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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preparation

21. 내 욕심일까

by 다움

기분 좋게 눈을 뜬 아침, 봄이 막 시작된 4월은 겨울보다 일찍 해가 뜬다.

시계를 보니 6시 반. 저번 달에는 깜깜했던 것 같은데 커튼 사이로 어렴풋이 빛이 비춘다.


이불 사이로 기지개도 피고 발가락도 꼼지락 꼼지락 움직여본다.

6시가 넘도록 아기가 자는 것을 보니, 참 많이 컸다.

작년까지만 해도 아기 몸에 시계가 달렸나 5시만 되면 일어나 옹알옹알 혼자 말도 하고, 소리도 지르더니.

언제쯤 내가 먼저 일어나서 기지개를 펴보나 싶었는데, 이제 나도 내가 먼저 눈을 뜨는 날이 오네. 싶었다.


남편과 아기는 항상 함께 출근한다.

직장어린이집을 다니는 아기는 매일 아침마다 좋아하는 아빠와 함께 출근해서 그런지 항상 기분이 좋다.

(나도 기분이 좋다 여러모로)

오늘도 남편과 아기가 함께 출근하는 길에 먹을 간식을 챙겨서 아기 가방 안에 넣어주고, 영양제를 챙겨서 식탁에 둔다.


준비를 마치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는 아기에게 말했다.

‘오늘은 옥수수 넣었어. 아빠한테 옥수수 주세요~ 해!’

‘옥수수? 옥수수 주세요!!’

‘아..아니 있다가 빠방이 타구 먹어야지…’


출근을 배웅하고 집으로 들어오니, 조용하고 적막했다.

아기와 남편이 씻고 옷입고 먹고 마시고, 지나간 방과 거실과 부엌은 바빴던 아침을 보여주듯 어지럽혀져있었다.

자…어디부터 정리를 시작해야하나…. 창문을 먼저 열어보자..

오늘은 분리수거 날이니, 미리미리 분리수거도 내 놓아야지.. 생각하던 찰나에


띵동.

이시간에 누구지? 택배는 문 앞에 두고 가시는데.. 누가 왔나?


'안녕하세요! 등기우편입니다. 땡땡씨와 관계가 어떻게 되시나요.'

‘안녕하세요! 와이프에요. 감사합니다!’


등기를 뜯어보니, 사령장이였다.

야근도 일도 많았던 남편에게 노력의 결과물이 도착했다.

몇일 전부터 기대감을 가지고 승진신청을 하면 떨어졌을 때 큰 실망감을 가질까봐

애써 기대가 없다며, 안돼도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혼잣말을 그렇게 하더니..어려운 승진이 되었다.

금박이스티커가 붙은 멋진 사령장이었다.

내가 봐도 이렇게 미소가 지어지는데 직접보면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나는 이리저리 두리번 거리다 우리집 거실에서 눈에 가장 잘 띄는 거실 벽 선반에 멋지게 세워두었다.

‘멋지다. 남편.’

그 옆에, 올해 2월 첫 어린이집 병아리반을 수료한 아기가 환하게 웃으며 선생님 손을 잡고 찍은 수료사진을 두었다.

‘이쁘다. 아기.’


내 가슴에 가득차 있는 두 명이 사회에 나가 멋지게 활동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진심을 다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음 한 켠에 나는 …….

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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