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위에는 매년 검정고시 기출문제집 책들이 지저분하게 잔뜩 나열되어 있었고, 간혹 간호조무사.. 필기 책도 보이긴 했었다. 그런데 이 책은 빽빽하게 공부한 흔적이 보였었지만, 뭔가 퇴소한 지 오래된 사람의 책같이 보였다. 또 책상과 장롱 사이에 틈이 있는데 오른쪽으로 몸을 기울이면 책장이 숨어있었다.
책장에 꽂아진 건 유행이 1·2년 정도 지났거나 그 이상 오래된 웹툰책, 아니면 소설책, 심리학책 등 많이 있었다.
여하튼 공부할 사람도 없어 보이고 사람의 발길이 끊긴 이 공부방을 ‘숙직실’이라고 불려지는데, 사람은 없고 한 사람만 들어가면 꽉 차고.. 이곳에 업무보기에는 크고 작은 방 중에서 제일 쾌적한 공간이라고 판단했다.
나는 아이폰 부품들을 가지고 책상에 곧바로 앉아
아이폰을 수리하는 일을 수행했다.
저녁 7시쯤 되어서야 생활실에 하나, 둘 씩
쉼터 청소년들이 귀가하더니 한적했던 생활실에 여자들이 가득 채워졌다.
웅성웅성, 재잘재잘...
소란스럽지만 백색소음이라고 느끼겠다.
“뭐야 입소생이 또 온 거임?”
왠지 나를 향해 던진 투박하고 거친 말투.
건드려졌다고 반응하면 좋을 게 없으니 무시하도록 한다.
또다시 웅성웅성, 재잘재잘하다가
한 여자가 대학교 원서에 대해 공략하는 이야기를 하는가 하더니 ADHD만의 공부법을 알려주겠다고 한다.
ADHD 판정받아 약물치료를 병행하고 있는 나는,
또박또박한 발음에 ADHD 알파벳 소리를 듣고 내 귀가 여자들이 모인 곳에 귀를 한껏 기울였다.
대학교 수능 공략 같은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말소리만 들으면 서로서로가 친근감을 표현했다.
호기심에 이끌려 뒤돌아보는 나는 숙직실 문 밖에서 옹기종기 원처럼 둘러싸서 얘기하고 있는 여자애들을
바라보며 내가 갑자기 관심사에 대해 얘기 꺼내도
상대방이 멋쩍어할 것 같아서..
다시 앞으로 고개를 돌리고 이어폰을 끼며 내 업무를 다시 진행했다.
쉼터에 입소하면서, 나는 관계가 어려운 존재이니까
친해지고 싶은 의지나 마음도 버려야 했다.
게다가 고작 친구 사귀려고 여기 온 게 아니니까..
내 고난과 역경을 해치우기 위해 오로지 아이폰을 수리하는 것에 그날 하루를 마무리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