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동락 - 3화 가장 빈곤하게 살았던 어른의 자립하는 두번째 이야기
이 이야기는 자립의 여정을 거치게 될 친구.
설상가상을 통해 좌절과 절망을 받아들이고 죽음을 당해야만 했던 그 이후의 이야기
어둡고 보이질 않는 공허함 속에서 빛이 트여졌다.
그 빛을 통해 눈을 떠보니 너무나도 익숙한 천장과 빠르게 날라다니는 검고 작은 생명체들.
옛날 같았으면 죽다 살아난 쾌적한 느낌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행복하게 다음 업무를 봤을텐데
지금 눈 떠보니 여전히 나락에 있다는 것을 알게되고 공포를 느꼈다.
무서웠다. 살아있는게 너무 무서웠다.
죽어야하는데 왜 날 죽지 못하게 만들까.
아무리 힘껏 울어도 다그치고, 안아주고, 위로해줄 그 이는 이제 내 곁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 아무도 도와줄 사람이 없는데, 밖에서 노숙해도 이 상황에서 나아질 것도 없는데,
정말로 살아있는게 무섭지만 그렇다고 죽기엔 내가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 혼동 그 자체의 느낌은 패닉상태였다.
한시간 두시간 울어도 울음은 멈추질 않고, 울다가 기력이 다 흐트러지니.. 안정을 취할 겸
잠시 핸드폰을 켰는데 시각을 보니 새벽 3시 50분이였다.
그래, 정해진 예고대로면 나는 새벽 4시에 핸드폰 정지상태가 되어 아무도 연락하질 못할 것이다.
누구한테 마지막으로 전화하지?
친구? 없어 민폐.
가족? 연락을 안받을까봐 무섭고,
도망간 남자친구는 연락을 아예 안받고,
도저히 머리를 굴려봐도 아무한테 연락할 수가 없구나.
그러던 도중 머리에 짱박아뒀던 이 트위터에서 보던 유용한 팁이 되감겨졌다.
아무리 힘들고 속털이 하고 싶다면 친구한테 그러지말고 '1388' 청소년상담센터에 전화해서 속털이만 하고 끊어라. 라는 팁이였다. 개인정보를 말하면 무조건 학교나 부모님에게 털어놓은 이야기를 다 누설한다니까, 개인정보는 절대 말하지 말라는 조언.
나는 마지막 전화를 '1388' 에 전화했다.
울면서 전화했다. 내 개인정보는 어차피 누구한테 줘도 받질 않았으니까 다 토해냈다.
집이 없어졌다, 쫒겨났다, 밥이 먹고싶다, 살고싶다의 나의 요청 그대로 얘기했는데
'청소년 쉼터'에 연계 해주겠다 하더라.
처음들어보는 청소년 쉼터. 그 곳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18세 ~ 24세의 법적 청소년이면 올 수 있으니
살 곳이 없으면 여기서 자고 먹고 생활하라고 하셨다.
전화번호를 받아적고 새벽에 전화를 했더니 울며불며 사정을 말해 가고싶다고 얘기했지만
전화받는 당시 쉼터 선생님께서 여기는 중장기 쉼터라 당장은 못 온다, 나이도 많아서 '단기 청소년 쉼터' 로 가지 않겠느냐고 제안하셨다. 어디든 좋다. 못가지만 않으면 된다.
다시 연락처를 받아적고 단기 청소년 쉼터에 연락했다.
또 다시 울며불며 얘기했더니 전화 받은 선생님께서는 당장 와서 입소하라고 하셨다.
새벽이라 버스는 없고 택시비는 없고 전화는 곧 끊길테니
내일 중으로 꼭 들어가겠다고 말씀 드렸다.
용무를 마친 나는 안도의 눈물을 다시 흘리며 잠을 청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