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감각』(김보영) &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김보영 작가의 SF 단편소설집 『다섯 번째 감각』. 이 책에 수록된 단편들이 '감각'에 집중해서 매우 '감각적이게' 쓰였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표제작이 잘 선정되었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다섯 번째 감각>이 제일 분량이 많아서 그런지, 단편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도 이 작품이다. 청각이라는 감각의 존재를 잊은 사람들이라니, 고양이의 귀여운 울음소리를 듣지 못한다니...! 이 단편을 읽고 지금까지도 틈틈이 떠오르는 생각은, '혹시 나도 남들이 잘 느끼지 못하는 n번째 감각을 갖고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감각하다'의 사전적 의미에서 두 번째 의미는 '사물에서 어떤 인상이나 느낌을 받다'이다. 가끔 똑같은 현상을 보고도 당장 내 옆에 있는 사람과 다르게 '감각'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을 것이다. 무엇이 그 차이를 만들까? 그건 '경험'이 아닐까 생각한다. 같은 경험이나 환경을 공유한 사람끼리만 느낄 수 있는 감각이 있다.
이 책은 소설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정말 쓸데없어 보이는 공상을 하기 일쑤인 사람들이라면 공상에 빠져있다가 내가 어딘가에서 동떨어져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그런데 소설은 그런 기분이 이상한 게 아니라고 말해주는 듯하다. 위로를 받는 느낌.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어떤 다른 감각들이 있을지 자세히 구체화하는 공상에 흠뻑 빠져보기를 바란다.
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선택의 기로를 마주한다.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서는 그렇게 내가 다른 선택을 함으로써 살아볼 수도 있었던 인생이 평행우주로 존재함을 보여준다. 그런 의미에서 감각도 차원의 영역처럼 느껴진다. 다른 경험을 함으로써 다른 감각을 갖게 되고 내가 어떤 경험을 택할지에 따라 나의 삶이 달라지니까. 그러니 개개인은 모두 단순히 오감만 가진 게 아니라 각자의 경험들이 켜켜이 쌓여 생긴 n개의 감각을 갖고 있을 것이다.
오늘은 특별히 곁들임이 2가지이다. (여자)아이들의 노래 '나는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는 (여자)아이들의 전소연이 드라마 <도깨비>를 보고 영감을 받아 작사를 했다고 한다. 어쩌면 전생에서 인연이었을 사람을 현생에 마주쳤을 때 느끼는 기시감. 마치 다른 차원의 나를 엿보고 오는 느낌일까.
오늘은 이렇게 '감각'과 관련된 책과 영화 그리고 노래까지 엮어봤다. 단순히 시각, 후각, 미각, 촉각, 청각이라는 오감에서 벗어나 좀 더 넓은 영역까지의 감각을 느껴보기를 바란다.