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는 내가 어릴 때부터 불면증이었다.
밤에 티브이를 틀어놓은 채 잠들었다가 새벽에 깨서 다시 끈다거나, 잠깐식 낮잠을 자기도 했다.
나는 머리만 대면 잠이 들어서 엄마의 고충을 다 이해하지는 못했다.
급기야 수면제를 처방받아 반 알씩 드시기 시작했다.
엄마는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수면제를 먹어야지만 잠이 들 정도라면 정확한 수면검사라도 받아보고 수면제를 먹자 싶었단다.
지역에서 유명하다는 병원을 수소문해 엄청난 대기 인원 끝에 이름을 올리고 보름을 기다린 결과, 예약취소건이 생겨 좀 더 일찍 검사를 받게 되었다. 밤에 들어가 밤새도록 엄마가 주무시는걸 의료진이 관찰했다.
역시나 엄마는 계속 뒤척이며 선잠이 들었다 깨었다를 반복했다고 한다.
그 후, 검사결과를 들으러 가셨다.
의사가 말하길,
뇌파의 움직임이나 수면행태를 관찰한 결과 깊게 못 자는 것뿐이지 잠은 자고 있다고 한다.
엄마말처럼 사람이 밤에 잠을 자지 못했다면 지금쯤 뭔 일이 나도 벌써 났을 거라고.
깊이 못 자니까 스스로 잠을 못 자고 있다고 느낄 뿐, 몸은 생활에 충분할 만큼 잠을 자고 있다고 했다.
엄마는 생각했단다.
아, 마음가짐이구나.
나는 잠을 잘 못 자는 사람이라고 굳게 믿어서 몸은 자고 있지만 나는 못 잔다고 믿고 있었구나.
그 후로는 수면제 없이 매일 자기 전 카모마일 한 잔 마시며 잘 주무시고 계시단다.
수 십 년을 따라다닌 불면증이 의사의 한마디에 싹 나은 것이다.
고정관념과 편견.
그게 때론 정말 위험하다는 것을 또 한 번 느꼈다.
나는 커피를 못 마신다.
원래, 커피를 못 마시는 체질이다. 특히 공복에는 더.
주는 커피를 거절할 수 없어 공복에 커피를 마셨다가 배가 꼬일 듯이 아팠던 몇 번의 경험이 커피에 대한 내 생각을 더 공고히 만들어왔다.
엄마에게 다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말을 들은 다음날, 나에게 실험해 봤다.
사무실에서 커피 한 잔을 내려 공복에 한잔을 마셔봤다.
조금씩 한 모금씩 삼키고 물도 함께 마시며 조심조심히.
배가 아프지 않았다.
살짝 어지럽긴 했지만, 배가 아프지는 않았다.
통쾌했다!
나는 이제 커피를 마셔도 되는 사람이 됐다.
모든 건, 정말 마음먹기 나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