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동락 4화 - 가장 빈곤하게 살았던 어른의 자립하는 세번째 이야기
이 이야기는 자립의 여정을 거치게 될 친구.
한치 앞이 안 보일 만큼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 내가 가는 길을 밝혀줄 달이 떴다.
자고 일어나니 구원을 받은 기분이였다.
이 달콤한 감각을 음미할 시간에 나는 허둥지둥 짐을 쌌다.
알아야 할 TIP
1. 청소년 쉼터는 단체생활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가구나 큰 물건을 들고가면 안된다.
중고판매 플랫폼에서 옷장이나.. 컴퓨터.. 이런거 당장 팔기도 어렵고
무료나눔 하기엔 내가 마음을 놓지 못하였다.
일단 커뮤니티 게시글을 쓸 수 있는 곳이라면 도움요청 글을 올렸다.
내용은 간략히 알리자면
상황이 매우 안좋아져서 물건을 둘 곳이 없습니다.
제 물건들을 하나하나가 소중해서 나눌 수가 없습니다.
염치없지만 부디 제 물건을 한동안 맡겨주실 분 계실까요?
맡기는 기간은 1년 이상입니다. 큰 돈은 전혀 없지만 매달 공간을 빌리는 만큼 지불하겠습니다.
몇 분 뒤에 상황을 보고 손을 내밀어주시는 분들이 잔뜩 연락주셨다.
그 중에 이삿짐이랑 물건 보관도 해주시는 업체 대표님 또한 연락을 주셨다.
나는 그분한테 정말 큰 도움을 받았었다.
사정상 위태로우니 곧바로 2.5톤의 물건을 업체 보관소에 다 옮겨주시고,
매달 소정의 보관비를 지불하기로 했다.
내가 정말 인복이라도 있어서 다행이었다..
언젠간 상황이 안정적으로 풀어지면 업체 대표님께 연락해서
깊은 은혜를 받은 것보다 훨씬 더 드리겠다고 먼저 약속했다.
그다음에.. 이 쓰레기집을 놔두고 가버리면은 안되는데...
나 또한 도망가버리면 집주인은 집주인대로 피해를 입을테니..
나 혼자 집 정리하면서 집주인의 연락처를 찾았었다가
마침 집주인이 먼저 연락을 주셨다.
집 계약한 사람은 전남자친구고, 전남자친구랑 집주인끼리 서로 연락처가 공유되었다.
얹혀사는 나 같은 경우 연락처가 없기 때문에 집주인의 연락처를 찾으려면 쓰레기 집안을 뒤집어야 해야한다.
여하튼 집주인이 연락해서 받아보니 내용은 이러했다.
밀린 월세 3개월 납부요청과 집 계약 연장 할건지 말건지..
계약자와 연락을 계속 시도했는데 연락조차 안받으니...
실례를 무릅쓰고 같이 사는 동거인의 연락처를 어떻게든 찾아냈었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상황이 어떻게 된건지 되물으시자, 나는 답변에 응했다.
"계약자는 집을 엉망으로 만들고 바람피고는 제 연락도 아예 안받아요. 지금은 다른 곳으로 도망갔어요.
저도 이 상황을 어떻게 정리해야할지 너무 답답해요.
계약자의 여동생 연락처는 아는데 그 연락처라도 드릴까요?
그러면 계약자 소식을 바로 들으실 수 있을 거예요."
우리는 계약자에 대한 얘기를 나눴고, 집주인은 나에게 본가로 다시 가냐고 여쭤보시길래..
현재 내 상황도 공유했다.
집주인은 내 소식을 듣고 매우 안타까워하셨다.
저는 아무래도 집 자체가 없고, 돌아갈 곳 또한 없어서.. 한동안 전입신고를 못하게 될 것 같다, 집도 엉망으로 만들고 월세도 밀려서 매우 갑갑하실텐데, 저 또한 큰 실례를 범해서 죄송하다, 집을 최대한 빨리 마련해보고 방도 가능한 깔끔하게 청소하고 가겠다고 사죄했다.
집주인께서는 아니다, 계약자가 따로있는데 동거인이 모든 책임을 떠맡을 수 없다며 오히려 청소를 하지 말라고 하셨다. 전입신고도 급하게 하지말라고 하셨고, 밥도 못먹었을텐데 빨리 가서 밥 먹고 쉬어라 라고 말씀하시며 우리는 마무리 지었다.
나는 12인치 캐리어에 그림으로 먹고 살아야하니 노트북과, 타블렛은 무조건 챙기고..,
옷 한벌과 짧은 외투 한벌, 그 외에는 부피 채우면 나중에 힘드니까 나머지 공간은 아이폰 수리용품들로 가득 채웠다.
12인치 캐리어 뿐만 아니라, 옷도 일부러 매우 두껍게 몇겹 껴입고,
헤진 가방도 들고 물건을 가득 실고 가야하니..
버스타기엔 너무 움직이기에 너무 버거웠다.
그래서 택시타고 나는 '단기 청소년 쉼터'로 이동했다.
날 맞이해주셨던 선생님은 매우 젊고, 뭔가 사회복지사라기엔 청소년에게 관심이 없어보이는... 사람이였다.
그냥 월급루팡 하고싶은 시큰둥한 직장인 같았다.
하지만 전날 새벽에 울면서 내 전화를 받아주신 그 소중한 목소리를 내주신 분은 아니이게 이 썜을
단아쌤(가명)이라고 부르겠다.
여튼 나는 가장 늦은 24살 나이에 '단기 청소년 쉼터'에서 첫 입소하게 되고,
쉼터 규칙 상, 어른이여도 부모님에게 입소 소식을 연락 드려야한다고 했다.
알아야 할 TIP
2. 청소년 쉼터는 본인이 성인이여도 만24세 까지는 법적청소년이기 때문에 쉼터에 입소하게 되면
법적대리인 혹은 부모님에게 입소 소식을 전달 해야만 한다.
여기서부터 입소하려는 사람의 입장은 마음이 무거울 것이다.
괴롭히는 당사자에게 연락한다니, 해코지하면 어쩌지? 라는 온갖 걱정되고 후회가 밀려올 것 같은 기분.
입소하기엔 여기서부터 장벽을 느끼기 시작하니 막막할테다.
하지만 쉼터는 여성가족부의 기관으로서 민중의 핵주먹을 당하고 싶지않는다면 지능이 없는 부모님이라도 갑자기 부모님이 들이닥칠 수는 없다. 하지만, 정말 몸으로 실천해주는 그런 적극적인 부모님이 온다면
선생님과 경찰이 곧바로 올라와서 모든 일들을 지켜주신다. 여기까지, 염려말라는 내용이다.
어른임에 불구하고 부모님에게 연락을 한다니...
새엄마는 어차피 모르는 전화라며 일부러 연락 안받을거고,
친아빠는 불같고 적극적인 사람인지라 오히려 쫒아오실건데 가능한 오지말라고 전해달라고 요청했고,
선생님께도 조심하라고 부탁드렸다.
입소 당시 저녁 이후에 갔으니 선생님뿐이라곤 지금 나를 입소시켜주신 야간 선생님 밖에 없었고,
식사 또한 식사시간 외에는 먹을 수가 없다고 하셔서 그 날은 한끼도 먹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나 또한 많은 일들이 있으니 배고플 시간 또한 못느꼈기애,
나는 위생용품(샤워타올, 칫솔, 수건)을 받으며 당장 씻으라는 말씀을 듣고
샤워실 안내를 받고 오랜만에 샤워했다.
뭔가 넓고, 공유목욕실에서 씻게되니
나를 적시는 따뜻한 온수에 의해
그제서야 긴장감이 풀어지면서 이 공간에서 나는, 복잡한 공허감이 느껴졌다.
나는 이제 어떻게 될까, 이렇게 공짜로 씻어도 될까?
나는.. 살아있을만한 이유가 있을까? 나는.. 살아있을 수 있을까.. 라며..
복잡한 머리를 헹구고 나와서
내 할 일을 하러 방을 탐색하게된다.
(여기서부터 1화와 연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