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벚꽃이 지면 山寺를 내려가야지, 이 겨울 지나고 나면 꼭... 속으로 매번 다짐하며 지내온 시절이 벌써 25년입니다. 이제는 山寺에 저의 인생이, 청춘이 녹고 녹아 차 향기로 흩어져, 내려가는 길조차 잊은 지 오래입니다.
안녕하세요, 그동안 평안하셨는지요.
벚꽃 지나면 초파일, 초파일 지나고 나면 삼복더위 백중, 가을바람이 부는가 싶더니 펑펑 흰 눈이 내리고, 다시 벚꽃이 피고ᆢᆢ자고 나면 봄이 오고, 자고 나면 겨울이 오고.
그러는 사이 30대 초반의 쥔장은 50대 후반이 되었습니다. 그 오랜 시간 동안 나라의 지도자가 몇 번이나 바뀌었는지 모르고 살았습니다. 때론 제 나이도 잊은 채 정신없이 살았습니다.
오늘 이 편지를 쓰느라 잠시 지나온 시간들을 돌이켜보니 슬프고 괴로웠던 시간, 절망감에 잠을 이루지 못하던 날, 허리 수술로 병실에 누워있던 시간들조차 모두 그때가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이었으며 참으로 좋은 시절이었다고 감히 말하고 싶어 집니다.
세상을 다 이겨먹고도 남을 패기와 열정이 있었고 세상을 다 정복하고도 남을 젊음과 가장 큰 무기인 ‘시간’이라는 희망이 있었기에 돈이 없어도 행복했던 ‘한 때’ 였습니다.
그리고 지금 절간에서 일하고 있는 이 자리가 ‘돈을 많이 버는 자리’가 아니라 공덕을 쌓는 자리, 많이 베풀고 나누는 자리라는 것도 저 세월이 가르쳐 주었습니다.
'막내야, 착하게 살아라. 순하게 살아라.’ 연신 제 머리를 쓰다듬으며 어질게 말씀하시던 어머니의 목소리가 부처님의 가르침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지나온 모든 시간들은 저에게 언제나 큰 스승이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님께서는 어떠한 시간을 보내셨는지요? 무엇을 더 소망하고 이루고 싶으신지요? 오늘은 무엇을 드시고 싶으신지요? 앞으로 남은 시간을 무엇으로 채우고 싶으신지요?
저는 한 달 전처럼, 어제처럼, 오늘도 제 일터에서 열심히 차를 만들고 설거지를 하며 불교학당 강의도 듣고 등산, 맛집 순례도 하면서 즐겁게 살랍니다. 내일 모래 일 년 뒤에도ᆢᆢ그래서 또 어느 날 지나온 시간들은 모두 언제나 그때가 참 좋은 시절이었으며 다시 올 수 없는 최고의 나날들이었다고 추억하며 살랍니다.
점점 흰머리가 숭숭하고 주름이 지고 노쇠해지고 있지만부처님 가르침 그대로 실천하려 정진할 것입니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 속에 피어나는 연꽃처럼, 수행하고 기도하며 나누고 베풀며 그렇게 무소의 뿔처럼 당당하게 살아가렵니다.
님께서도 언제나 아름답고 행복하며 찬란히 빛나는 나날 되시기를 진정 바라오며, 비록 짜디짠 눈물로 시간을 적시는 날도 있겠지만, 지금도 너무너무 좋은 날이지만 우리에게도 더 좋은 날이 오기를 바라오며 함께 음악 한 곡 듣고 싶습니다.
아그네스 발챠 Agnes Baltsaㅡ우리에게도 더 좋은 날이 오겠지
‘Aspri Mera Ke Ya Mas(There will be better days, even for 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