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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완두 Oct 20. 2024

쉼터에 들어가게 된 날

동거동락 1화

이 이야기는 자립의 여정을 거치게 될 친구.

어쩌면 당신에게 새로운 희망을 건네기 위해 무기력과 번뇌를 거쳐 일기를 작성해 본다.


나는 만 22세 한국나이로는 24살, 대학생이지만

가장 늦은 나이에 청소년 쉼터에 입소했다.


이름 그대로 여기는 '청소년 쉼터'이기에

나보다 몇 살 더 어린 소녀들이 많았다.


사람과 소통이 단절된 여자가 24살이나 먹었는데


10대 청소년들이 할머니와 손자처럼 다가와서 말동무로 도와주지 않았으면 좋겠고..

청소년들은 나이 많은 사람과 친하게 지내기는 매우 버거울 테니…


내가 먼저 다가가도 서로 불편해질 것 같아서 친밀감 표현은

여기에선 애쓸 필요 없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이쪽도 친구로는 잘 못 지낼 터이니 다가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생활실에는 방마다 사람이 있었지만

1.5평 정도 되는 공부방 같은 곳에는 사람의 흔적이 끊긴 분위기였다.


좀 더 방의 상태가 어땠었냐면


책상 위에는 매년 검정고시 기출문제집 책들이 지저분하게 잔뜩 나열되어 있었고, 간혹 간호조무사.. 필기 책도 보이긴 했었다.
그런데 이 책은 빽빽하게 공부한 흔적이 보였었지만, 뭔가 퇴소한 지 오래된 사람의 책같이 보였다. 또 책상과 장롱 사이에 틈이 있는데 오른쪽으로 몸을 기울이면 책장이 숨어있었다.

책장에 꽂아진 건 유행이 1·2년 정도 지났거나 그 이상 오래된 웹툰책, 아니면 소설책, 심리학책 등 많이 있었다.


여하튼 공부할 사람도 없어 보이고 사람의 발길이 끊긴 이 공부방을 ‘숙직실’이라고 불려지는데, 사람은 없고 한 사람만 들어가면 꽉 차고.. 이곳에 업무보기에는 크고 작은 방 중에서 제일 쾌적한 공간이라고 판단했다.


나는 아이폰 부품들을 가지고 책상에 곧바로 앉아

아이폰을 수리하는 일을 수행했다.


저녁 7시쯤 되어서야 생활실에 하나, 둘 씩

쉼터 청소년들이 귀가하더니 한적했던 생활실에 여자들이 가득 채워졌다.


웅성웅성, 재잘재잘...


소란스럽지만 백색소음이라고 느끼겠다.


“뭐야 입소생이 또 온 거임?”


왠지 나를 향해 던진 투박하고 거친 말투.


건드려졌다고 반응하면 좋을 게 없으니 무시하도록 한다.


또다시 웅성웅성, 재잘재잘하다가


한 여자가 대학교 원서에 대해 공략하는 이야기를 하는가 하더니 ADHD만의 공부법을 알려주겠다고 한다.


ADHD 판정받아 약물치료를 병행하고 있는 나는,


또박또박한 발음에 ADHD 알파벳 소리를 듣고 내 귀가 여자들이 모인 곳에 귀를 한껏 기울였다.


대학교 수능 공략 같은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말소리만 들으면 서로서로가 친근감을 표현했다.

호기심에 이끌려 뒤돌아보는 나는 숙직실 문 밖에서 옹기종기 원처럼 둘러싸서 얘기하고 있는 여자애들을 

바라보며 내가 갑자기 관심사에 대해 얘기 꺼내도


상대방이 멋쩍어할 것 같아서..


다시 앞으로 고개를 돌리고 이어폰을 끼며 내 업무를 다시 진행했다.


쉼터에 입소하면서, 나는 관계가 어려운 존재이니까

친해지고 싶은 의지나 마음도 버려야 했다.

게다가 고작 친구 사귀려고 여기 온 게 아니니까..


내 고난과 역경을 해치우기 위해 오로지 아이폰을 수리하는 것에 그날 하루를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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