한 말이지. 낮이야말로 우리 종속들에겐 한낮과도 은 시간이지. 인간들 하고는 정반대라고 생각하면 되지. 집사가 코를 골며 잠을 잘 때가 바로 내가 맹렬하게 우다다~~ 지뢀뢀라라~하는 시간이지. 침대와 거실을 뛰어 너머 곳곳에 있는 장애물을 통과하여 베란다까지 전속력으로 슬라이딩하며 질주를 하지.

나에게 질주 본능이란 타고난 유전자 인 셈이지. 치타 조상님들이 세렝게티 초원에서 톰슨가젤을 사냥하던 맹수의 피가 나에게도 철철 흐르기 때문이지. 특히나 쾌변을 본 후에는 몸이 더더욱 가벼워져서 맹렬하게 우다다를 하지. 100미터 빙상 스케이트 선수가 전속력으로 반원을 그리며 달린다고 생각하면 되는 거지. 전에는 열 바퀴 정도 돌아야 몸이 풀리는데 지금은 늙어서 두세 바퀴 정도로 몸풀기를  끝내지. 집구석이 작다 보니  미리 장애물들을 살펴봐야만 고꾸라지는 불상사를 방지하는 법이지.

나의 매력이 뭔 줄 아니? 지금까지 그렇게 달렸어도 살림살이를 깨부수거나 밀쳐서 넘어뜨린 적은 없다는 거지. 때로는 너무나 광분해서 유리창에 쿵 처박히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은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는 것과 같은 실수에 불과한 거지.


내가 우다다를 하는 것은 젊은 애들 부아앙~ 광란의 질주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지. 나도 소리를 빼애액 지르며 달리곤 하지. 먼저 집사의 코 고는 소리에 맞춰 궁둥이를 실룩실룩 부르르르 떨면서 시동을 걸다가 낮에 봐둔 장애물을 빠른 시간에 스캔한 뒤에 호잇~~~ 땡! 야호홋~~~~~!!!

현관문에서 달리기 시작하여 거실, 소파를 가로질러 베란다까지의 XYMS자의 코스를 돌파하고~~ Uㅡton.  장애물을 휘릭 돌면서  발톱에 바닥 미끄러지는 소리가 초ㅑ르~르~~ 물결을 치는 거지. 촤르르 지뢀랄랄~~~ 미끄러지면서 기분이 째져서 미친놈처럼 괴성을 지르지.


"난, 오늘 만 산다~~~ 아~~ 잉~~ 꺄오옹~

내일은 없다~~ 잉~~~ 냐오옹~~ 꺄오오옹~~ 다 덤뵤~~~ 내가 바~  의~와~~ 왕~~~~ 이~~~ 다~~~ 잉~~~ 꺄꺄~~ 왕왕 와왕~~"


그러면 집사는 코를 골다 말고 깜짝 깨어나서 나에게 소리를 지르며 베개를 던지곤 하지.


ㅡ 야!! ~~ 미~~ 친 ~~ 괭~~~ 이야!!

 좀 자자! 잠~~ 좀 자! 조용 안 해!!


풋!! 내 면상에 단 한 번도 베개로 맞은 적은 없지. 침대밑에 숨어 있는 척하다가 집사의 귀에만 들릴 정도로 '에~~ 옹' 하고 짧게 말을 하지. 그러면 집사가 팔을 들어 옆자리를 손바닥으로 탁탁 두드리.

그만하고 옆에서 자란 말이지.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 자라면 잔다면 그건 고양이가 아니지. 도그지, 도그.

헛! 처음에 말했지? 나는 신라의 여왕! 밤의 여왕이라고!


집사가 코를 골면 다시 호잇~~~ 궁둥이 실룩실룩 발사!!


"냐오옹~~~ 꺄오옹옹~~ 꼬ㅔ~~~~ 꼬ㅐ~~ 꽥~니들 다 죽었다~~~~ 꺄오옹웅'.

ㅡ 야!!!! 미~~ 친 ~~ 괭이야!!! 잠 좀 자자!! 잠 좀!! 


베개가 날아와서 온 동네 잠을 깨우면 귀 밝은 발바리가 흥분해서 짖기 시작하지.


"왈왈왈~~~ 친구친구~~ 어디 살아? 나랑 놀장?~~ 왈왈왈~내가 갈까?? 네가 올래? 왈왈왈 방가방가 왈왈~~"


그러면 동네 개들이 다 깨어나서


"컹컹~응? 뭔 일?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왈왈~나는 도그, 너는 캣? 컹컹~나는 금붕어, 너는 거북이? 왈왈왈~나는 인간, 너는 귀신? 컹컹~멍멍~왈왈~"


그러면 목소리 큰 아저씨가 참다못해 아파트가 떠나갈 정도로 소리를 지르지.


"야~~~!!! 개소리 좀 안 나게!! 하라!! 야~~~ 이 개새끼들아!! 야~~~!!! 개소리 좀 안 나게!! 하라!!! " 



누워 잠든 큰 아기(집사)를 물끄러미 바라보면 측은하지. 사료값 벌어오느라 먼 거리를  출퇴근하면서 고생하고 있지. 얼마 전에는 신상 스크레쳐를 질렀더라지. 고마워서 집사 옆에 같이 누워 꾹꾹이도 하고 골골송을 부르면 아기처럼 잘 자더라는 거지. 솜 방망이로 잠든 집사의 얼굴을 쓰담하면 잠결인데도 습관적으로 궁둥이팡팡을 해주곤 하지. 서로 오가는 궁둥이팡팡과 쓰담쓰담을 주고받으면 집사는 이불을 뒤집어쓰고서 돌아 눕지. 감히 여왕 앞에서 되돌아 눕다니, 그런 때는 박치기로 겨드랑이를 세게 받아버리지. 다시 집사는 궁둥이팡팡... 북 치는 인형이 따로 없지. 킥킥.


집사만 당하는 것 같지만 실은 그게 아니지. 나도 말 못 할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지. 집사의 공격도 내 박치기만큼이나 아주 그냥 박력적이지. 집사 옆에서 골골송을 하다 잠이 들곤 하는데 침대에서 깜짝! 붕 ~~ 날아올라 도망치는 일이 자주 일어나지. 내가 곤히 자고 있는데 집사가

"뿌아앙~~~ 아아~~ 아~뿡~~ 뿡~~ 뿌아아!~~ 앙!

독가스~~~ 먹고 ~~~ 다 죽어 버려라~~ 이~~ 못된 인간들아~~ 뿌아앙~~ 뿡~~ 뿡~~ 푸시식~~~ 지구~~ 뿌셔~~ 다~~ 무~너~져라~뿌~~~~ 아~~ㅇ~!!!"

천둥 벼락 치는 방귀를 를 뀌면 난 놀라서 침대에서 푹 튀어올라 도망을 가곤 하지. 십수 년간 분석을 해보니 집사가 회식을 하는 날, 특히 날 생선이나 해물탕을 먹고서 소주와 맥주를 말아먹고 오신 날은 우박을 동반한 천둥 벼락 지진 나는 날이지. 소심한 집사가 방귀로 스트레스를 죄다 풀어내는 것이지. 이 사실을 나만 안단 말이지. 그렇게 내가 방귀 소리에 놀라 내달리면 날 짝사랑하는 귀트인 발발이가 짖기 시작하고, 동네 강아지들이 합창을 하지.


 "왈왈왈~친구친구?? 어데어데?? 네가 올래, 내가 갈까? 멍멍~계란 톡,라면 먹을래? 왈왈~

 컹컹~나는 블도그, 너는 치와와? 멍멍~나는 핫도그, 너는 밤양갱? 왈왈왈~캥캥!


그러면 또 어김없이 아저씨의 큰 목소리가 들려오지.


"야~~~!!! 개소리 좀 안 나게 하라!! 이! 개! 새끼들아~~~~ 야~~~~ 개소리 좀 안 나게 하라!!"


 궁둥이팡팡~ 골골~쓰담쓰담~ 방귀 뿌우웅~~ 팔짝!! 캬오옹~꺄오옹~ 우다다다~

왈왈 ~~ 친구친구 왈왈~~~ 나감 너 올? 계란톡 라면먹?~~ 왈왈

야~~~!!! 개소리 좀 안 나게~~ 하라!! 


이렇게 돌아가는 것이지. 전설은 언제나 하찮은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법이지. 집사의 방귀가 레전드로 비화될지는 그 누가 알았겠어? 그렇지?


나의 밤은 언제나 너의 낮보다 화려하지. 우리 집에는 알람이 필요 없지. 내가 바로 하우머치지.

창밖이 훤해지면 나~~ 옹 기상나팔을 불지. 그러면  집사는 핸드폰을 힐끗 보면서 또 베개를 집어던지지.

"얌마!! 잠 좀 자자! 지금 5시여. 7시에 깨우라고!"

신경질에다 방귀까지 시원하게 뿡뿡거리면 나는 또 내달리지.

그럼 다시

 왈~왈~친구 칭구~어데어데~나감너올? 멍멍~ 계톡면먹? 컹컹~ 왈왈~

야~~ 개소리 좀 안 나게 하라!!! 야~~~ 개소리 좀..."

요즘은 여름이라서 일찍  깨우는 건데, 겨울에는 정 반대로 7시가 넘어도 창밖은 어두컴컴하단 말이지. 그래서  깨우지 않으면 또 베개가 날아오는 거지. 난 그럼 내달리고 발바리 짖고, 아저씨 소리 지르고...

뿡뿡~우다다~왈 왈~칭구칭구~ 계란톡~멍멍, 야!! 개소리~좀...

<뿡뿡왈 야개소리>

이 집구석은 날마다 전설이지. 집사의 방귀에서 시작된 전설을 오직 나만 안다는 사실이지. 이렇게 세월이 흐르지. 우다다다~~ 흐르지.


여기 고상하고 교양 있는 브런치 작가님들 중에는 방귀 안 뀌고 베개 안던지는 집사님 계시면 연락해 주란말이지. 내가 그대 옆에 같이 누워 긴긴밤을 꾹꾹이와 골골송으로 고이 잠들게 하리니, 그대의 밤은 내가 책임지리니....

넌 낮의 지배자! 난 밤의 지배자! 어때? 공평하지.


(핸폰으로 글을 읽으시면  여왕 신라님께서 보내는 눈윙크를 받아 보실수 있으십니다.

온 우주의 기를 모아 담은  싸랑의 눈 윙크!! 모두 받으시고 행복만땅 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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