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미아방지고리
'유나야, 거기 금고에 엄마 예전에 차던 진주목걸이 있나 확인해줄래?'
우리 부모님은 25년째 해외생활을 하고 계신다.
그 동안 한국에 있는 짐, 외국에 있는 짐을 왔다갔다 하시면서 비우고 채우고를 반복하셨다.
그러다 지금은 우리집에 엄마의 작은 금고를 두었다.
무겁기도 한데 버리기도 아깝다고 하셔서 내가 보관해드리고 있었다.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는 사실 별로 궁금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제대로 열고 본 적도 없었지만 별거 있겠나? 엄마의 악세서리나 중요했던 문서들이 전부겠지.
오늘 아침, 엄마에게 온 전화로 처음 금고를 제대로 열어보았다.
그것도 아기 등원을 마치고 막 들어와서, 밀린 청소를 뒤로 하고 요거트를 먹던 와중에.
'있다가 할게 하고서 까먹고 또 안하지말고! 지금 좀 봐줘!'
엄마는 항상 빨리빨리해라, 까먹지좀말아라, 안잊으면 너가 아니지 어휴. 등
평생을 지겹지도 않은지 나에게 하시는 말씀이다. 나도 지겹게 잘 까먹는 탓이겠지만.
'알겠어! 지금볼게요!'
요거트 한숟갈 크게 먹고 후다닥 뛰어갔다. 전화는 끊지 않은 채 귀에 대고.
열어본 금고 안에는 이것 저것 어지럽지않게 정리가 되어있었는데 그 안에 진주목걸이는 아무리 봐도 없었다.
'엄마, 없어요 금고 안에. 엄마 집에 있는거 아닐까? 한번 더 봐봐요'
전화를 끊고 열린 금고 안에 무언가 귀여운 고리가 있어 조심스럽게 집어봤는데.
녹슨 은고리. 빨간자동차 그림이 그려져있는 낯익은 악세서리였다.
예전에 아기가 두돌이되었을 무렵, 아기에게 미아방지목걸이를 해주기 위해 보았던 문양 중 하나였다.
빨간자동차 그림 뒤편을 뒤집어보니
「684-0000 유나」
내가 우리아기만큼 작았던 시절에 엄마가 달아준 미아방지고리였다.
이게 뭐라고 아직도 이걸 가지고 있어.
가슴이 울컥하더니 눈시울이 붉어졌다.
어릴 적 우리집은 많이 가난했다. 아이 둘을 키우기에 작은 단칸방에서 한푼 없이 시작하신 부모님이었다.
없는 살림에 작은아이 잃어버릴까, 은고리를 사서 달아두셨던 미아방지고리.
내가 우리 아기의 목에 미아방지목걸이를 걸어줄 때 가졌던 그 마음.
아기를 혹시나 놓치더라도 꼭 찾기를 노심초사했던 그 마음.
나도 그렇게 자랐구나.
나도 나중에 우리 아기가 다 자라서 더 이상 이 목걸이가 필요없어진다면,
나도 버리지 못하고 가지고 있겠지.
마음이 울렁였다.
언제 이렇게 우리엄마 나이가 드셨나. 나는 또 언제 이렇게 엄마가 되었나.
그리고 소름이 돋았다.
보는 안목은 30년이 지나도 엄마나 딸이나 똑같네. 빨간자동차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