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동락 - 2화, 가장 빈곤하게 살았던 어른의 자립하는 이야기
이번 이야기는 내가 쉼터에 입소하기 직전의 이야기.
내 과거이자 암흑기의 가장 밑바닥이 닿았던 곳.
나는 원래부터 부모복이 형편 없었다.
친엄마라는 여자는 내가 갓난아기 시절 나를 죽이기 위해 먹이도, 볼일도 보지 못하게했다.
얼마나 증오스러웠으면 내 후두부는 움푹 파여진 채로 영원한 상처가 되었다.
친아빠는 술, 도박, 틈만나면 칼부림은 일수였고.
새엄마는 자라지 못했던 이 환경에서 나를 꺼내줬다.
그래, 나는 입양아다.
새엄마와 친아빠는 재혼했지만 친아빠의 행패와 부모간의 사업 실패로 이혼했고 나는 새엄마와 함께 살게되었다.
새엄마의 울타리 속에서는 20살 연상의 새언니와 19살 연상의 새오빠가 있었다.
이 울타리 속에서는 그나마 숨이 트였지만 자라오면서 유치원을 거치지 않았고 초등학교도 입학해야하는 나이에 1년 늦춰 1살 더 어린 동생들과 함께 학창시절을 평생 보내게됐다.
나는 00년생이지만 이러한 환경 때문에 만약 현재 2008년 이라고 한다면 나는 9살이 아니라 8살로 인지했었고 또래 친구나 내 나이를 밝히면 인지부조화가 항상 일으켰다.
내가 왜 1년 꿇은 학생이 되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만, 일단 돈에 관련된건 확실했었다.
왜냐하면 친아빠라는 사람은 나에게 양육비를 단 한번도 보태주지 않았었고
매달마다 나오는 학비, 우유비, 중식, 석식 기타등등... 아빠는 일푼도 내주지 않았다.
21세기인데.. 초등학교 1학년부터 담임선생님을 통해 계속 돈을 보내라고 독촉을 하셨다.
이런 일이 한두번의 일이 아니고 돈 밀리는 것에 스트레스에 트라우마로 시달리게 되었다.
초등학교 6학년. 그림이라는 특기를 살려 커미션이라는 비상업용 그림을 그리게 되었고
커미션으로 돈을 벌 때마다 나는 무언가 사먹을 돈 없이 학비로 전부 보태야만 했다.
고등학교 3학년 졸업까지 전부 학비로 바쳤고..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성인까지 버텨온 나는 고등학교 졸업식을 마치고 대학교에 입학하며
드디어 바랐던 독립하게 되었다.
학자금 대출과 그간 모은돈으로 대학가에서 1.5룸 방을 구했고
월세가 40... 만원이 넘었기에 편의점 알바를 주로 했었던 것 같다.
학비는 학자금 대출을 받고, 일부분 장학금을 받았어서 조금 숨틈이 남아있었지만
새언니는 한국장학재단에 받을 수 있으면 다 땡겨오라고 그게 인생에서 제일 좋다며
언니는 내 명의로 생활비 대출을 매 학기마다 150만원을 땡겨 가져갔다.
이 당시 새언니는 가장노릇을 하고 있었고 금전적으로 지탱해주기에 롤모델로 삼고싶을 정도로 매우 존경스러웠던 우리 언니였다.
나도 성인이 되고 나서 가족의 힘이 되고싶었고, 언니가 금전관리 도와주겠답시며 내 신분증과 통장, 도장을 가져갔다. (내 허락은 따로 안구했다.)
그렇게 학자금 빚이 조금씩 쌓여지더니 도저히 학업 집중을 할 수가 없게되자, 나는 새언니의 회사에 들어가서 1년직을 맡게되었다. 그렇게 되니 대학가에 둔 내 월세집은 갈 필요가 없어지게되고, 언니가 일을 편하게 하려면 다시 새엄마네 집으로 와서 같이 살면서 일하자 하니까... 나는 그렇게 다시 살게 되었다.
암흑기로 빠지는 시기는 바로 이 시기였다.
내가 성인이되어 책임을 질게 한 두가지가 생겨나갈 수록 새언니는 신용관리 목적으로 돈을 관리하고,
신용카드를 개설하는 것을 도와주고, 결국엔 내 명의도용을 하면서까지 1600만원의 대출을 받아 가져갔다.
모든 일들이 너무 의심스러움에도 가족이니까..., 마지막 믿음을 져버리고 싶지않아서 언니를 믿고, 갚아주기 까지 기다렸다.
언니는 돈을 갚겠다해놓고 언니는 갚지 않았고, 나는 신용불량자가 되어버렸다.
내가 그 이후로 돈갚으라 조금 닥달했더니 언니는 까불지말라고 강압적으로 나의 기를 죽이며 집 밖으로 꺼지라고 협박까지 해댔다.
하.. 시발.
난 언니 때문에 돈이 없어져서 돈이 없는 사람인데 언니의 협박에 제압당했다.
시간이 지나 내가 돈되는 일이 없어졌나본지
새언니는 우리 엄마집을 팔아야하니 나가달라며, 너도 어른이니까 혼자서 살라고 얘기하더니 내가 잠시 밖에 볼일 보고온 사이에 갑작스럽게 내 짐을 문 밖으로 뺴두고 새엄마와 새언니는 그뒤로 사라졌다. 정말로.
시발 이게 드라마면 드라마라고 믿고싶었다.
경찰에 신고하고싶은데 나는 언니의 협박이 무서워서 여태까지 할 수가 없었다.
그 사이에 나는 남자친구가 있어서 다행이지. 남자친구에게 사정사정 해서 남자친구와 동거를 했지만
남자친구의 예민하고 지랄맞는 새끼이기 때문에 항상 트러블이 났었다.
그정도는 내가 넘길 수 있었다. 갑을관계가 되어도 넘길 수 있었다.
근데 이 돼지새끼가 식비 100만원이나 지출하니 빚을 갚을 돈이 없어졌다.
물론 이 부채가 내가 갚을 이유는 없지만, 내 명의로 진 빚이기 때문에 내가 강제로 내야했었다.
돈에 쪼들리고 나니 여기저기 주변 지인들에게 돈을 빌리고, 급전 커미션으로 일러스트 한 장당 5만원씩, 총 50만원을 지원받아 계속 그리고 싶지않아 번아웃이 와버렸지만 꾸역꾸역 살기위해 그림을 그려댔다.
하지만 이 돼지새끼의 식비지출은 너무 힘들었다. 그래도 나는 그를 사랑했으니 더 더 더 돈을 벌어와야했다.
나는 가족에게 결국 버려졌지만 지금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지금의 남자친구고, 이 남자친구와 결혼해서 진정한 가족 구성원이 되고싶었다.
너가 아무리 청소를 못하면 내가 청소하면 되니까. 2인분은 힘들지만 1인분씩 나눠서하면되니까, 설거지를 못하면 내가 하면 될려고 했지만 나도 바쁘니 하루이틀 방치하니까 구더기가 피어나오고 내 방 빼고 남자친구 방과 거실, 주방에는 구더기가 잔뜩 꾸물꾸물 기어나오고 있었다. 그래, 여기는 쓰레기집이 되었다.
존나 힘들고 존나 지친데 내 통장은 마이너스에서 올라갈 기미는 전혀 보이질 않았다. 나는 돈 들어갈 수단을 배제하기 위해 대학교를 1년 더 휴햑을 했고, 쓰리잡을 뛰며 집안일을 뒤로하며 돈을 계속,계속,계속 벌어야만 했다.
사랑과 혹독한 빚을 이겨내기 위해 살았지만 남자친구는 추석 때 만나고 싶지 않은 가족을 만나야겠다는 빌미로 2박 3일 외박하고 온다더니 문 밖으로 나가서는 그 뒤로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무슨 문제가 있는지 싶어 내 힘이 닿는대로 추적을 해보았는데
딴 여자랑 동거하려고 날 버리고 나간거더라.
이 쓰레기집을 청소하겠다고 약속해놓고 나한테 책임을 다 떠안고 튄 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족이 되고싶었던 남자친구에게 결국 버림받았다.
날 절대로 버리지 않는다더니 말만 참 잘도 씨부리더라.
희망도 목표도 잃어버렸다.
마침 집 계약기간은 10월 초 만기인데 지금 날짜 보니까 10월 3일이더라.
다행히 남자친구의 이름으로 계약한 집이지만 내가 이집을 재계약하기도 싫고
재계약할만한 보증금은 존재하지 않았다.
애초에 돈을 구해와도 500만원의 보증금을 단기간안에 어떻게 구해와야하는가.
세상이 허탈했다.
하늘이 나를 죽일려고 온갖 이짓 저짓을 다해대는 것 같다.
나는 아무리 아등바등 악착같이 살아보려고 해도
절벽에서 버텨봤자 나아지는 게 없었다.
핸드폰 요금도 3개월 미루니 새벽 4시가 지나면 이젠 아무런 도움을 못찾는다.
뭐.. 119에 신고하기라도 한다면 도와줄린 하겠나.
더 이상 버티고 살 수가 없었다.
시간적 여유도 금전적 여유도 존재하지 않은 내가 절망을 맞이하니 싸울 기력이 남아있겠는가.
살고싶었지만 도움을 요청할 곳이 이제는 없어서
구비했던 밧줄을 꺼내, 몸을 맡겼다.
나는 그렇게 죽음을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