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내 방법
혼자 있기 싫은 날이 있다.
그런 날은 내 곁에 누가 있어도 분명 힘든 날이었겠지.
아무 것도 하기 싫은 날이 있다.
씻는 것도 해야할 일도 그 무엇도 하고 싶지 않은 날이 있다.
평소엔 오랫동안 보지 않던 SNS를 멍하니 바라보며 눈만 구른다.
이런 날은 깊게 파고들어가는 우울함이 나를 집어삼킨다.
눈 한 번 길게 감고 허리를 피고 앉는다.
큰 숨을 아주 크게 쉬면서 눈을 번쩍 떠본다.
아무 생각하지 말고 일어나 열심히 씻어야한다.
씻고나면 거울 속 내 얼굴이 보이고 칙칙한 내 얼굴이 보이면 로션이라도 발라보고
옆에 보이는 수건 걷어 빨래통에 넣고 빨래를 시작해보고
답답한 커튼 휙 열어재껴 창문을 열면 차디찬 바람이 내 얼굴을 때리고
맞은 뺨 얼얼하게 정신 차려본다.
내 안에 가득찬 불안과 걱정이 언제쯤 사라질까
답답한 마음 가득안고 책상에 앉아 다이어리 열어본다.
맘에 드는 펜 하나 골라
하나부터 열까지 다 적어야지 너무 사소해서 별거 아니었던 걱정까지 전부 다 적어
맨 아래 마지막 줄에는 별거 아니였다는 듯 '오늘도 힘차게 지내자' 적어준다.
우울한 날, 헤어나오지 못하겠는 날은
이렇게 정리한다.
그리고 다시 쭈글쭈글하게 해야할 일을 하다보면 그렇게 지나간다. 나의 우울한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