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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조음 Feb 02. 2024

술이술이 마알술이 술술이 한 사발

막걸리 번개팅

eb 01. 20

 어휴~언니, 오해하지 마셔요.

사진이 너무 과장되게 나왔네요.

실제는 이런 분위기 아니었어요. 모임에 한두 번 나오던 O면장님 아시죠? 아,  거~ 짱딸막하니 배 좀 나오고, 아그똥하니 생기신 분.  예~그분 맞아요. 제가 불러낸 게 아니라니깐요.  막걸리 골목에서 만나자고 먼저 약속을 하셨어요.


  막걸리깨나 마실 줄 아는 사람들에게 연락을 하다 보니 언니한테는 미처 연락을 못했어요. 일부러 언니만 쏙 뺀  아니라니깐요. 죄송함다.

 장난기가 발동해서 ‘지금  막걸리 집에 너만 빼고 다 모였다. 뒷 담화 듣기 싫으면 집구석에서 기어 나오너라.문자를 보낸 거예요.


 초상집 가야 한다, 잠깐 마트 좀 다녀올게,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떼거리로 모여든 거랍니다. 그 젊잖은 최 선생도 운동복에 슬리퍼를 신고 달려 나왔지 뭐예요.  

 이렇게나 막걸리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줄 처음 알았네요. 역시 국민 막걸리! 인정합니다.     


얼마나 마셨냐고요? 어디 보자~ 안주 끝판 왕, 다섯 주전자에다 빈병세워 놓고 볼링 치는 정도? 그냥 술 만 마셨냐고요? 에이~우리를 뭘로 보고 그러셔.  많은 민족 아닙니까? 숟가락을 마이크 삼아 ‘안 오는 건지~못 오는 건지~안동역 도 부르고, ‘저 푸른 초원 위에~뚜루뚜루~’도 불렀지요. 끝내고 집구석으로 들어갔냐고요?


 아이고~언니, 사진 보면 몰라요? 2차 노래방까지 갔잖아요. 저도 갔냐고요? 저 노래 딱 질색인 거 아시죠? 알딸딸 취기가 올라와서  집에 가려는데, 고선생이

언제  우리가 이렇게 만나서 막걸리를 마셔 보겠어? 우리들 중에 누가 먼저 죽을지 모르는 일 아니니? 살아 있을 때 즐겁게 놀아야 되지 않겠어? 안 그래?

딱 이렇게 말했다니깐요. 오늘 헤어지면 다시는 못 볼 사람처럼 찡~하게 들려서리 아몰랑~ 오늘 달려보자~달려! 그렇게 된겁니다.


 딱 한 시간만 놀자고 해서  끌려간 거뿐이에요. 우린 이런 면에서 단합 최고잖아요. 제가 젤 재밌게 논거 같다고요? 아유~아니에요. 무슨 천만의 말씀을. 사진 보면 아시겠지만 O면장님이 넥타이로 머리띠 두르고, 누가 내 입술을 벌겋게 칠해줘서 뺑덕 어미처럼 되었고요. 슬리퍼 신고 온 최 선생이 화장지 길게 늘어트려서 살풀이 춤을 추었답니다.

 잡신이 들렸는지, 별안간 박 선생이 구석에 있는 소화기를  메고 뛰어 다녀서 배꼽을 잡았고, 저는 탬버린 소리가 잘 나는지 궁금해서 궁뎅이랑, 머리에 치대면서 흔들흔들 ~호랑나비~, 한 마리가~싸~한 거뿐이에요.


알고 보니 O면장님과 박 선생이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더라고요. 고래 고기를 잡수셨나, 둘이서  고래고래 괴성을 지르며 노래를 부르는 통에 노래방 무너지는 줄 알았다니깐요. 포도만 봐도 취한다는 선생 아시죠? 그 양반은 아 글쎄, 막걸리와 소맥을 짬뽕으로 드시고는 소파에 널브러져 기절했다니깐요. 떼미고 집에까지 바래다 주느라  죽을 똥을 쌌다 하더라고요.


 늦게 집에 들어갔냐고요? 아니~우리는 진짜 딱 한 시간만 놀려고 했어요. 노래방 주인이 심심 지, 자꾸  서비스로 삼십 분, 삼십 분.. 넣어 주지 뭐예요. 우리는 시간이 그렇게 지난 줄 몰랐다니깐요.

가만 있어봐라, 내가 O면장님과 해 떨어지기 전에  만났으니까, 열 시간쯤 논거 같네요. 노래방 사장님이 계속 불을 지피니, 에헤라 디여~ 덩실덩실. 에효~ 쿵따리 샤바라 빠빠빠~~ 더 말해 무엇합니까? 다들 정신 줄 놓아버렸네요. 그 틈에 누가 사진을 찍어서 밴드에 떡허니 올린 거고요.


정신 차리고 보니까  탬버린은 알맹이가 다 빠져있고  마이크는 삑사리에다 다들 성대 결절이 왔는지 목소리가 걸걸 하더라고요. 정말 진짜로 '딱 한 시간'만 놀려고 했ᆢᆢ던 게 날을 새고 말았네요. 다들 정력도 좋으셔.

 막걸리에, 노래방에, 풀어놓으니 젊은이들 저리 가라 잘 놀더라고요. 맨날 허리 아프다는 송 선생도 펄펄 날아 다니더라니깐요. 그렇게 잘 노는 거 첨 봤어요, 첨봐.


노래방 주인이 그만 나가 달라고해서 밖으로 나왔더니 주룩주룩 비가 내리지 뭐예요.  단수를 하네마네, 야단인데 비가 내리니까 좋더라고요. 오늘 우리가  날궂이를 제대로 했구나, 뭉클했다니깐요. 아 참, 이선생은 구두를  짝짝이로 신고 가던데 제대로 찾았나 모르겠네요.


이번에 언니를  안 불러줘서 너무나 속이 상하셨다고요? 다음에 제일 먼저 불러 달라고요? 암요 암요. 또 불시에 막걸리 번개팅 한번 때릴 테니 달려오셔야 해요. 끊어요~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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